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당국자들의 `아쉬움과 안도감’

“다행히 외교안보정책에 있어서는 여야 각 진영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12일 출입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100일도 채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북핵 현안 등 외교문제에 있어 비교적 한 목소리로 ‘협상’을 주창하고 있는데 대해 외교수장으로서의 소회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됐다.

실제로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노무현 정부가 견지하고 있는 핵문제 해법과 여야 정치권의 유력한 주자들의 대책을 비교해봐도 전체 틀에서 볼 때 큰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주류다.

송 장관도 이를 의식한 듯 “정권이 바뀐다고 대거 정책이 바뀌는 것은 우리가 배우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차기 정부에서 현재의 협상 기조를 잘 유지하면 북핵 폐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엿보인다.

하지만 북핵 당국자들은 아쉬움도 피력하고 있다. 7월18일부터 시작된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 이후 북한 핵문제와 관련된 ‘의미있는 진전’이 연이어 이뤄지고 있지만 예상치 않은 국내 이슈로 국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임성남 북핵외교기획단장은 13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마그마가 분출되고 있는데 국민들은 다른 곳을 볼 수 밖에 없는 장면이 계속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지난달 7~8일 판문점에서 열린 비핵화 실무그룹회의는 한국전쟁 이후 한국이 의장자격으로 주변 강대국의 대표들을 모두 불러 진행한 최초의 국제회의였지만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로 빛이 바래버렸다.

또 11일 방북한 미국과 중국, 러시아 3국 불능화 기술팀의 활동도 1990년대 제네바 합의 체제를 뛰어넘은 새로운 국면으로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있는 일이었지만 ‘신정아-변양균 스캔들’이라는 국내이슈에 가려 크게 부각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임 단장은 “3국 대표단의 방북은 핵시설 동결에 그쳤던 제네바 합의를 넘어 핵시설을 폐쇄한데 이어 불능화를 하려는 작업의 시작으로,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면서 “앞으로 진행될 일들은 한반도 비핵화의 새로운 이정표로 부각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국자들은 이와 관련, 다음주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6자회담 본회의에서 ‘2단계 비핵화 로드맵’을 만들어 북한 핵시설의 불능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해서는 남북한 관계정상화와 북.미 관계정상화를 두개의 수레바퀴로 설정하는 새로운 논리도 개발했다.

남북한 관계정상화 분야에서는 다음달초 남북정상회담에서 진전을 도출할 가능성이 높고 북.미 관계정상화는 6자회담 무대에서 비핵화의 진전에 따라 상응하는 긍정적인 현상이 나올 것이라는 설명을 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평화체제는 긴 시간을 요하는 과제라는 특징이 있다”면서 “무슨 선언을 급하게 한다고 해서 한반도에 평화시스템이 정착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고 차분하게 비핵화의 과제를 이행하면서 상황을 개선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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