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해결 `美의회 역할론’ 부각

최근 방북한 미국 의회 의원들이 북한이 미국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북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미의회의 역할을 강조하는 등 ‘미의회 역할론’을 들고 나와 관심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달 30일부터 나흘 간 톰 랜토스 미 하원의원(민주당)과 함께 방북, 김영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백남순 외무상,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을 만난 뒤 방한한 제임스 리치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아태소위원회 위원장(공화당)은 4일 서울 주한미대사관 공보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방북결과를 설명했다.

리치 위원장은 우선 미 행정부와 입법부의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입장에서는 검토되어야 할 세 가지 영역과 절차가 있다”고 전제한 뒤 “현재 논의 중인 원칙을 담은 성명이 도출되면 이후 (구체적인) 합의문 도출과 이행단계가 있다”며 “1∼2단계는 행정부 역할이지만 3단계는 의회의 역할”이라며 행정부와 의회의 협력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리치 위원장은 “(이번 방북에서) 미측 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에게 (미 의회가) 초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덧붙였다.

미 행정부가 성명 및 이후의 구체적인 합의문 도출 등 6자회담 1∼2단계에 성공하기까지 의회가 물밑에서 지지입장을 보내고, 이행단계로 넘어왔을 때는 그 모습을 드러내 미 의회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과거에도 북한의 초청으로 미 의원들이 방북해 북핵 문제 해결에 노력한 적이 있지만, 그의 이날 발언은 그 어느 때보다 해결 기류가 많이 엿보이는 현 상황에서 미 의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보다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같은 미 의회의 역할론은 미 행정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리치 위원장 등의 이번 대북 설득작업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당초 8월말∼9월초로 예정됐던 제4차 6자회담 속개회의가 북한의 일방적인 통보로 2주가량 순연된 것과 관련, 북한이 한미 양국군의 을지포커스렌즈(UFL)연습과 미 행정부의 대북인권특사 임명을 그 이유로 내세운 데 대해 이들은 북한 핵심 당국자들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해명을 하고 나섰던 것이다.

리치 위원장은 “군사훈련은 장기적인 계획하에 이뤄진 정상적인 것으로 전세계 모든 국가에서도 이런 훈련을 하고 있다”며 “가령 러시아와 중국도 최근 공동훈련을 했지만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방미시 환대받을 것”이라며 UFL훈련과 6자회담이 서로 무관함을 설명했다고 소개했다.

대북인권특사 임명에 대해서도 그는 “미 행정부 법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그간 지연됐었는데 이제는 준수할 수 밖에 없어 임명한 것”이라며 “나쁜 의도를 가지고 이뤄진 게 아니었다”고 적극 해명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나아가 “국제사회가 북한난민을 우려하고 있고 북한 인권문제는 정치와 무관한 사안으로, (미 의회는) 인도적 딜레마로 보고 있다”며 “나도 북한인권법안 작성에 직접 참여했는데 일부에서는 정권교체 목적이라고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단지 인도적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미국의) 노력들이 6자회담에 영향을 준다고 보지 않는다”고 회담과 인권 및 군사훈련 문제의 경계를 분명히 그었다.

북한이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평화적 핵이용 권리에 대해서도 그는 과거 클린턴 정부 시절 NPT(핵무기비확산조약) 탈퇴 등 북한의 위반 사례를 언급하며 “일반적으로 미 의회는 이런 문제들로 북한의 국제사회에 대한 신뢰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때문에 북한의 경수로 보유에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비록 미 행정부의 입장과 동일하지만, 뒤집어 보면 북한이 우선 모든 핵을 폐기하고 국제규범 틀 속에 복귀해 신뢰를 회복한다면 평화적인 핵시설을 가질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그가 “국제법상으로 어느 국가나 그런 권리를 갖고 있다”고 한 말 속에 이런 입장이 잘 드러나 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과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미 의회가 이번 방북을 계기로 북한의 오해를 불식하고자 해명을 하는 등 북한에 적극적으로 입장을 개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향후 회담과정에서 미 의회의 역할이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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