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타결 최대관건은 `합의이행 순서’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는 19일 북한의 핵무기와 모든 핵프로그램 폐기, 그리고 북한에 대한 경수로 제공 문제 논의를 골자로 하는 6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7월26일부터 13일동안 이뤄진 1단계 회담과 9월13일부터 1주일간 진행된 2단계 회담 등 도합 20일에 걸친 산고 끝에 한반도 비핵화는 물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담은 공동성명이 탄생한 것이다.

그 과정이 얼마나 지난했는 지는 북핵 2차 위기가 촉발된 2002년 10월 이후 이번 합의에 이르기까지 무려 3년 가까이 걸렸다는 점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4차 6자회담의 우리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가 회담 기간에 언급한 것처럼 이번 합의는 “원칙에 대한 합의”일 뿐 그 구체적인 실행방안과 시행시기는 담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앞으로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6개항의 공동성명 내용 중 시행시기를 규정한 부분은 없다.

그 대신 공동성명은 제5항을 통해 “6자는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하여 단계적 방식으로 상기 합의의 이행을 위해 상호 조율된 조치를 취할 것을 합의하였다”고 규정했다.

이제 ‘원칙에 대한 합의’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는 행동 원칙과 순서에 대한 논의가 남았다는 얘기다. 우리 정부 당국자 역시 회담이 타결된 뒤 “목표와 원칙을 정해 그에 따라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합의해야 하는 큰 과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결국 행동을 위한 시퀀스(sequence.순서배치)가 문제로 남았다는 것이다.

지난 해 6월 제3차 6자회담에서 가장 큰 걸림돌 중 가운데 하나가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원칙을 둘러싼 북미간 이견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후 협상에서도 섣부른 낙관이 개입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이를 증명하듯 북한과 미국은 회담이 타결된 지 하루로 채 지나지 않아 경수로 의 제공 시점 문제를 놓고 설전을 시작했다.

공동성명에 시기가 언급되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공동성명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양측이 설전에 들어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0일 “조미 관계가 정상화돼 신뢰가 조성되고 우리가 미국의 혁위협을 더 이상 느끼지 않게되면 우리에게는 단 한개의 핵무기도 필요없게 될 것”이라면서 “기본은 미국이 우리의 평화적 핵활동을 실질적으로 인정하는 증거로 되는 경수로를 하루 빨리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대북 신뢰조성의 기초로 되는 경수로를 제공하는 즉시,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복귀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담보협정을 체결하고 이행할 것이라고 덧붙여 최소한 핵포기가 경수로 제공과 동시에 이뤄져야 함을 분명히했다.

이에 반해 미 국무부는 19일(현지시간) 공동성명에 명시된 경수로 문제를 논의할 ‘적절한 시점’은 앞으로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 해체, NPT 복귀 및 IAEA의 모든 안전조치를 이행한 후를 의미한다고 못박았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역시 이날 뉴욕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은 현존하지 않고 멀리 있는 문제”라면서 “공동성명에서 합의된 것은 적절한 시점에 경수로 문제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 경수로 문제가 미래의 문제라는 점을 명백히 했다.

결국 북미가 지난 해 6월 3차 6자회담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된 ‘동시행동’(북한)과 ‘선핵폐기 후보상’(미국)을 놓고 다시 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차기 6자회담에서 공동성명에 수반되는 행동의 원칙과 목표에 대한 논의가 “문장에 나온 순서대로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공동성명은 1항에 한반도비핵화 원칙과 북한의 모든 핵무기 및 핵프로그램 폐기, NPT 복귀와 IAEA 사찰, 미국의 대북 불공격.침공, 그리고 ‘적절한 시점에 경수로 제공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2항에는 북미간 상호주권존중과 평화공존, 나아가 관계정상화 조치, 그리고 북일간 관계정상화 부분을 적시했다.

3항에는 에너지, 교역 및 투자분야에서의 경협과 대북 에너지 지원, 그리고 우리 정부의 중대제안이, 4항에는 동북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 그리고 동북아 안보협력 증진을 위한 방안과 수단을 모색한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공동성명 6항은 “6자는 5차 6자회담을 오는 11월 초 베이징에서 협의를 통해 결정되는 일자에 개최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명시했다.

정부 당국자는 회담이 타결된 뒤 “11월까지 관계국 협의에 따라 수석이 아닌 차석대표간 논의나 비공식 회합은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혀 그 전에 실무접촉이 있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과 미국이 회담이 타결된 즉시 공동성명 제1항에 명시된 경수로 문제 등을 놓고 격돌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본 게임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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