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 지연, 남북관계 `판짜기’ 변수될 듯

북한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가 ‘시한’인 작년 12월31일을 넘기고도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새 정부의 초기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핵 프로세스는 13일 현재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 의혹 등 신고 관련 쟁점을 둘러싼 북.미간 신경전이 길어지면서 교착 국면을 맞고 있다.

한.미 등이 6자 수석대표 회담을 1월 중 개최함으로써 돌파구를 찾자는데 뜻을 같이했지만 의장국인 중국의 미지근한 반응 속에 회담 개최 일정도 불투명한 상태다.

남북관계를 비핵화 진전에 연계하겠다는 이명박 당선인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에 비춰볼 때 북핵 교착상태의 장기화는 새 정부의 남북관계 ‘판짜기’에도 중대 변수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지난 10일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비핵화 2단계(신고.불능화)를 끝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것도 ‘판짜기’를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 ‘판’은 일단 2월말쯤이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는 봄철 시비용 대북 비료 지원과 관련, 지원 규모와 시기 등에 대해 북측과 어느 정도 사전 양해가 이뤄져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0년대 들어 매년 북에 비료 20만~35만t씩을 제공해왔고 지난해 현 정부가 마련한 2008년도 남북협력기금 세부사업 내역에도 비료 40만t 지원을 위해 1천511억원이 배정돼 있다.

일각에서는 비료 문제와 관련한 새 정부의 입장 여하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남북관계가 지난 10년간 조성된 교류.협력의 무드로 연착륙할 것인지, 한동안 긴장과 조정의 시기를 겪을지가 갈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인수위 측은 지난 7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인도주의적 차원의 사업은 지속될 필요가 있다”면서 기존의 대북 쌀.비료 지원은 계속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시사했다.

그러나 북핵 상황이 현상유지마저 힘겹게 됐을 경우에도 새 정부가 쌀.비료 지원을 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쉽게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이 관측통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국책 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인수위 측이 쌀.비료 지원은 인도적 차원에서 계속하겠다고 밝혔지만 북핵 문제가 꼬일 경우 새 정부로선 막상 지원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 무렵 미국의 북핵 정책 기조, 4월 총선을 앞둔 국내 정치 상황 등이 다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수의 관측통들은 6자 수석대표 회담 등을 계기로 북.미가 신고의 돌파구를 전격 찾아 내거나, 가시적 진전은 없더라도 북.미가 관련 대화를 계속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새 정부는 비료 지원이라는 1차 시험대를 어렵지 않게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신고 문제를 둘러싼 북.미의 입장이 변함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불능화 사보타지 또는 중단’ 등의 충격요법을 쓰고, 미측도 그에 맞서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는 등의 상황이 조성될 경우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 비록 전문가들이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지만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북.미가 심상치 않은 대치 국면에 들어설 경우 국제 공조를 통한 북핵 해결, 한.미.일 3각 공조 등을 강조해온 이명박 당선인의 운신의 폭은 좁아질 수 밖에 없으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만약 새 정부가 북핵 상황을 이유로 비료 지원 유보 결정을 내린다면 남북관계는 냉각기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소식통들은 보고 있다.

대북 문제에 정통한 한 정부 소식통은 “만약 북핵 교착 상황에서 이 당선인이 비료 지원을 유보할 경우 북한의 반발이 예상된다”면서 “회복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남북관계는 일단 냉각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가정 섞인 예상에 더해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취임 직후 북핵 상황이 순조롭지 못할 경우 대북 지원과 관련, 새 정부에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문제 전문가는 “새 정부 초기 남북관계가 꼬일 경우 회복에 의외로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본다”면서 “북핵문제의 결정적인 국면에서 남북간 소통이 단절될 경우 한국은 응당 맡아야 할 북.미 사이의 조정자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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