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南 주도적 역할’ 넌센스다

▲APEC회의에 김정일 초청의사를 밝힌 정동영장관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30일 다보스포럼 폐막연설에서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 회의에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참석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핵 문제 해결 후 남북 정상회담 및 6자회담 당사국 정상회의를 주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정장관의 이번 발언은 그 현실성에 상관없이 노무현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에서 가지고 있는 ‘주도적 역할’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북핵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뭔가 해보겠다는 의욕을 보이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주도적 역할이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형식과 ‘일방적 대북지원’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러한 형식과 내용은 결국 북한의 내용을 받아 미국으로 전달하는 거간(居間) 역할에 쓸데없이 높은 비용만 지출하게 만드는 꼴이 된다.

사실 남북정상회담은 성사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이벤트다. 노무현 정부는 김영삼 정부시절 성사직전까지 갔던 남북정상회담을 떠올리는 모양인데 지금과는 상황이 판이하다. 폭격설까지 나오던 한반도 분위기가 대타협으로 전환되던 시기에 하나의 협력카드로 고려됐던 것이 그 당시 남북정상회담이다.

북핵 문제를 북-미 관계 개선 카드로 활용하려는 북한이 남한정부를 만나서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지금처럼 ‘민족공조’에 힘써 미국 입장을 누그러뜨려 달라는 말 이외에는 할 말이 없다. 사실 우리도 돈 말고는 내놓을 것이 없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사모곡(思母曲)’ 가련할 정도

지난 1월 4일 정장관은 북한을 향해 ‘이래도 우리 정성이 부족하냐’고 항변을 하듯이 우리의 기본입장을 북한 당국에 확인시켜주었다. ‘국가보안법 철폐’ ‘탈북자 문제 전향적 대처’ ‘기획탈북 반대’ ‘친북웹사이트 일부 허용’ ‘주적개념 폐기’에 이어 최근에는 북한 핵포기 이후부터 ‘포괄적 농업협력’을 포함한 대대적인 경제지원에 나설 것을 다짐하고 있다.

실익도 없는 남북정상회담에 이것저것 다 팔아먹고 돈까지 얹어 주어야 가능할 정상회담에 목을 메고 있는 정부 심산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특히 여권의 차기 대선후보로 유력한 정장관이 전략보다는 의욕만을 앞세워 북한 사모곡을 불러대는 모습이 가련하게 보일 정도다.

2차 북핵 위기의 발생 책임은 북한에게 있다. 제네바 합의 등 4가지 국제협약과 약속을 위반하고 은밀하게 핵 제조를 재개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요구하는 선(先) 보상과 핵 동결 또한 계속해서 핵으로 장난치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표시한 것에 불과하다. 북한이 고집을 부린다면 미국과 공조해 강력한 제재를 취해야 한다. 핵을 가지고 한반도와 전 세계를 향해 협박을 일삼는 독재자에게 계속해서 보상해주고 또 위협당하는 꼴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우리의 주도적 역할은 사실 북핵 문제 해결 후에 본격적으로 가능하다. 그럴 사안도 아닌데 우리가 나서서 무슨 역할을 한다며 북한에 이런 저런 제스처를 취한다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북핵 문제 해결 후에 대북 경제지원과 정상회담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풀어가는데 우리의 주도적 역할을 보장하는 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 그 때 가서 주인공이 돼도 늦지 않는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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