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타결 北 요구사항 대부분 관철

북한은 2단계 4차 6자회담 공동성명에 대해 자신들의 요구를 대부분 관철시켰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북.미가 전체적으로 윈-윈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사실 북측은 이번 회담의 기조연설을 통해 제시했던 미국의 핵위협 제거와 한반도 비핵화, 북.미관계정상화, 경제적 보상 문제 등 6자회담을 통해 얻으려고 했던 대부분을 챙긴 셈이다.

우선 미국과 남한이 한반도에 그 어떤 핵무기가 없다는 점을 공동성명을 통해 공개적으로 확인했을 뿐 아니라 향후 그에 대한 검증 가능성 여지도 남겨뒀다는 점에서 만족할 것으로 분석된다.

공동성명이 “6자회담의 목표가 한반도에서 평화적 방식으로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이루는 것이라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명시한 대목은 북측이 향후 핵문제 진전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남한의 핵무기 사찰 등 검증문제를 들고 나올 수 있게 해 놓았다.

또 미국의 북침공격과 군사적 위협을 우려해온 북한 입장에서는 대북 침략의사가 없다는 점을 문서로 못박았고 핵무기 위협뿐 아니라 미국의 재래식 무기로 인한 위협까지도 명시함으로써 2중 안전 보장을 담보받은 셈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제네바 합의에서는 핵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부분만 있었고 재래식 무기로 침공의사가 확인된 적은 없었다”며 “체제 보장에 대한 확고한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욱이 6자회담 휴회 기간 을지포커스렌즈 연습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던 북한은 향후 한.미 합동군사연습 등 모든 군사행동에 대해서도 미국과 남측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를 남긴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아울러 추후 평화협정 체제 협상을 약속받은 것 역시 북한이 1990년대부터 줄곧 주장해 온 정전협정을 평화협정 체제로 바꾸는 문제를 실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핵문제 해결의 관건으로 대북 적대정책 포기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촉구했던 북한의 요구도 비록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성과로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엔헌장의 원칙과 목적을 준수한다”고 밝힌 대목은 북한이 그동안 유엔헌장을 내세우면서 북한의 자주권 존중을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이 다른 참가국과 함께 북한에 에너지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대목도 북한 입장에서는 큰 소득이다.

미국은 3차 6자회담에서 회담 참가국들의 경제적 보상에 대해 허용한다면서도 직접 제공을 거부해 온 반면 북한은 미국의 이같은 태도를 대북 적대정책이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는 근거로 삼으면서 반발해 왔다.

거기에 북한은 향후 경수로 건설의 여지를 남겨놓으면서도 남한으로부터 200만㎾의 전력을 제공받게 됨으로써 에너지 확보 차원에서도 실리를 챙겼다.

특히 이번 회담의 최대 쟁점이자 2단계 회담에서 들고나왔던 평화적 핵 이용권리, 구체적으로 경수로 건설도 완전 포기가 아니라 `미래의 권리’로 유보해 뒀다.

‘적절한 시점에 제공 논의’라는 썩 만족스러운 수준의 합의는 아니지만 경수로 건설 자체를 못박고 평화적 핵이용권리를 인정하는 등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킬 여지를 남긴 것이다.

평화적 핵이용권은 에너지 확보 차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아직은 북.미 간 신뢰는 고사하고 미국이 북한체제 붕괴를 노리면서 적대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는 미측에 대응할 유효한 수단을 보유하게 된다.

북한은 `약속을 깬 미국’에 동결시켰던 핵시설의 가동과 핵무기 개발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고 결국 이 같은 대응조치가 이번 회담에서 공동성명을 이끌어 내는 데 효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전례로부터 북한이 요구하는 경수로 건설, 포괄적으로 평화적 핵이용권의 보유는 미국이 그 어떤 이유를 내세워 북미관계정상화와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미적거릴 때 언제든지 빼어들 수 있는 대응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관건이었던 경수로 문제를 추후 논의하기로 한 것은 여지를 남긴 것”이라며 “경수로 때문에 결렬될 수 없어 과도기적 형태로 봉합을 한 것이지 미국이 보장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실장은 “북한은 지금부터 핵무기 포기 과정에 들어가지만 미국은 북한의 핵포기가 끝난 뒤 마지막에 충족해 주는 것”이라며 “미국의 확고한 이행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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