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농축우라늄문제 해법 찾았나

제2차 북핵위기를 몰고온 농축우라늄 프로그램(UEP) 문제 해결에 서광이 비치고 있다.

이는 북한이 16일 비핵화 2단계 조치의 하나인 핵프로그램 신고 과정에서 `증거를 제시하라’는 전제조건 없이 UEP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북한 입장 어떻게 변했나 = 회담 당국자는 “북측은 UEP문제를 단순히 해명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신고의 한 부분으로서 (핵 프로그램)신고 단계에 해명하겠다고 했다”면서 “북측은 또 `증거를 제시하라’는 등의 조건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보유 의혹이 불거지면서 야기된 2002년 제2차 북핵위기 이래 북한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며 “증거를 제시하면 해명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 해왔기에 이날 태도는 상당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핵 프로그램 신고의 한 부분으로 해결하겠다고 한 점과 증거를 제시하라는 전제를 풀었다는 점은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의 존재 자체를 전면 부인한 종전 태도와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입장 전환 배경 = 북한의 이 같은 입장 전환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의혹과 관련한 용어 변화에 그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최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 등 미측 인사들은 핵무기 제조용임을 의미하는 고농축우라늄(HEU) 대신 중립적인 표현인 `UEP’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HEU는 2002년 제임스 켈리 당시 미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때 보유 의혹을 제기한 이래 2차 북핵위기의 대명사처럼 여겨져 온 용어로, 미국 당국자들과 언론에 의해 일상적으로 사용돼 왔다.

미국이 HEU 대신 UEP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핵무기 제조를 위한 `고농축우라늄’의 가능성과 연구용 `저농축우라늄’의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북한의 관련 의혹을 편견없이 규명할 수 있게 됐다는게 중론이다.

다시 말해 북한이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을 핵무기 개발을 위해 추진했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연구 등 목적으로 추진했을 가능성까지 열어 둔 채 논의를 진행할 경우 북.미가 서로 만족할 만한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이번에 북한이 전향적 태도를 보인 것도 자신들에게 퇴로를 열어준 미국의 입장변화와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 양측은 지난 6월 힐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과 지난 13일 힐-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간 협의 등을 계기로 우라늄농축 문제의 해법에 상당한 의견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풀릴까 = 외교가는 북.미 양측 모두 유연성을 발휘하는 가운데 서로 체면을 손상하지 않는 선에서 이 문제가 풀리기를 기대하고 있다.

당장 17일부터 북.미 등 6자회담 참가국 전문가들은 중국 선양에서 열리는 비핵화 실무회의의 일환으로 UEP 문제를 본격 논의할 예정이다.

해법은 결국 북.미가 서로 체면손상을 피하는 방식으로 도출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

미국은 최근 북한을 향해 `무기용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 개발을 시인하라’고 닦아 세우기 보다는 그간 확보한 정보를 바탕으로 `우라늄 농축과 관련된 장비를 왜 샀고, 어디에 썼는지 해명하라’는 식의 해명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북한은 향후 논의 과정에서 군사부문이 아닌 순수 과학 분야에서 연구목적으로 농축우라늄 관련 설비를 구입했음을 시인하고 현재 설비들의 상태에 대해 설명하는 식의 해명을 할 가능성을 내다보는 이들이 많다.

이런 방식으로 의혹 규명작업이 진행될 경우 2002년 북한 HEU 의혹을 제기한 미국으로서는 자신들이 근거없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 아니었음을 확인하는 동시에 이 문제의 철저한 규명을 바라는 자국 일반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게 되고 북한도 체면손상 없이 난제를 넘어설 수 있게 된다는 게 외교가의 기대섞인 전망이다.

반면 이 문제가 워낙 민감해 쉽게 풀리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북한 입장에서는 과거 일본인 납북 문제 등에서 `통 크게’ 시인을 했다가 북.일관계 정상화 프로세스가 파탄났던 전례가 있기 때문에 북한이 의혹사안을 시인함으로써 정면돌파하는 길을 과연 택할 것인지 의심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UEP문제 왜 중요하나 = 핵무기 제조와 연결될 수 있는 UEP는 현재 2.13합의 1단계 조치(핵시설폐쇄)가 마무리된 상태인 비핵화 프로세스를 일거에 무력화할 수 있는 이슈로 부각돼 왔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무기 제조’라는 비상구를 만들어 놓고 있다면 현재 6자회담에서 논의 중인 영변 핵시설 폐기 프로세스가 끝까지 진행되더라도 북한의 비핵화는 종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한 듯 미국은 약 5년전 1994년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 체제를 무너뜨렸을 정도로 이 문제에 천착해왔다. 농축우라늄 진상규명 없이는 현재 진행중인 북한 비핵화는 무의미하다는 게 미국 입장이기 때문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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