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중재 DJ역할론, 말도 안된다”

▲ 김대중 前대통령 (사진:연합)

김대중 전대통령이 20일 북한 핵문제 중재자 역할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히면서 ‘대북 중재자 역할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 전대통령은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가진 인터뷰에서 “남북간 대화가 잘 안되니 필요하다면 꽉 만힌 관계를 풀기 위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김 전대통령의 발언은 1994년 1차 북한 핵위기 때 북한을 방문해 북-미 핵위기 해소에 중요한 역할을 한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지미 카터 전대통령은 1994년 6월 미국이 유엔안보리에서 북한 제재안을 상정하고 군사행동을 준비하고 있던 시점에서 방북했다. 김일성은 카터를 통해 미국이 제시한 전제조건을 수용한다는 내용의 친서를 클린턴에게 전달하면서 핵위기 해결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김 전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현재 정계를 은퇴했고 대통령과도 가깝지 않다는 조건을 들어 대북특사 역할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초청할 경우 북한을 방문해 여러 현안들을 중재할 수 있다”고 말해 김일성이 특사를 보내 카터를 초청한 사례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전대통령의 이러한 북핵 중재자 역할 의지 표명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거의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국 부시 정부는 이미 94년 북-미 간에 이루어진 제네바 합의를 외교적 ‘실패’로 인식하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Condoleezza Rice) 미 국무장관은 그동안 빌 클린턴 정부 당시 북한과 맺은 제네바 합의를 실패로 평가하면서 북한과의 양자 협상은 없을 것임을 명백히 해왔다.

미국은 제네바 합의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모든 핵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CVID)이며, 이를 다자(多者)회담의 틀을 통해서 해결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신뢰할 수 없는 대상에게 양자협상을 통한 대타협(grand bargain)을 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다. 이러한 원칙 아래서 김대중 전대통령의 중재론이 설득력을 얻기는 힘들다는 평가다.

강원식 관동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한국의 중재역할을 필요로 할 만큼 다른 채널이 없는 상황이 아니고 북한도 미국에 새로운 제안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김대중 중재론에 회의적인 의견을 표시했다.

강교수는 이어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 양측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는 대상인지도 의문”이라며 “제네바 합의와 같은 동결대 보상이라는 합의를 이뤄내기에는 여러가지 조건이 이미 어려워진 상황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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