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갈림길’…관련국 행보 `긴박’

북핵 문제가 6자회담을 통한 해결이냐, 아니면 대북 압박구도로의 전환이냐 하는 갈림길로 접어들면서, 현재의 장기 교착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6자회담 관련국들의 외교행보도 긴박하게 이어지고 있다.

북한이 영변 원자로 가동중단에 이어, ‘6월 핵실험설’, 단거리 미사일 동해발사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6월 시한설’이 잠복해 있는 가운데 미국.일본을 중심으로 유엔 안보리 회부와 대북 제재 검토설도 흘러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북-미 양국이 상대측 최고지도자를 겨냥한 비난전이 계속 이어지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북핵문제가 감정싸움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그동안 중재역할을 해왔던 한국과 중국은 이날 오전 일본 교토에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의 회동을 통해 북핵 문제의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하고 북-미가 상호비난을 자제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날 또 한일, 중일 외교장관회담도 예정되어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이에 앞서 부시 미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5일 전화를 통해 최근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6자회담 재개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내주초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러시아 전승기념행사 기간에 관련국 정상간 회담들도 예정돼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최근 회담복귀 조건으로 6자회담과는 별개의 북미 양자회담 개최와 주권국가 인정을 요구한데 대해 미국은 6자회담 틀내에서 양자회담은 가능하며 이미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주권국가로서 인정했다고 응대하는 등 양측은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 벼랑까지 치닫는 북미 평행선 = 다소 소강상태이던 북핵 문제가 북한의 2.10 성명으로 관련국간의 활발한 접촉이 이어지면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던 와중에 핵실험설이 터지면서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물론 우리 정부까지도 핵보유 선언에 이은, 북한의 ‘핵실험설’에 대해 그 가능성을 열어 놓고 정보라인을 풀가동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실제로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현재의 6자회담 구도는 파국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에 따라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최근들어 북-미간 날을 세운 대립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달 28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폭군’이라며 맹비난했고, 이에 북한 외무성은 30일 ‘부시는 불망나니’라며 되받아치는 등 양국 최고지도자를 겨냥해 서로 험한 말들을 주고 받았다.

이를 수습하기는 커녕 미 당국자들도 연이어 김 위원장을 공격하고 나섰다.

현 사태의 긴박성에도 불구, 양측은 여전히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북한은 지난 달 중순 6자회담 복귀조건으로 이 회담과 별개의 북미 양자회담과 주권국가 인정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4일 둘 다 6자회담 틀 내에서 해결될 수 있으며, 특히 주권국가 문제는 라이스 장관이 언급했으며 이 역시 6자회담 내에 있는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 中 대북 지렛대 사용 안하나 못하나 = 미국은 중국이 대북 지렛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은 5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이 핵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는 현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중국측에게 좀 더 강력하게 대북 압박에 나설 것을 주문함으로써 중국의 소극적 자세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중국의 현 지도부의 ‘대북 정서’가 예전만 같지 못하다 하더라도 북-중간의 기본적인 관계를 고려했을 때 한계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동북아 경제.군사적 패권이 가시화되고 있는 와중에 국경을 접하고 있는 ‘과거 혈맹’ 북한을 무작정 압박하기에 중국으로서도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정부 당국자도 “중국은 경제적 차원에서 대북 지렛대가 충분하다고 보지만 회담 복귀를 촉구하는 현재까지도 경제적 압박 등을 북측에 직접적으로 거론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게다가 6자회담 공전의 책임이 미측에게도 상당히 있다고 보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계속 북한만 압박할 수는 없다는 생각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 역시 기회있을 때마다 중국에게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는 상태다. 지금으로서는 그다지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 관련국 ‘잰걸음’..회담 재개 가능할까 = 북핵 상황이 중대국면으로 점점 더깊숙히 진입하면서 그 만큼 회담 참가국들의 외교행보도 분주해지고 있다.

지난 달 23∼30일 힐 차관보가 한ㆍ중ㆍ일 연쇄방문으로 북한의 의중을 탐색하며 현 상황을 중간 평가했지만 이후 전반적 상황은 ‘비관’ 쪽으로 기울고 있다.

각종 위기설에도 불구, 그 간 조심스러운 언행을 보여왔던 반기문(潘基文) 외교장관도 지난 4일 “6자회담 재개 전망이 밝지 않다. 정부도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까지 언급한데서도 그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지만 어떻게든 타개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관련국들의 행보가 잇따르고 있다.

반 장관은 지난 달 말 칠레에서 열린 민주주의 공동체(CD) 각료회의에서 라이스 장관을 만난 데 이어 6∼7일에는 아셈 외교장관회의가 열리는 교토에서 중국과 일본의 외교장관들과 잇따라 만나 6자회담 재개방안을 조율 중이다.

반 장관은 여기서 25개국 EU 외교장관들에게도 북한의 회담복귀를 위해 힘써 줄 것을 호소하는 등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나아가 줄줄이 예정되어 있는 관련국 정상들의 회동은 6자회담이 좌초하느냐 극적으로 재개될 것이냐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후 주석과의 회담, 내 달 중 각각 열릴 부시 미 대통령 및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朗) 일본 총리와의 공식회담은 현 상황을 ‘중대국면’으로 보고 있는 우리 정부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다음 달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한미 정상회담은 회담 재개 여부를 가늠할수 있는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이 내세우고 있는 회담 복귀 거부의 이유 대부분이 미국과 관련돼 있는 상황에서 우리측은 미측이 좀 더 성의를 보이기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만이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촉구하기 위한 경고성 메시지가 도출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제3차 6자회담이후 1년이자 관련국 정상들의 회동이 마무리되는 오는 6월은 그 결과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