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양자대화를 앞둔 시점에서 그간 20여년 동안 진행해왔던 북핵협상을 평가하고 협상장애 요인들을 극복하기 위한 8가지 방안이 미국에서 제시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외교전략의 이론적 토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미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가 9일(현지시간) 발표한 ‘대북 협상의 교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성공적인 대북협상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북한이 핵무기프로그램을 협상을 통해 포기할 의사가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포괄적인 합의를 추구해 북한의 진의를 시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북핵협상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일괄타결(그랜드 바겐)을 제시한 이명박 정부의 북핵 기조와도 닮아있다.
두번째 장애는 ‘가장 중요한 합의를 마지막에 하는 것’이라며 ‘협상 초기에 중요한 조치들을 취하는 합의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 번째는 북한이 미국의 추가양보를 끌어내려고 제한적인 합의를 이용한다고 밝히고 이런 북한 전략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이익을 확보할 기회를 줄이는 비가역적인 조치를 주장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네 번째는 미국의 내부적인 문제로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충분한 지렛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런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다자틀을 이용해 미국의 레버리지를 증대시키는 한편 양자협상을 통해 유연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섯 번째는 북한의 유일한 의사결정자가 협상에 미참여하는 문제점을 들고 이를 위해서 고위급 방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협상에 활력을 불어넣고 합의를 도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섯 번째는 대북협상 합의 도출에 관계없이 미 의회가 관련 예산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의회와의 원활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협상이 집행단계에서 틀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행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워킹그룹을 활성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이미 결정된 사항이 의견 불일치로 와해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매 협상의 결과를 문서형태로 동의를 받고 마무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외에도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김계관 부상이 북측 협상대표 역할을 계속해 오고 있는 것은 이들의 과거 협상에 대한 실망감이 미국의 협상대표들을 믿지 못하게 하거나 창의적인 돌파구 마련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고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김정일의 건강이 협상의 속도와 범위에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북한의 권력이 불확실하거나 이전단계에 있다면 북한이 실질적인 협상을 할 의지를 보여줄지도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CNAS는 이번 보고서를 위해 50명이 넘는 전·현직 정부 관료와 학자,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등 한미 대북협상 전문가들과 심도있고 다양한 인터뷰를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