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타결로 남북정상회담 고개 드나

베이징(北京) 6자회담이 13일 북한과의 조건부 핵폐기 합의라는 소기의 성과를 이끌어내면서 남북정상회담 개최문제가 다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북핵문제가 중대 전환점을 맞은 것을 계기로 남북이 제반현안 논의를 위한 고위급 대화를 재개하면서 자연스럽게 남북정상회담 개최 노력에도 탄력이 붙지 않겠느냐는 관측에서다.

6자회담 참가국들간의 끈질긴 대화 노력의 결과로 한반도 비핵화 실현의 전기를 마련한 지금이 남북정상회담의 적기라는 얘기도 나온다.

무엇보다 이번 베이징 회담을 계기로 ‘6자회담 진전’이라는 남북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이 상당 부분 충족된 점은 회담 성사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노 대통령도 지난달 25일 신년회견에서 남북정상회담 문제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이 같은 취지의 언급을 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은 당시 회견에서 “6자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은 순차로 이뤄져야 한다”며 “6자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을 중심축으로 움직여온 북핵문제가 정리돼야 남북간 문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말했다.

북핵문제가 ‘정리’된 것이냐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이번 6자회담을 통해 실질적 진전을 이뤘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북한이 중유 등 에너지를 제공받는 조건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등 핵폐기를 위한 초기단계 이행조치를 수용하는 데 합의했기 때문이다.

북핵폐기는 미국이 북미관계 정상화의 전제로 일관되게 요구해온 조건이다. 실제로 북미 양국은 이번 6자회담 5단계 3차 회담 후 ‘북미관계 정상화 워킹그룹’을 구성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와 적성국교역법 문제를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6자회담 무용론에 대북 선제공격론까지 낳은 지난해 10월 북한 핵실험 사태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가 대북 포용정책 기조를 유지한 점도 남북대화에 미온적이었던 북한의 태도변화를 압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은 북핵실험 사태 후 미국과 일본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확대 주장에 맞서 대화노력을 강조했고, 이는 중국의 중재노력과 맞물려 북한과 미국을 6자회담의 대화 틀로 복귀시키는 데 적잖은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노 대통령이 임기 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기에는 참여정부를 둘러싼 정치적 환경이 녹록하지 않다는 점이다.

연내 정상회담 개최가 한나라당의 정권 탈환 가능성이 굳어지고 있는 현 대선판도를 뿌리째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당장 국회 원내 1당인 한나라당이 반대 당론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이 이번 6자회담 결과에 대해 “핵시설의 동결 또는 일시적 폐쇄가 아니다. 안전하고 검증 가능한, 회복 불가능한 핵폐기라는 최종목표까지는 아직 멀었다”는 대변인 논평을 낸 것은 남북정상회담 개최론에 미리 제동을 거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지난 1일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도 “정부가 8.15 서울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목표로 북한과 실무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남북정상회담 반대 세력을 수구세력으로 몰아 대선을 `평화 대 전쟁’ 구도로 재편하려는 대선용 위장 평화공세”라고 주장한 바 있다.

반면 노 대통령은 신년회견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한다면 (한나라당이) ‘원칙 없는 양보는 안된다’ 이런 주문은 할 수 있지만 ‘당신 하지 마시오'(는 안된다)’라는 주문은 안된다”며 기회가 된다면 임기 말에도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남북정상회담이 추진된다면 대선을 앞두고 보혁대결과 국론분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문제는 여전히 남측보다는 북측의 인식이 더 중요하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에서 답방 약속을 한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이번 6자회담 결과를 비롯해 연말 대선과 한반도 안보상황 전반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가 남북정상회담 개최의 관건이 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