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생산량 불일치 문제’ 또 뇌관될까

북핵 협상이 급진전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또 다시 ‘불일치 문제’가 화두에 오르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WP)는 지난 14일 미국 정보당국의 정보분석 전문가들이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 규모를 새롭게 추산한 결과, 기존에 판단했던 것보다 더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새롭게 추산된 플루토늄 규모를 최소 35㎏부터 최대 60㎏까지로 제시했다. 이는 북한이 지난해 11월과 최근까지 밝혀온 수치인 30-31kg(30.8kg)과 적게는 5kg, 많게는 30kg 차이가 나는 규모다.

핵무기를 만드는데 대략 4-6kg의 플루토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론적으로 볼 때 대략 1-7개 정도의 플루토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무기급 플루토늄의 차이가 발견된다.

이른바 플루토늄 생산량에 대한 ‘불일치’는 16년 전에도 발생했다.

1990년대 1차 핵위기 당시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측에 실험용으로 90g을 추출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미국의 정보 기관과 IAEA는 1989년부터 91년까지 북한이 재처리한 양을 10kg 안팎으로 추정했다. 또 북한이 실험용 원자로(IRT)에서도 1-2kg 정도를 추출한 것으로 의심했다. 미국측 전문가들은 당시 대체로 15kg 안팎의 플루토늄을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계산했다.

이른바 ‘g과 kg 사이의 불일치’는 결국 1차 핵위기의 발발 원인이 됐고 가까스로 1994년 10월 북.미간 제네바 합의로 위기는 봉합됐다.

제네바 합의 이후 핵시설이 동결돼 추가 플루토늄 추출은 없었지만 2002년 10월 이른바 HEU(고농축우라늄) 파동으로 제네바 합의가 파기되자 북한은 2003년 수조에 보관중이던 8천개의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27kg의 플루토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어 2005년 4월 5㎿ 원자로 가동을 중단하고 8천개의 사용후 연료봉을 인출해 수조에 보관해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를 재처리했을 경우 13kg의 플루토늄을 추가로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국 대략적으로 계산해보더라도 북한은 55kg(15+27+13)의 플루토늄을 추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WP 14일자 보도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대략 5kg의 플루토늄의 추가 생산 가능성을 제시했다.

남은 문제는 북한이 제시한 1만8천쪽에 달하는 북핵 관련 자료를 정밀하게 검증하는 일이다. 영변의 5㎿ 원자로와 재처리시설의 가동과 생산 기록을 담은 이 자료는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의 과거를 그대로 말해주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이미 미국측은 이 자료의 가치를 인정했다.

북한측 주장(가령 30.8kg) 대로라면 이는 90년대 핵 위기 당시 그들이 말한 90g이 사실이며 플루토늄 추출과정에서 ‘쓸모없는 생산’ 역시 상당한 양에 달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선 관심을 끄는 대목은 1994년 제네바 합의 이전 북한이 생산한 플루토늄 양의 검증 결과다.

만일 이번에 북한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국이 당시 주장한 대로 10kg 안팎의 플루토늄을 생산한 것이 입증되면 90년대 북한은 ‘거짓말한 혐의’를 받게된다. 하지만 이미 과거의 일인 만큼 이번 자료 제출을 통해 뒤늦게나마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북한측 주장대로 g단위의 미미한 양의 플루토늄만 추출했음이 입증되면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다. 미국내 강경파들이 북한이 이번에 제출한 자료의 ‘신뢰성’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90년대 현안이 됐던 특별사찰 문제가 다시 부각될 수 있으며 이는 6자회담의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

한 소식통은 18일 “북한이 이번에 제출한 자료는 완전하고 정확한 핵 신고라는 측면에서 매우 귀중한 자료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제네바 합의로 봉합됐던 90년대 플루토늄 추출량에 대한 논란을 재연할 폭발성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북한이 1만8천쪽에 달하는 북핵 자료에 이어 조만간 핵 신고서를 중국에 제출하기로 하는 등 북핵 협상이 단기적으로 긍정적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본격적인 검증 과정에 접어들면 다시 한번 ‘불일치의 홍역’을 치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 외교가의 시각이다.

하지만 정밀한 자료 검증을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일단 자료를 분석하고 북한의 신고 내용 검증을 위한 절차과 방법을 논의하는 향후 몇달 동안은 북.미 양측의 적극적 협상의지를 감안할 때 상당한 진전이 기대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앞으로 6자회담 차원에서 가장 비중있게 논의될 부분은 북한이 신고한 핵프로그램을 어떻게 검증하고 모니터링할 지가 될 것”이라면서 “북한의 신고 내용이 상당히 신뢰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판단되면 북한에 제공해야할 조치(에너지 지원과 테러지원국 해제 등 안보적 조치)가 취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에서 18-19일 열리는 한.미.일 6자 수석대표회동에서도 북한의 신고서 내용 검증 방안과 6자회담 재개 방안 등이 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넘겨받은 영변 원자로 가동기록 등 자료에 대해 `완전하다’는 잠정 판단을 내렸으며 이를 상세히 검토한 뒤 별다른 돌발변수가 없는 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절차에 들어가고 북한은 이를 전후로 핵신고서를 의장인 중국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보면 ‘불일치 문제’는 앞으로 향후 몇달내에 전체 국면을 흔들 변수로 부각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핵 위기의 핵심이 ‘북한이 위험물질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에 귀결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검증 단계에 접어들면 불일치 문제가 제기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시각이다.

그리고 불일치의 수준과 북.미가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판단할 지가 북핵협상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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