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의 우리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년 간 몸담았던 북핵협상 테이블을 떠난다.
정부 소식통은 13일 “이르면 이번 주 단행될 재외공관 인사와 맞물려 천 본부장이 교체될 예정”이라며 “후임으로는 김 숙 전 제주도국제자문대사가 내정돼 있다”고 말했다.
2006년 4월 취임했던 천 본부장은 2005년 도출된 ‘9.19 공동성명’의 시공도면인 ‘2.13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지난 2년 여간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천 본부장은 그동안 여러 자리를 통해 2.13합의로 핵시설이 폐쇄된데 이어 불능화 조치가 이뤄지고 있어 북한의 플루토늄 추가생산을 최소 1∼2년 이상 막은 것을 ‘보람’으로 꼽았다.
핵폐기 단계에 들어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핵프로그램 신고의 최종 타결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 교체돼 아쉬움이 없을 리 없지만 후임의 몫으로 돌렸다.
그에 앞서 수석대표를 맡았던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미국통에 강력한 리더십을 갖추고 있던 것에 비해 천 본부장은 유엔통에 조용한 편이어서 취임 당시에는 그가 북한과 수시로 기싸움을 벌이고 미국과의 공조가 강조되는 6자 수석대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BDA(방코델타아시아) 문제로 북.미가 힘겨루기를 하는 바람에 취임 여덟 달이 지나서야 6자회담에 데뷔했던 천 본부장은 막상 협상에서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한국의 고유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은 물론 필요할 때는 미국도 설득해 양측의 이견을 좁히는 데 기여했다.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부상과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폭탄주를 기울이며 회담장에서는 할 수 없는 ‘속 깊은 얘기’도 나눴다.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 등 핵문제를 진전시키기 위한 한국의 독창적 아이디어
를 미국과의 공조하에 회담장에서 풀어낸 것도 그의 몫이었다.
특히 그의 장점은 전문성을 갖췄기에 더욱 빛났다.
유엔 등에서 군축업무를 담당했던 천 본부장은 다른 수석대표들이 생소해 하는 핵관련 전문지식을 갖춰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었다. 핵관련 협상만 17년 간 하고 있는 김계관 부상도 전문지식에서는 천 본부장을 당해낼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10.3합의’ 부속합의서에 적시된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 작업 11개 항목 등 기술적 문제에 있어서는 사실상 천 본부장의 ‘감수’가 있어야만 6자회담에서 정식으로 채택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천 본부장은 이제 6자회담 무대는 떠나지만 유엔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의 대사로 물망에 올라 있어 여전히 북핵문제에 관여할 가능성이 크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