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대화모색 국면에 ‘인권변수’ 부상하나

이제 막 본격화하려는 북핵 대화국면의 한복판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북한 인권을 다루는 양대 주역인 미국 대북인권특사와 유엔 대북인권 특별보고관이 서로 약속이라도 한듯이 서울을 동시 방문하면서 북핵에 쏠려있던 외교가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는 양상이다.


여기에 작년 성탄절을 기해 자진입북했다 억류된 로버트 박 사건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은 북한 인권을 향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가일층 증폭시키고 있다.


외교가가 우선 주목하는 것은 킹 특사의 행보다. 북한 인권을 바라보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주파수를 확인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오바마 행정부의 북한 인권 정책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지난달 중순 조지타운대 연설에서 밑그림을 드러냈다. 클린턴 장관은 당시 “국익과 인권 중 어느 한쪽에 치우쳐 인권을 외면하지 않되, 관련국가를 협박 또는 고립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인권정책과 달리 인권과 국익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조용하고 실질적으로’ 인권을 신장하는 실용주의적 접근을 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킹 특사의 방한은 이 같은 밑그림이 구체화되는 첫 행보로 볼 수 있다. 일종의 ’필드트립(Field Trip)’ 형태이지만 정책 당국자들과 탈북자그룹, 비정부기구(NGO)와 입체적 접촉을 꾀하면서 북한 인권개선에 대한 ’로드맵’을 작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가 2004년 탈북자의 미국 망명길을 연 북한인권법 성안을 주도한 이력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 당국자는 “뭔가 일을 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그는 파트타임으로 일했던 전임 제이 레프코위츠 특사와는 달리 상근직 대사급이기도 하다.


문타폰 유엔 특별보고관의 방한은 북한을 향한 직접적 임팩트 효과 보다는 국제사회의 그물망을 강화한다는 점에 방점이 찍혀있다. 유엔총회와 유엔 인권이사회 등 국제무대에서 잇따라 채택되는 대북 인권결의의 내용과 강도가 그의 손끝에서 좌우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방한기간 탈북자 사회정착기관인 하나원과 하나둘학교를 방문하고 탈북자들과 집중인터뷰를 가진 뒤 자신의 임기중 마지막 보고서 작성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의 임기(6년)는 오는 6월로 끝나며 새로운 후임이 ’바통’을 이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두 사람의 방한을 계기로 북한 인권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관심이 모처럼 고조되고 있지만 과연 실질적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북핵 협상이라는 국제정치적인 중대 변수 탓이다. 6자회담 재개를 겨냥한 관련국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흐름 속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현실적인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특히 북핵과 인권은 논의의 성격상 ’상충’되는 요인도 있어 보인다. 북한 체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문제의 부상은 북한 정권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모처럼 대화무드에 접어든 북핵 국면에 부정적 여파를 끼칠 개연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킹 특사의 방한에 대한 미 국무부의 ’로키’(low-key) 자세는 이런 분위기를 읽게 해주고 있다. 미 국무부는 킹 특사의 방북계획을 공식 부인하고 그의 역할에 대해 “(북핵) 6자회담 프로세스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6자회담 재개 흐름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는 기류가 역력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우리 정부도 북한 인권을 정치적 이슈와는 별개로 대응해나간다는 원칙적 기조를 보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신중한 기류가 읽혀진다. 6자회담 재개의 초점을 흐뜨릴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인권 이슈를 전면에 부각시키는 것은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인권은 인권대로 단호하게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원칙적 입장만을 밝혔다.


그러나 인권이슈가 북핵 논의과정에서 일종의 ’레버리지(지렛대)’로 작용할 가능성은 적지 않아 보인다.


당장 미국은 대화국면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북한 인권을 정면으로 문제삼지 않겠지만 향후 협상과정에서 북한의 태도변화를 겨냥한 압박카드로 활용할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킹 특사의 지속적 활동과 국제무대에서의 발언권을 이용해 북한 인권에 대한 ’저강도 압박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눈앞의 현안으로 떠오른 로버트 박 사건의 처리방향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인권 정책의 좌표를 확인해보는 중요한 가늠자로서 주목받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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