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극적 돌파구 마련될까

9.14 한미정상회담 이후 북핵문제에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 및 진전을 위해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common and comprehensive approach)’을 마련키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빠르면 이번 주 후반부터 양측 실무진이 세부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노 대통령이 정상회담후 가진 언론회동에서 “지금 실무적으로 협의중이지만 아직 완결되지 않았고, 내용이 매우 복잡하다”고 밝힌 게 거의 전부다.

다만 워싱턴 소식통들 전언을 종합하면, ’포괄적 접근방안’에 대한 한미간 협의는 “북한과 미국이 내세우는 각자의 요구사항들을 모두 포함시켜 우선순위를 정하고 논리를 세우는 작업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선(先) 금융제재 해제, 후(後) 6자회담 복귀’를 요구하는 북한과 ’선(先) 6자회담 복귀, 후(後) 금융제재 논의’ 등 미국측 입장을 포함한 여러 주문사항을 놓고 그 우선순위와 논리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워싱턴의 한 고위소식통은 17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밝혔다.

그 뿐만 아니라 제한된 범위 안에서의 ’북미 양자대화’ 방안도 검토 대상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포괄적 접근방안’의 내용에 상관없이 구체적인 해법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데 큰 이론이 없다.

미국은 한국의 입장을 고려, 일단 평화적이고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겠지만 결코 ’대북 제재 카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대체적 시각이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미 행정부나 언론들 사이에서 여지껏 ’포괄적 접근방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의 기존 입장에 큰 변화가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은 기존의 대북 금융제재의 끈을 더욱 바짝 조여갈 태세다.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부 테러 금융범죄 담당 차관과 오브라이언 차관보는 이번주 각각 유럽과 중동 순방에 착수한다. 북한을 겨냥한 대량살상무기(WMD) 자금을 차단하는 국제금융망 구축에 목적을 둔 여행이다.

아울러 유엔 안보리 결의안 이행 차원의 포괄적 대북 제재 방안도 이르면 이달 말쯤 발표될 것이라는게 워싱턴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미 고위소식통은 “일본의 제재 발표에 이어 미국도 조만간 구체적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발맞춰 이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관방장관은 오는 19일 각의에서 대북 금융제재를 추가 시행할 방침임을 밝혔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구체적인 제재조치로 외환법에 근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의 관련이 의심되는 단체와 개인을 상대로 일본 내 금융계좌로 부터의 예금 인출 및 해외송금을 ’허가제’로 해 사실상 북한 금융자산을 동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은 미 당국이 이미 지정한 단체 12곳과 개인 1명을 포함한 10여개 단체와 개인이다. 대부분은 북한 금융기관과 상사들로 ’북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와 ’단천상업은행’ 등이 포함된다.

여기에다 싱가포르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에 참석중인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이 16일 돈세탁, 테러단체 지원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북한과 이란의 불법 금융활동을 저지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미국은 지난해 9월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대해 북한의 돈세탁과 위폐 활동에 이용됐다는 이유로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중단 조치를 취한 데 이어 지난 8일 이란의 대형 국영은행인 사데라트에 대해 헤즈볼라, 하마스 등 중동의 무장 단체들을 위한 자금을 지원하고 첨단 무기 구입 경로로 이용됐다는 이유로 역시 미 금융 기관들과의 거래를 전면 금지한 바 있다.

미국의 대 북한 금융제재로 북한은 이미 전 세계 많은 금융 기관들이 거래를 중단하는 등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란 역시 스위스 UBS 은행 등이 거래를 끊는 등 세계 금융기관들로부터 고립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쿠바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에 참석중인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북한 고위급 관리로서는 한미정상회담후 처음으로 “북한은 미국이 제재를 유지하는 한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예상되는 한미간, 한중, 미중, 한중미일간 연쇄 접촉을 겨냥한 ’계산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금융제재의 압박을 풀지않는한 우호적인 중국과 한국이 아무리 권유해도 6자회담에 나가지 않겠다는 무언의 압박이자 협상 카드라는 해석이다.

이렇게 볼 때 한미정상이 북미간 강경 대결 일변도의 분위기에 숨통을 틔운 것은 사실이나 한미간에 앞으로 북한을 끌어들일 해법을 마련할 수 있느냐가 북핵 해결 성공의 핵심 키가 될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