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진전…”대북정책 비전 제시할 때”

북핵 문제가 진전 조짐을 보임에 따라 비핵화를 남북관계 발전과 연계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도 재점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비핵.개방 3000’ 구상과 함께 상생과 공영의 남북관계를 모토로 내 걸었지만 북측의 강한 반발 속에 7월 초 현재 북한과의 당국간 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상호주의가 가미된 호혜적 협력을 추진하고 여론에 기반한 투명한 남북 관계 정립과 함께 국제공조를 통한 북핵 해결을 우선 과제로 상정했다.

그에 따라 정부는 북의 요청이 있어야 지원한다는 대북 식량지원 원칙과 북핵 진전과 연계해 추진할 이른 바 ‘경협 4대 원칙’을 천명했지만 북은 호응하기는 커녕 극단적 언사를 동원해 반발하는 양상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당국간 대화 단절의 여파가 민간 분야로 퍼지는 양상이다.

개성공단 3통(통행.통관.통신)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이 개성공단 통행 시간을 단축하는 몽니를 부리면서 우리 입주기업들에 적지 않은 피해가 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산가족 상봉 논의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으며 작년 상생의 경협모델로 주목받았던 경공업-지하자원 협력도 추진 전망이 불투명하다.

또 남북관계가 파행을 겪으면서 국제적 측면에서는 비핵화 진전에 따른 한반도 주변 정세의 호전 국면에서 우리 정부가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이 지난 달 말 대북 식량지원 1차분을 배송한 때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북이 정부의 옥수수 5만t 지원 제안을 명시적으로 거부한 것은 이런 우려에 힘을 실었다.

이런 터라 대북정책에 대한 철저한 한미공조를 바탕으로 남북, 북미 관계의 3각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구상도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이 북의 핵신고에 맞춰 자국내 대북강경파와 일본의 반대를 무릅쓰고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결정하는 등 북.미 관계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문제에서 한미간 완벽한 속도조절을 기대하긴 어렵게 됐다는 시각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대북 식량 지원 문제를 놓고 시기와 방법을 고민하던 정부가 지난 5월 중순 한.미 간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내려진 미국의 대북 식량 50만t 지원 결정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던 일은 이런 시각에 힘을 싣는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남북관계에 대한 구체적 정책 비전을 내 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핵 진전에 맞춰 개성공단 3통 해결, 이산가족 상봉, 북한 식량난 해소 등을 현안 과제로 언급했지만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이 과제를 이행할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다.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한데, 북한의 태도변화가 있을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 당국자의 간담회 발언 요지였다.

또한 정부는 북핵 진전에 맞춰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한 비핵.개방 3000을 현 북핵 신고 단계에 어떻게 적용할지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물론 현 상황을 남북관계의 조정기로 규정하면서 대북 정책의 원칙을 지키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는 여론과 남측에 대한 무차별적 비난으로 일관하는 북한의 행태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그러나 정부는 옥수수 5만t 지원 문제와 관련, 처음에 ‘선 접촉.후지원’ 해법을 꺼내 들었다가 북한이 옥수수를 받는 것 자체를 거부하자 무조건적인 지원으로 선회함으로써 사실상 원칙만 훼손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북한의 변화를 기다리는데 더해 대북정책 원칙이 지향하는 쪽으로 남북관계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보다 정교한 전략을 수립하고 실질적인 대화 재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박사는 “정부가 지금까지는 대북정책의 비전을 별로 제시하지 않았다”며 “이제는 선거 시절에 만들었던 기본원칙에 뒤따르는 후속조치가 나와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 박사는 이어 “정부가 완전히 대북정책의 기조를 바꿀 경우 그것은 정책의 혼선으로 연결되는 만큼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비핵.개방 3000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액션플랜을 짜고 이 구상이 실제로 어떤 의미를 갖는 지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