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와 비핵·개방·3000구상

새정부 국정과제로 포함된 ’비핵.개방.3000구상’은 말그대로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문호를 개방할 경우 한국이 국제사회와 함께 적극적인 대북 지원에 나서 1인당 국민소득을 10년내에 3천달러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미 이명박 당선인이 후보시절부터 내세운 ’MB 독트린’의 핵심 내용이기도 한 이 구상은 집권하면 나라의 기풍을 확 바꿔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을 5년내 3만달러, 10년내 4만달러로 만들겠다는 특유의 자신감을 대북 정책에 투영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이는 북한이 먼저 핵 폐기를 하고 실질적 변화를 선행해야 한다는 전제를 분명히 한 ’유연한 상호주의’를 기초로 하고 있다.

북한의 개혁.개방을 위해 일방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지원 우선 정책’을 구사한 김대중 정부 이래 10년간 한국 정부가 취해온 정책과 맥을 달리하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5일 “햇볕정책의 원래 취지는 북한의 개혁.개방을 위해 지원을 하는 것이었지만 지난 10년간 정부의 대북 정책은 주로 우리측의 의무가 강조돼온 경향이 있다”면서 “따라서 비핵.개방 3000 구상은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기 위한 실질적인 내용성을 담보하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핵.개방.3000 구상을 뒷받침하기 위해 새정부는 400억 달러 규모의 국제협력기금 조성에 나서게 된다. 외교부는 현재 구체적인 기금조성 방법과 실행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400억달러의 대규모 자금을 토대로 북한의 낙후된 경제와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는 과거 1970년대 동구권의 민주화와 인권 등을 경제협력과 연계한 ’헬싱키 프로세스’를 한반도에 적용하는 의미도 담겨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동구권과 달리 북한에는 핵포기가 추가 조건으로 제시된 것이 차이라 할 수 있다.

정부 소식통은 “현 시점에서 한반도 정세를 좌우하는 이슈는 역시 북핵문제”라면서 “6자회담 차원에서도 행동 대 행동 원칙 아래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이에 상응하는 대북 지원이 약속돼있는 것과 비슷한 구조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북한이 확실하게 핵 폐기를 위한 조치를 이행할 경우 6자회담 차원과 다른 남북 채널을 통해 대규모 원조와 경제협력을 추진해나갈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 핵문제 해결과 특히 비핵.개방.3000구상의 성공을 위해서는 역시 한미동맹 강화와 아시아 외교의 확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에 따라 새 정부는 6자회담 차원 뿐 아니라 지난 10년간 다소 이완돼왔다는 평가를 받는 한미 동맹은 물론 한.미.일 3각 협력체제 강화에도 만전을 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400억달러의 국제협력기금 조성을 위해 유럽연합(EU)이나 국제기구와의 협력도 강화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북한이 새정부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북한이 현재 진행되는 비핵화 2단계(불능화)를 넘어 실질적인 폐기 단계에까지 협조적으로 응할 것이냐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현재 북한은 비핵화 2단계의 한 축인 핵시설 불능화 조치에는 비교적 협조하고 있지만 또 다른 축인 핵 프로그램 신고에는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핵 6자회담이 넉달 이상 열리지 못하고 경색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제2차 핵위기 발단의 근원인 농축우라늄프로그램(EUP) 문제에 대한 ’증거에 입각한 해명’이 나오지 않을 경우 미국내 강경파들의 돌출행동과 북한의 반발로 전체 협상 틀이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북한이 계속 현재와 같은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할 경우 비핵.개방.3000 구상은 그야말로 구상 자체에 머물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결국 이 구상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한미 동맹을 기초로 한 한국의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외교, 6자회담 참가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협조 등을 통해 북한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전략과 전술이 필수적이라는게 외교가의 중론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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