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협상 이번주 ‘고비’..”방향성 가늠될 것”

“이번 주가 지나면 북핵협상이 어디로 나아갈 지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서 제출이 계속 지연되는 가운데 북핵협상에 정통한 고위 외교소식통은 8일 “이번 주가 북핵 협상의 고비가 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번 주 북핵 외교가는 분주하게 돌아간다. 북핵 불능화(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 문제가 논의될 북.미 간 실무협의(10∼11일)가 평양에서 예정돼 있고 북.일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11∼12일)도 베이징에서 열린다.

또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 문제를 협의할 6자 실무그룹회의도 11일 판문점에서 개최된다.

북핵 `2.13합의’의 골자인 ▲한반도 비핵화 ▲북.미관계 정상화 ▲북.일관계 정상화 ▲경제 및 에너지 협력 등과 관련된 협의가 이번 주에 모두 진행되는 셈이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3가지 회의의 의제는 모두 다르지만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 및 핵시설 불능화라는 비핵화 2단계를 마무리짓기 위한 협의라는 점에서 목표는 동일하다”면서 “이번 주 예정된 협의의 진행상황을 지켜본 뒤 의장국인 중국이 구체적인 6자회동 재개 일정을 잡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핵신고.불능화 마무리짓자” = 가장 주목되는 만남은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의 방북에서 이뤄질 북.미 간 실무협의다.

이번 회동은 작년 `10.3합의’ 이후 핵신고 및 핵불능화와 관련된 북.미 간 일련의 협의를 마무리짓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수 차례 방북으로 북한으로부터 핵관련 자료를 넘겨받는 등 북.미 간 실무협의를 주도해 온 성 김 과장은 이번에는 북측과 핵시설 불능화에 대해 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미 국무부는 밝혔다.

이에 따라 성 김 과장의 이번 방북 기간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 폭파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작년 `10.3합의’ 도출 이후 북.미 간 최대 쟁점이었던 핵 신고 문제는 사실상 마무리지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성 김 과장은 아울러 북한이 신고할 핵프로그램의 검증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의 핵신고가 늦어지는 근본적인 이유가 북핵협상을 바라보는 미국 내 강경파들의 곱지 않은 시선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이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릴 `카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 정부가 강경파들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철저한 검증체계의 구축”이라며 “이번 성 김 과장의 방북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북.일관계 진전 계기 마련하나 = 작년 9월 이후 중단됐다 9개월 만에 재개되는 북.일 관계 정상화 실무회의는 미국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본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한 진전없이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해서는 안된다며 미 의회와 행정부에 적극적인 로비를 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가 북한의 핵신고 접수를 사실상 `미뤄온’ 것도 일본에 대한 배려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북.일은 7일 열린 베이징 비공식 실무협의에서 오는 11~12일 이들 문제에 대해 공식 협의를 개시하기로 한만큼 일단은 긍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다.

특히 7일 협의에서 일본 6자회담 수석대표인 사이키 아키다카(齊木昭隆)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납치문제 해결을 거듭 주장한 데 대해 북한의 송일호 조일국교정상화 담당대사가 묵묵히 듣기만 했을 뿐 ‘이미 해결된 사안’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하지 않은 점이 주목된다.

적어도 북한이 일본의 주장에 강력 반발하며 협의가 파행으로 치달았던 전례가 반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갑자기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신 북한은 1970년도 요도호 납치에 가담한 적군파 요원 3명의 ‘추방형식의 일본 인계’를 제안하며 북.일 간 냉기류를 걷어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 에너지 지원 속도 높이는 방법 찾을까 = 11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경제.에너지 실무그룹 회의는 북한의 요구로 개최되는 것이다.

북한으로선 핵시설 불능화 조치를 원만하게 진행하고 핵신고도 앞두고 있는 데 이에 상응해 받기로 한 경제.에너지 지원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며 불만을 제기해 왔다.

특히 북측은 5일 열린 남북 에너지협의에서 그동안 “속도를 높여달라”고 주장하던 차원을 넘어 “지원 속도를 높이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고까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에너지 지원 속도를 높이지 않으면 비핵화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로도 들린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2단계의 상응조치로 약속됐던 경제.에너지 지원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3단계 핵폐기 협상에 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북한은 불능화 조치 11개 중 8개를 마무리했고 나머지 3개 조치 중 핵심인 폐연료봉 인출작업도 총 8천개 중 3천200개 정도가 진행됐지만 에너지 제공은 중유로 환산하면 총 95만t 중에서 33만여t(설비자재 계약분까지 포함하면 39만t)만 이뤄져 상대적으로 속도가 처진다.

외교 소식통은 “10일 5자(한.미.중.러.일) 공여국회의에서 경제.에너지 지원의 속도를 더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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