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해결, 중-북 갈라쳐야”

-황위원장께서는 북핵문제 해결방안과 관련하여 북-중 관계를 갈라놓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남한에는 북-중관계만을 특별히 연구하는 집단은 거의 없습니다. 황위원장께서는 북한노동당 국제비서를 지내시면서 중국공산당을 잘 알고 계시는데, 우리가 북-중 관계를 이해한다고 할 때 어떤 관점으로 보면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까요?

먼저 북한에 대한 중국의 근본적인 이해관계를 잘 보아야 합니다. 중국은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따라올 것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은 말을 듣지 않습니다. 지금 중국이 김정일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중국에 큰 손실을 가져오는 정도는 아닙니다.

김정일 체제로 인한 중국의 큰 손실은 중국 동북지방의 발전이 뒤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 동북지방에는 원유를 비롯한 풍부한 지하자원이 있고 곡물도 많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북지방의 항구는 대련(大連)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두만강 유역을 개발하여 대규모의 부동항을 건설해야 하는데, 이를 김정일이 딱 가로막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의 경제적 손실은 막대합니다. 또 탈북자 문제로 인해 중국은 인권유린 국가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중국은 김정일을 감싸고 있을까요? 중국은 김정일에게 핵을 포기하도록 강하게 요구하고 북한체제를 개혁개방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남한과 일본에서는 중국이 김정일 정권에 대해 운명을 좌우하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것은 북-중관계의 한 측면만 보는 것입니다. 중국이 김정일에게 직접 ‘핵무기를 생산하지 말라’는 요구를 못합니다. 사람들을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정일은 중국에 고자세로 나가도 중국이 북한을 버리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핵무기도 중국과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서 만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가 모르도록 철저히 비밀에 부쳤습니다. 중국이 핵무기 개발을 위해 김정일에게 도움을 준 게 없지요. 따라서 핵문제에 관한 한 중국이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갖지 못합니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갖는 객관적인 영향력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중국이 북한으로부터 떨어지게 되면 김정일은 100% 망하게 되어 있습니다.

-중국이 내부적으로 북한에 어느 정도의 경제지원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중국이 북한에 주는 무상원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외부에 발표되진 않았지만 과거 무상원조는 1억달러 정도였습니다. 항공기용 유류를 비롯한 군수물자였습니다. 현재 중국이 북한에 주는 무상원조는 중국측이 발표하는 그대로일 것입니다. 여기에 중국 동북지역과 북한과의 비밀무역 형태로 주는 원조가 있습니다. 일년에 대략 105만톤 정도의 식량과 북한이 쓰는 휘발유 60% 정도는 중국이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봅니다.

-중국의 북한에 대한 객관적인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면, 경제지원도 끊어버리고 북한과의 동맹관계를 재조정하게 되면 김정일도 어쩔 수 없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쉽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김정일 집단과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 없지요. 그런데 중국은 왜 북한을 보호하고 있는가. 이 문제는 중국의 근본적인 이해관계와 관련이 깊습니다.

황위원장이 설명하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이해관계는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 근본문제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의 이념과 사상 문제다. 황위원장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공산주의 사상을 완전히 버린 게 아니라, 사회주의-공산주의 건설방법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소련 사회주의의 실패의 원인을 경제건설을 소홀히 한 데서 찾고 있으며, 소련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기본적으로 마르크스주의 사상에 기초하고 있으며 공산주의 사회로 가는 데 경제가 중요한 만큼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공산주의 사회로 가는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시장경제와 중국의 경제생활을 보고 중국이 완전히 자본주의화 된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피상적인 견해라는 것이 황위원장의 관점이다.

둘째, 중국 공산당의 최종목적은 자본주의 체제를 철폐하고 사회주의 체제를 전세계적으로 수립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최종 경쟁대상은 미국이며 동양에서는 일본으로 간주하고 있다. 현재 중국 공산당 정책의 근저에는 미국, 일본과의 경쟁이 놓여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 핵무기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중국은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군사적 압력은 물론 경제제재까지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 사실상 김정일 정권의 핵무기 보유를 묵인하는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어지는 황위원장의 설명.

중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통해 궁극적으로 미국을 견제하려 합니다. 김정일이 핵무기로 남한을 위협하면 남한은 ‘평화공존’을 내세우며 김정일 정권과 적당히 타협하자고 합니다. 남한이 김정일과 타협하게 되면 남한은 계속 친북반미 경향성이 강해지게 됩니다. 최근 몇년 동안 남한의 친북반미적 경향성이 급속히 강해지고 있는데, 앞으로 10년 후 중국이 막강한 힘으로 성장하고 러시아 또한 경제적으로 강해져서 북한을 지원하게 되면 남한의 이같은 경향성은 더 강해질 것입니다. 이같은 경향성은 한반도 전체가 중국 쪽으로 기울게 만드는 힘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중국은 이같은 원대한 이익을 내다보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고, 현실적으로 북핵문제 해결에서 ‘중재역’을 맡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한반도 비핵화가 중국의 정책입니다. 그러나 중국은 김정일 정권에 핵무기를 폐기하라고 직접 말할 수 없습니다. 중국이 북한 핵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영향력이 없는데, 중국은 6자 회담에서 ‘중재역’을 자임해왔습니다. 북핵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력이 없는데도 중국이 ‘중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중국이 북한 핵문제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중국은 김정일 정권에 ‘당신들은 이미 쓸 수 있는 만큼 충분한 핵무기를 갖고 있는데, 왜 더 만들려고 하느냐. 이제 그만 만들겠다고 하고 경제지원도 받고 미국 일본과의 관계개선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그렇게 되면 남한은 더 반미친북적으로 될 것이 아니겠느냐’는 게 중국이 말하는 ‘중재’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한 두 가지 의문이 남는다.

첫 번째는 중국이 ‘권유’하는 대로 지금까지 북한이 만들어놓은 핵무기는 그대로 둔 상태에서 북한이 이제 더 이상 핵무기를 안 만들겠다고 선포하는 것이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에 과연 통하겠느냐는 것이다. 미국은 93-94년 제1차 핵위기 때 ‘더이상 핵무기를 안 만들겠다’(핵동결)는 북한의 약속이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과거 클린턴 행정부의 북핵문제 처리과정에서의 실수를 두 번 다시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외교적 표현이야 다를 수 있지만 미국은 북핵문제에 관해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수 없는 방법으로 핵폐기) 입장은 확고하다. 따라서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하겠다는 의사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 한 북한이 주장해온 ‘동결 대 보상’ ‘체제안전보장’ 등이 통할 리 없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아울러 과거핵 문제도 철저히 사찰할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미국은 현재 핵의 완전포기와 경제지원을 맞바꾸는 ‘리비아식 해법’을 북한에 권유하고 있다. 북한은 ‘리비아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두 번째 의문은 ‘궁극적으로’ 김정일이 과연 핵무기를 포기하겠느냐는 것이다. 황위원장은 “김정일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황위원장의 설명.

김정일이 있는 한 핵무기 문제, 대량살상무기 문제는 계속 남아있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북한 핵문제는 단순히 ‘핵무기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북한문제’입니다. 따라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려면 김정일 체제를 제거함으로써만 가능합니다. 또 핵무기는 어디까지나 ‘수단’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핵무기를 ‘누가’ 갖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김정일은 국제테러범입니다. 핵무기를 다른 사람이 아닌 ‘김정일’이 갖고 있기 때문에 위험한 것입니다. 만약 김정일 체제가 제거된다면 설사 북한에 핵무기가 수백발이 남아 있다 해도 위험할 것이 없습니다. 똑같은 ‘칼’이지만 요리를 만드는 주방장이 들고 있는 칼과 강도가 들고 있는 칼은 다릅니다.

그렇다면, 북핵문제 해결은 크게 두 가지 경로밖에 없어 보인다. 첫째는 군사적 방법으로 핵시설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다. 둘째는 황위원장의 방식대로 김정일 체제를 평화적으로 전환시키는 방법이다. 황위원장은 군사적 방법은 좋지 않다는 입장이다. 성공할 가능성보다 실패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전보다 수십배 어려운 북한과의 전쟁을 단행할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 전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김정일 체제를 제거하고 북한 핵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김정일 체제를 제거하는 문제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김정일 체제를 제거하려면 먼저 중국을 북한으로부터 떼어내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할 정도의 각오가 있다면 중국을 떼어내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중국이 북한과의 동맹관계를 끊어버린다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요?

만약 북-중 동맹관계에서 중국이 떨어져 나가면 김정일은 100% 망하게 되어 있습니다. 중국이 북한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면 러시아도 떨어지고 일본도 멀어지며 남한 내 친북세력도 떨어져 나가게 됩니다. 또 중국이 떨어지게 되면 북한내부에 혼란이 조성됩니다. 북한주민들은 모두 개혁개방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 상태에서 억압받는 북한주민들이 왜 가만히 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중국과의 동맹은 김정일에게 생명선이며, 중국이 떨어져 나가는 순간 김정일은 사망선고를 받는 것이나 다름 없게 됩니다.

-김정일은 현재 군을 앞세워 공포적인 방법으로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북한인민들이 들고 일어나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만…

김정일은 테러를 해보았기 때문에 자신이 테러 당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합니다. 주민들에게 공기총도 못 가지게 할 정도입니다. 만약 중국을 떼어놓게 되면 북한 내부에서 맨 먼저 군대가 들고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정규군 170만, 안전군 30만인데 군 고위간부와 특수부대를 제외하면 군인들에 대한 공급이 열악하기 짝이 없습니다.

젊은 청년들이 10여년동안 군대에 복무하며 매일 김정일의 총과 폭탄이 되어 죽는 연습만 하다 고향에도 돌아가지 못하고 또다시 광산 등지에서 집단생활을 해야 합니다. 90년대 대아사 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기 때문에 제대 후 고향에 돌아가게 되면 불만세력이 된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이들은 현재 김정일에 대해 많은 원한을 갖고 있습니다. 중국이 북한과 떨어져 김정일 정권을 교체하기 위한 내부와해 사업에 협력해준다면 하층군대와 제대군인들이 맨먼저 들고 일어납니다.

-그렇다면 현 상태에서 어떤 방식으로 중국을 떼어낼 수 있겠습니까?

중국은 절대 자기의 국가이익을 양보하지 않습니다. 또 자국의 이익에 맞을 때는 어떠한 형식에도 구애되지 않고 이익을 취하는 방향으로 나갑니다. 이 사실을 전제하고 중국과 사업을 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중국의 가장 긴절한 이해관계는 평화적인 환경 속에서 고도성장을 지속하여 미국을 능가하는 경제적 능력을 가지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미국, 일본 등과 협조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당면해서 중국은 북한문제 때문에 미국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중국은 미국 일본과 대립하지 않는 조건에서 김정일이 미국 일본 남한을 위협하는 것을 바라고 있지요. 그러나 중국은 향후 10년간 안정된 성장이 국익에 부합합니다. 김정일로 인해 미국 일본과 관계가 악화되어서 좋을 게 없습니다. 이 점을 미국 일본이 중국에 설득해야 합니다. 미국은 중국에 김정일 체제를 유지시켜줄 필요가 없다는 점을 설득하는 한편 북한에 대한 중국의 우월권을 인정해줄 필요도 있습니다. 김정일 제거 후의 북한정권이 반드시 친미적이 아니어도 상관없으며 개혁개방정권이 미국과 중국에 대해 평등하게 관계를 가지는 정권이라면 찬성한다는 입장을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 만약 중국이 북한 핵문제에 계속 이중적 태도를 취할 경우에는 어떤 방법을 동원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중국이 미국을 견제할 수단으로 계속 북한을 이용하는 낡은 방식을 고집하는 경우 일본과 대만을 핵무장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국내외적으로 반대여론이 크게 일어날 수 있지만 국제테러를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라크전보다 100배 어려운 전쟁을 치를 각오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단단한 각오를 한다면 중국이 반발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현 상태에서 중국은 미국과 대결할 능력이 없으며 북한과의 동맹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 일본과 대립하는 것이 중국의 근본이익에 배치되기 때문입니다.

대담・정리/ 손광주 편집국장 sohnkj21@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