“북핵 미·일 압박으로 해결 안돼”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14일 “북핵문제는 단언컨데 미.일의 대북압박으로는 풀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주일 한국대사관과 마이니치(每日)신문 주최로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재임 3주년의 평가와 향후 한.일관계’라는 심포지엄의 특별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핵문제가 북한의 체제불안과 경제난을 동시에 돌파하려는 ’벼랑끝 전략’의 성격을 지닌 만큼 북핵문제는 핵문제 해결 프로세스와 동북아 냉전구조 해체 프로세스가 병행돼야 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은 기본적으로 압박에 대한 내성이 강한 나라”라며 “’선 핵폐기 대 선 보상’ 논쟁에 매달리거나 일본인 납치나 위폐문제로 대북압박이 계속되는 동안 북한이 시간을 벌어 결과적으로 핵국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외교정책에 대해 정 장관은 “일본은 경제력이 막강하지만 동북아에서 정치대국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 이유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서 독선과 아집을 버리지 않는데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사과를 해놓고 뒤집는 일본의 행동 때문에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일본이 경제력에 걸맞은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원인은 언행불일치와 마치 구미국가인 것처럼 행세하는 태도,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는 독선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일본측 특별강연자로 나선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는 한.일 관계에 대해 “양국은 친척과 같은 사이이며 이웃나라로서 이사할 수도 없다”며 “선린 우호 외에 우리가 갈 길은 없다”고 말했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동북아 정상간의 불협화음은 빨리 해결해야 하며 ’누가 뭘 했나’ 등의 문제를 따지기 보다 대화를 통해 해결함으로써 큰 이상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외무성 등이 물밑에서 타협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외교당국들은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특별강연 후 기미야 마사시 도쿄대 대학원조교수와 후카가와 유키코 도쿄대대학원 교수, 오구라 기조 한국철학연구가, 박명림 연세대 교수, 강문수 금융통화위원회위원, 조규철 한국외국어대 조교수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도쿄=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