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정계개편에 ‘실종된’ 국감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내달 1일 종료까지 불과 사흘밖에 남지 않았으나 ’북한 핵’ 바람에 휩쓸려 정책 국감은 물론 다른 이슈들까지 묻힌 채 막을 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감은 북한 핵실험 사태로 당초 합의된 일정보다 이틀 늦게 시작되는 등 출발부터 순탄치 못했던 데다 후반기에는 ’개성 춤파문’과 ’간첩단 사건’까지 등장하면서 국감장이 온통 북한 문제로 뒤덮인 것.

여기에 국감 기간에 실시된 10.25 재보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여권발(發) 정계개편 논의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민생경제와 관련된 정책적 이슈가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는 ’맥빠진’ 국감이 됐다.

올해 국감에서는 사실상 모든 상임위에서 전방위적인 북핵 공방이 벌어졌지만, 특히 주무 상임위인 통일외교통상위와 국방위는 여야간 정치공방과 색깔론 논쟁이 벌어지면서 파행을 거듭했다.

재경위에서는 남북경협기금 부실화, 산자위에서는 북한 자원개발사업, 복지위에서는 북한의 생물테러에 대한 정부 대응이 각각 논란이 됐고, 과기정위에서는 정부의 북핵실험 포착 능력을 놓고 여야간 설전이 오가는 등 ‘북핵’ 이슈가 무늬만 바꿔 모든 상임위장을 장식했다.

국방위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개성공단 춤 파문을 이유로 열린우리당 원혜영(元惠榮) 의원의 군부대 시찰을 저지하면서 파행을 빚었고, 통외통위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 의원의 원색적인 비난 발언으로 진통을 겪었다.

이밖에 한나라당 공성진(孔星鎭), 송영선(宋永仙) 의원의 ’전쟁불사론’ 발언과, 같은 당 이혜훈(李惠薰) 의원의 ’통일부는 북조선인민공화국 서울지소’ 발언도 여야 대치를 심화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와중에 ‘386 간첩단’ 사건, 외교.안보라인의 전면 교체 등이 잇따르면서 한나라당은 대정부 공세에 당력을 집중하고, 열린우리당은 재보선 참패 이후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빨려들며 국감은 뒷전으로 밀려난 게 사실이다.

과거와 달리 권력형 비리 의혹이 부각되지 않았다는 점도 이번 국감의 특징. 국회법상 9월에 실시됐어야 할 국감을 한달 미룬 원인이 됐던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 파문이 일부 다뤄지긴 했으나 이 마저도 북핵사태에 밀리고 추가적인 사실이 드러나지 않음에 따라 본격적인 논쟁거리로 발전하지 못했다.

내년 말 대선을 앞두고 사실상 17대 국회의 마지막 국감이라며 ’정책 국감’을 한목소리로 다짐했던 여야 원내지도부도 스스로 “국감 정신이 실종됐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열린우리당 노웅래(盧雄來)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국감이 행정부를 감시, 견제하는 본연의 기능을 못하고 정치공세나 정쟁의 장으로 변질됐다”며 “대안을 제시하는 국감을 하자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점수를 못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올해 국감에서 그나마 의원들의 정책보고서가 많이 나왔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자평했다.

한나라당 주호영(朱豪英)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이번 국감은 출발할 때는 바다이야기 사태, 낙하산 인사, 경제실정, 전효숙(全孝淑) 헌법재판소장 사태 등 이슈가 많았는데 종착지에서는 북핵문제에만 집중된 것 같다”면서 “아울러 정부와 여당의 국감 방해도 정책 국감의 걸림돌이 됐다”며 여권에 책임을 돌렸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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