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검증의정서 ‘시료채취’의 수사학

“합의문에 어떤 용어가 담기든 이를 가지고 실제로 영변에 가서 시료채취가 가능하다면 만족할 수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11일 북미간에 최종적으로 정리된 이른바 ‘시료채취’ 문제와 관련해 실질적인 내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달말이나 다음달초에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차기 6자회담의 최대 이슈인 시료채취(샘플링) 문제가 북한의 완강한 거부 입장 등을 감안해 문안은 탄력있게 정리하되 실질적인 내용을 담보하는 방향에서 정리됐음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 7일 뉴욕에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를 만나고 나온 리 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은 시료채취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까지 진전이 있었는데 더 무슨 진전이 필요하냐. 이미 다 합의됐는데..”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1일 미 국무부가 힐 차관보의 방북 결과를 토대로 핵 검증 합의와 관련된 사실내용을 발표했지만 이른바 ‘시료채취’ 부분은 모호한 항목으로 남아있었다.

당시 국무부는 ‘Agreement on the use of scientific procedures, including sampling and forensic activities’고 발표했다. 시료채취(sampling)와 법의학적 활동(forensic activities)을 포함한 과학적 절차의 사용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국무부 발표에는 분명히 시료채취라는 표현이 있었지만 이후 북한이 이를 거부해 논란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뉴욕회동도 이 때문에 열리게 됐고 결국 북미가 나름의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런 흐름을 종합해보면 차기 6자회담에서 검증의정서 채택과정에서 명확하게 ‘시료채취’라는 표현은 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무부 발표에 담긴 ‘scientific procedures’이나 ‘forensic activities’라는 단어의 의미가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법의학적인, 또는 과학적 수사 활동’ 등을 의미하는 후자는 시료채취의 의미를 많이 포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앞에 나와있는 ‘과학적 절차들’과 함께 결합할 경우 내용적으로 ‘현장에서 주요단서를 포착해 과학적이고 실증적으로 조사한다’는 의미를 갖게될 수 있다.

미국은 이와 함께 시료채취를 보다 확실하게 내용적으로 담보하는 표현도 추가로 삽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시료채취’가 반드시 담겨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온 일본 등이 미국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뜻을 표명하고 6자회담 개최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07년 베를린 북미 회동이후 힐 차관보가 주도해온 여러 합의가 합의 채택 이후에도 논란이 계속 벌어져온 것을 감안할 때 실제 6자회담에서 또다른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만일 북한이 뉴욕에서 미측과 합의한 내용에 또다른 요구를 제시할 경우 이미 동력이 크게 떨어진 6자회담의 의미와 역할이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외교소식통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이전에 비핵화 2단계를 마무리하려는 힐 차관보의 노력에 북한도 협조하는 양상이지만 아직 상황은 유동적”이라면서 “차기 6자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6자회담은 물론 북미관계 등 동아시아 정세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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