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타결 미·영 언론들, 조심스레 ‘환영’

미국과 영국 언론들은 13일 베이징 6자회담에서 극적으로 북핵 타결이 이뤄진 데 대해 조심스럽게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또 일부 매체들은 미국이 북-미 양자 협의와 ’보상’을 거부해 오다 결국 양자 협의와 보상을 통해 타협을 본 것이라며 부시 행정부의 ’외교실패’를 지적했으며 영국의 더 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 및 BBC 방송은 이번 합의와 1994년 제네바합의와의 근본적 차이는 바로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됐다는 점이라면서 이후 협상의 어려움을 전망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핵 문제 타결 갈 길 멀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번 6자회담에서 미국이 북한과 타협하려는 태도를 보인 것은 양자 관계 개선의 길을 연 것이지만 양국간 이전의 합의를 깨뜨린 문제가 다시 돌출할 경우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북-미 관계는 1950년 한국전쟁 이후 반세기 동안 불식되지 않고 있는 불화의 관계라면서 이번 합의가 북-미 관계는 물론 북-일 관계 정상화를 가능하게 하고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합의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또 이번 합의가 일정 부분 1994년 제네바합의와 유사하다면서 이번 회담의 미국측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벌써 부시 행정부 내외의 매파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어 차기 미국 정부 역시 이번 합의에 따른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BBC도 인터넷판에 ’오랜 대결의 끝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싣고 이번 합의가 제네바합의와 흡사하다면서 미국은 언제나 북한에 적대감을 보이다 과거 미국의 정권들과 마찬가지로 서서히 고통스럽게 교훈을 얻어 결국 타협에 이르게 된다고 강조했다.

피터 벡 국제위기감시기구(ICG) 동북아사무소장은 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몇 년 동안의 실수 끝에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을 그만뒀다”고 평가했다.

BBC는 또 이번 합의에 대해 미국 매파 인사들이 격렬히 반발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북한은 미국과의 대결에서 승리했다고 말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영국 신문 파이낸셜타임스는 ’악의 축에서 대타협으로’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이번 북핵 문제 타결 협상을 조심스럽지만 환영받을 만하다고 밝혔다.

사설은 이번 협상이 북한의 영구 비핵화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사설은 특히 미국과 일본 내 비관론자들 때문에 협상이 난항을 겪었지만 지난해 10월 북한이 핵 실험을 단행한 이후 협상 재개의 필요성이 높아졌으며 이번 6자회담에서도 북-미 대타협이 주효했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이어 이번 합의가 13년 전 제네바합의와 다른 점은 바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됐다는 점이라면서 초기 핵 시설 폐쇄 및 봉인 단계 이후 계속될 협상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 신문은 또 ’어떻게 북한이 국제적인 타협의 장에 다시 나오게 됐는가’라는 특집 기사에서 중동에서의 전쟁으로 외교적 입지가 약해진 부시 행정부가 부분적으로 강경 노선을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부시 행정부 초기인 2001년부터 미국의 대북 강경몰이가 시작된 2003년 초까지 대북특사를 지낸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이번 합의가 제네바합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부시 행정부의 외교실패를 질타했다.

그는 이번 합의에서 제네바합의를 무산시켰던 우라늄 농축 방식에 의한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 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도 북한에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을 정도의 대규모 원심분리기 시설이 없었다는데 전문가들이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면서 부시 행정부는 단지 제네바합의가 파기되기를 원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신문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북한이 냉전의 틀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4년 대량살상무기(WMD) 포기를 선언한 리비아의 무하마르 카다피 원수와 마찬가지로 플루토튬이 아니라 경제적 번영만이 살 길임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북한을 ’정상국가’의 길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해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상 을 시작하고 1953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한다는데 동의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시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더 타임스는 이번 북핵 문제 타결은 미국 정부의 놀랄 만한 양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부시 행정부가 몇 년 동안 북한과 1대 1 타협은 없음을 강조해 오다 결국 양자 협의를 통해 북핵 합의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또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해 물질적 보상을 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지만 이번 합의를 통해 3억3천만 달러 규모의 대북 에너지 지원으로 귀결됐다면서 부시 행정부도 결국 클린턴행정부의 대북정책으로 회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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