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국면전환 조짐..남북관계는

미국의 북미대화 방침 발표와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국무위원의 방북 등을 계기로 머지않아 북핵 협상국면이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남북관계의 향배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북핵 문제에 진전이 이뤄져야 남북간 각종 협력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원칙을 선명하게 강조하고 있지만 수면 아래서는 정세가 대화국면으로 옮겨갈 때에 대비, 남북대화의 시기와 형식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대북기조 선명성 강조 = 북.미.중 3국을 중심으로 대화 분위기가 익어가고 있지만 정부는 `북한에 근본적 변화는 없다’며 북핵과 남북관계를 연계하는 대북 원칙의 선명성을 강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18일 북핵 문제와 관련, “북한의 핵무기는 남한을 겨냥한 것”이라며 “북한이 두 차례 걸쳐 핵실험을 강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남북협력 사안을 진척시켜 나갈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지난 16일 남북대화에서 핵문제도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정부는 북한이 미국.일본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경협을 추진하길 바라지만 남북관계를 우회하거나 비핵화없이 그런 것을 이룰 수는 없다”며 견제구를 던졌다.

작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동안 정부는 남북관계 파탄을 우려하는 여론을 감안, 남북관계를 북핵 진전에 맞춰 함께 발전시킨다는 이른바 `병행론’을 강조했지만 북한이 유화적 움직임을 보이는 지금은 북핵이 해결되어야 남북관계를 본격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이른바 `연계론’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북핵 대화국면을 앞두고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라는 목표를 재확인함으로써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북한의 의도를 미리 견제하려는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특히 북한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음을 강조하는 것은 대화국면이 조성될 경우 자칫 대화와 병행되어야할 제재의 대오가 흐트러질 가능성도 감안한 것으로 읽힌다.

다만 일각에서는 남북관계를 북핵 진전에 철저히 연계하겠다는 우리 입장이 너무 부각되면 향후 협상국면이 본격화됐을 때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고 북한이 핵협상 국면에서 남북관계를 철저히 종속변수로 여기게 끔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北 다자회담 복귀와 남북대화 연계 양상..물밑소통 여부 `주목’ = 일부 대북 소식통들은 북한이 다음 달 중 남북간 고위급 회담을 제의해 올 것이라는 예상을 내 놓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 남북관계를 적극 풀어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북미대화와 6자회담 재개를 앞두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생각으로 장관급 이상의 고위급 대화를 선(先) 제의할 수 있으리라는 예상이다.

그러나 북핵과 남북관계를 연계하는 우리 정부 입장이 아직은 견고하기 때문에 북한의 제의로 남북대화가 이뤄지더라도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등과 같은 북핵 관련 진전이 이뤄지기 전이라면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실제로 정부는 개성공단 활성화, 금강산.개성관광 재개, 임진강 수해방지 등 현안들이 산적함에도 불구, 현재 남북대화에 그다지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의 근본적 변화, 즉 북핵 문제에서 실질적인 진전 문제를 포함한 남북관계 현안 전반을 놓고 고위급 남북대화를 추진한다는 게 정부의 대략적인 구상인 것이다.

이와 관련,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16일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고 기존 합의 사항을 이행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해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남북대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1차 조건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편 원칙을 강조하는 정부의 공식 입장과 별개로 물밑에서는 이미 남북관계의 `새 판짜기’가 분주히 모색되고 있으리라는 추측도 나온다.

한미.남북.북미관계의 `3각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인 만큼 가시권에 접어든 북.미대화에 대비, 북한
이 강조하는 6.15공동선언, 10.4선언과 우리의 `비핵.개방 3000’을 접목시키는 방향으로 남북대화를 본격화하려는 구상이 비공식 채널을 통해 모색되고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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