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실험으로 남북한 군비경쟁 불가피”

한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이유로 미국과 전시작전권 이양시기의 연기를 논의한다면 미국을 설득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한승주(韓昇洲) 고려대 명예교수가 14일 말했다.

현 정부의 초대 주미대사를 지낸 한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전작권 이양은 한미 정상 간에 합의된 기정사실화된 문제이지만 북한의 핵실험은 이 시점에서 전작권 이양의 당위성을 더 약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우리가 북한 핵실험을 이유로 적극적으로 미국과 전작권 이양의 연기를 논의한다면 미국을 설득시킬 수 있는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한 교수와 일문일답이다.

— 지난 10월 17일부터 21일까지 윤이상음악제 참석차 북한에 다녀 오셨는데, 그때 북한의 고위 당국자를 만난 것으로 안다. 북한은 핵실험이 한국의 대북 포용론자들의 입지를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핵개발을 했다.

또 2000년 남북 정상회담으로부터 6년 만에 핵실험까지 왔다. 북한이 국제사회 고립, 제재 위험 등을 무릅쓰고 핵무기를 개발한 이유는 무엇인가.

▲ 북한은 이미 198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핵개발에 착수했고, 90년을 전후해서 소련과 동구권이 와해되는 과정에서 체제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에 핵개발에 더 박차를 가했다.

북한은 체제유지를 위해서 남한과의 군사균형에서 우위를 차지해야겠다는 목적, 또 외부의 공격가능성에 대한 억지력을 확보하자는 목적도 있었다.

북한같은 나라에서는 체제와 정권을 유지하는 것이 최고의 우선순위를 차지한다고 봐야 한다. 그러기 때문에 제재를 받는다든지, 남한과의 관계가 덜 좋아진다든지 이런 것은 (어떤 정책에) 결정적인 고려사항이 될 수는 없다.

국제적으로는 이미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금 더 받아도 크게 지장받을 건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고, 또 (북한도) 실제로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다.

남한과의 관계에서는 한국의 포용정책이 그대로 유지되고 계속될 것으로 기대했다고 볼 수가 있다.

— 북한 핵실험 후 한반도의 통일은 과연 필요한가, 한국은 포용정책 등으로 북한을 계속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 등의 의문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핵실험으로 남북 간 군사균형이 깨진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지금 남북관계에서 국민들의 현실 인식과 실제 현실 사이에 간격이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어떤 것인가.

▲ 북한 핵실험은 오히려 한반도 통일의 필요성을 더욱 강조하는 면이 있다. 다만 그 (통일의) 실현이 더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포용정책의 목적은 인도주의적 지원, 북한 정책의 변화, 북한 체제의 개방과 변화에 있다.

그러나 그것이 대량살상무기의 포용까지 포함하지는 않을 것이다. ‘핵실험으로 남북간 군사균형이 깨진 것은 아니라는’ 노대통령의 언급에 대부분 안보전문가는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그런 인식이 정책의 기저가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현실을 직시하고 그것에 기초해서 정책을 수립하면 국민의 불안감이 적어질 수 있을 것이고, 국내외적으로 신뢰감도 더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상태에서는 물론 앞으로도 북한이 핵무기를 더 확보를 하게 되면 군사적인 균형에 영향이 있다. 예를 들어 북한과 재래식 분쟁이 생겼다고 했을 때 북한도 그렇고 남한도 그렇고 늘 북한의 핵무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지 않아야 되고 그럴 리가 없겠지만 혹시 북한이 장사정포를 발사했다고 하면 핵무기 이전의 포탄과 그 이후의 포탄의 의미는 다를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가 억지나 방어를 얘기할 때 북한의 핵무기를 의식하고 대처하는 조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미국에 대한 군사력의 의존도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오게 될 것이다.

— 북한 핵실험 이후 남북 간의 군비경쟁이나 긴장 고조 가능성은. 6자회담의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 군비경쟁은 불가피할 것이다. 남한은 최소한 핵무기 이외의 분야에서 북한 핵무기와 운반수단(미사일 등)에 대한 대응조치를 추구할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그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또 그것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지금은 북한이 핵무기는 남한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혹시 관계가 어려워지든지 또는 국지적으로 서해교전같은 것이 발생할 때에는 핵무기를 믿고 조금 더 강하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것이 긴장이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또 북한 핵에 대해 대처하는 과정에서 남북간 또는 북한과 다른 나라 사이에 긴장이나 분쟁이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이나 한국이 북한을 지원하는 것을 좀 더 용이하게 만들자는 목적도 있을 것이고,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북한은 회의 자체를 핵보유국으로서 하는 것이다. 그래서 회의가 깨지게 되면 상대방이 그것(핵보유)을 인정 안했기 때문에 회의를 계속할 수 없다는 명분이 생기고, 가능성은 없지만 상대방이 그것을 인정하면 그 자체로서 물론 북한 입장에서는 좋은 것이다.

— 북한이 필요하니까 나온다는 것인가.

▲북한이 필요하니까 그리고 나와서 손해볼 것이 없으니까 나오는 것이다. 다만 6자회담에 나온다는 자체와 핵문제 해결은 별개 문제라고 봐야 한다.

작년 9월 핵실험 안한 상태에서도 6자회담에도 나오고 공동성명에도 합의했다. 결과적으로 별무성과가 되기는 했지만… 지난해 9월 이후에 얻은 시간을 북한은 핵실험을 위한 준비기간으로 썼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이런 절차를 거쳐서 그 다음 단계로 가는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 6자회담은 원래 북한 핵개발을 포기시키자는 것인데 북한은 이것을 다른 개념으로 접근한 것인가.

▲ 북한이 그동안 6자회담을 잘 활용한 것은 사실이다. 6자회담에 나오는 것을 하나의 시혜행위로 여기고 나옴으로 해서 나온다는 자체로 보상받은 점도 있다.

또 나옴으로 해서 사람들에게 이 문제가 해결의 길로 가고 있다는 희망감을 주는 효과도 있었다. 잘 안됐을 때에는 그 책임을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전가시키는 효과도 있었다.

그래서 미국이 6자회담을 주장하고 강조를 해왔지만 사실은 핵문제 해결이라든지 미국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것 보다는 북한의 자기 목적을 달성하는데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 북한 핵실험 이후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그것을 이어받은 노무현 정부의 포용정책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오고 그런 평가에 대한 반박도 나오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한 교수께서는 북한 태도와 관계없이 교조적으로 햇볕정책을 고집할 때 우리는 북한의 행위에 대해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신 적이 있다. 햇볕정책과 현 정부의 포용정책을 평가해 달라.

▲ 햇볕정책이나 포용정책은 세 가지 목표를 갖고 있다고 본다.

하나는 북한 대중의 삶의 고통을 덜어주는 인도주의적인 것이다. 둘째는 장기적으로 북한의 사회와 체제를 개방시키고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셋째는 단기적으로 북한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목표가 있을 수 있다.

이중 인도주의적이고 장기적인 목표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햇볕이건 포용이건 대다수의 국민이 그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본다.

그런데 단기적으로 어떻게 북한의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느냐하는 문제는 다르다. 우리가 북한 정책을 바꾸게 하는 수단으로는 포용정책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북한의 어떤 정책이 공격적이거나 핵무기에 관한 정책일 때 그것을 견제하고 브레이크를 거는 식으로 포용정책을 활용해야 한다.

정부의 포용정책을 놓고 볼 때 우리가 이런 장기적인 목표와 단기적인 목표의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또 북한의 정책에 대한 견제수단으로 포용정책을 사용하는 것을 거부한 것 등은 지양해야 될 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 한 교수께서는‘남과 북 그리고 세계’라는 저서에서 “북한이 경직되게 나올 때에는 그에 대응하는 강경입장을 견지하고, 다소나마 융통성 있는 태도를 보일 때 그에 상응하는 정도의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북의 변화를 조장하는 방법”이라는 주장을 하셨다.

또 북한을 고장난 폭격기에 비유하시면서 이 폭격기가 추락하지 않고 활주로에 무사히 착륙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이 폭격기는 핵무기까지 탑재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 폭격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국정부는 북한 핵무기 보유에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 일단 대북정책에서는 상호성(reciprocity)이 강조돼야 한다고 본다.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하던 간에 아랑곳없이 같은 정책을 계속한다고 했을 때에는 북한으로서는 융통성 있는 태도를 보일 동기가 없어지는 것이다.

북한은 자기가 무엇을 하든 한국은 계속 같은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북한을 고장난 비행기라고 얘기하는 것은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고, 또 외교적으로 비타협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착륙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체제 변화나 정권 변화를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 정의를 북한이 국제사회에, 주류사회에 동참하고, 북한의 행위가 정상적인 국가로서 취급될 수 있을 때를 착륙이라고 본다면,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동시에 북한의 경제문제라든지 또는 북한이 생각하는 안보문제 이런 것들도 가능한 한 해소시켜주는 것이 착륙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를 위하여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융통성 있으면서도 단호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북한의 핵무기에 대처하는 데는 우리 입장에서 첫걸음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냐를 확실히 해두고, 또 그것에 국제적 공감대를 만들어내고, 국제사회와 공조하면서 평화적인 해결의 길을 모색하고 추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약간 추상적인 대답이긴 하지만 그런 노력이 좀 부족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그것이 현실에 입각한 것이건 아니건 간에 우리의 인식을 고집하고, 다른 나라들과 북한 핵무기 대처방안을 논의할 때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냐는 것보다 우리의 방법 대 당신들의 방법을 구분하고 그래서 그것을 또 하나의 협상할 문제로 삼고 있는 것이 이 문제를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가져오는 것이 아닌가 한다.

— 한국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정식 참여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유엔 대북제재위에 제출할 안보리 결의 이행보고에 특별한 추가적 대북제재 조치를 담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한국이 이 문제에서 외교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은 없나.

▲ 가능성이 있는데, 아마 한국정부는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한이 있더라도 이것이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길이고, 남북관계를 유지하는 길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남한이 북한을 옹호하고 또 북한을 포용함으로써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데 대해서 북한이 그것에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다. 북한이 고맙다고 생각할 것이냐 또는 북한이 남한을 경시하는 쪽으로 갈 것이냐 하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후자, 경시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동북아 정치 군사 정세에 변화는 없는가. 일각에서는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할 필요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다. 한국이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 필요성은 없는가.

▲ 동북아에서는 핵확산의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에는 핵무장의 길로 들어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일본은 핵기술이나 물질에서 핵보유국의 문턱에 와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일본은 10t 이상의 플루토늄을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에 6개월에서 1년 안에 200여 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구태여 지금 핵무장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만 일본이 그동안 핵물질과 핵기술을 꾸준히 축적해왔고 (북한의 핵무기 보유로 인해) 앞으로 그 분야에서 박차를 가하리라고 예상은 할 수가 있다.

그렇게 되면 짧은 기간 내에 중국 수준의 핵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아마 중국도 일본의 핵보유국화에 대해 그렇게 크게 추가로 우려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생각한다.

즉, 일본의 핵무장에 대해서 당면 이슈로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핵무기를 개발하면 여러 가지 면에서 막대한 지장이 있을 것이다. 하나는 경제적으로 우선 에너지의 50% 이상을 핵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는데 그것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

즉, 우리가 핵연료를 외국에서 가져와야 하는데 그것도 어려워지고, 핵에너지의 원료 확보, 또 그와 관련된 국제협조가 어려워진다.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입지가 약해지고, 한미동맹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이고, 미국의 핵우산이라는 것에도 지장을 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길로 가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실제로 핵억지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하면 그것도 확실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자체 핵무기 개발은 현명치 못한 선택이라고 본다.

— 전시작전권 이양시기가 2009년에서 2012년으로 잠정 결정됐다. 전작권 이양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 전작권 이양은 특히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상황에서 애초의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우리는 북한 핵에 대응할 억지력도 없고, 방어력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작권 이행을 강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그럼에도 전작권 이행을 강행한다면 연합사의 기능을 대체해서 동맹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이행할 기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전작권을 이양하게 되면 이양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그 이후에도 사실은 위험이 꽤 크고, 앞으로 우리가 몇 년 동안 위험한 고비를 넘어야 한다.

국방비에 막대한 금액을 투입해야 하며, 한국 방어의 책임을 전적으로 한국군이 짊어져야 한다. 미국은 선택적으로 자의에 의해 한국방어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미국이 앞으로 한국방어에 얼마나 참여할 것이냐는 것도 주한미군 규모, 성격, 종류 같은 것도 미국이 큰 의무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변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한국은 앞으로 조직 및 군비확장, 작전 통제능력 확보 등에서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작권 이양은 한미 정상간에 합의된 기정사실화된 문제이다.

그러나 북한 핵실험은 이 시점에서 전작권 이양의 당위성을 더 약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북한의 핵실험을 이유로 적극적으로 미국과 전작권 이양의 연기를 논의한다면 미국을 설득시킬 수 있는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 미국 부시 행정부가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을 보면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거부함으로써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본의 아니게 도와준 측면이 있지 않은가.

또 북한이 분명히 금지선을 넘은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의 앞으로의 가능한 선택은.

▲ 미국이 직접대화를 했더라면 문제가 해결됐을 것이냐는 의문은 있지만 미국이 직접대화에 인색했던 것은 사실이다. 미국은 금지선도 확실히 만들어놓지도 못하고, 금지선이 어느 정도 있었다고 해도 단계마다 그것을 지키지도 못했다.

즉, 북한이 핵물질을 재처리하고,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고, 핵실험을 하는 등의 고비마다 미국이 거의 속수무책으로 북한으로 하여금 그 선을 넘게 한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금지선을 넘은 다음에도 특별히 대응을 효과적으로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 상태에서 미국이 저렇게 이라크에 빠져 있고, 또 이 지역에서도 한국이나 중국이 (미국의) 강력한 대응에 대해서 브레이크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 미국으로서는 선택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다만 있다면 유엔제재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등을 통해 북한을 계속 압박하고 그 압박의 강도를 점점 더 강화하거나 또는 협상을 주로 하는 선택이 있다.

무력행사의 옵션은 없다고 봐야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미국 내에서도 반대의견이 강하고, 특히 중간선거 이후에는 더 그런 옵션이 없어졌다고 봐야 한다.

—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게 됐다. 중간선거의 영향으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경질되고 존 볼턴 유엔대사의 자리도 위태롭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어떻게 변화하리라고 보는가. 또 한국은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어떻게 유도하는 것이 좋은가.

▲ 행정부나 대통령이 바뀐 게 아니기 때문에 한반도 정책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는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해서 부시행정부의 독주를 막을 수는 있지만 새 정책을 강요할 수는 없다. 외교부문에서 의회의 역할은 행정부를 견제할 수는 있지만 행정부를 리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이번 선거의 결과로 체니 부통령 등 미국의 초강경파의 영향력이 감소될 것으로 본다. 그래서 결국 미국은 압력과 대화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 어떤 균형을 추구하느냐가 문제인데 앞으로 대화의 비중이 조금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강경파들은 북한과의 대화를 압력의 명분을 주는 옵션으로 생각했다. 즉, 대화가 안될 것으로 예상하고 대화를 하다가 안되면 압력을 넣은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압력은 대화를 위한 수단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선출이 한반도에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한국은 국가이익을 위해 유엔 사무총장을 이용할 수 있나.

▲ 반기문 전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선출은 본인과 한국에 굉장히 영예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유엔의 사무총장을 국가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런 것은 전례도 없을 뿐 아니라 그렇게 함으로써 자국인의 사무총장 역할을 어렵게 만들 뿐이다.

그가 유엔의 일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한국과 한반도의 평화를 증진시킨다든지, 인권 향상이나 핵문제 해결 등에 기여한다든지 하면 결과적으로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반 사무총장이 우리 국가이익을 위해 무엇인가 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사무총장직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세계를 위해서도, 우리나라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 한 교수께서 지금 현 정부의 대외정책 책임자라면 앞으로 1년여 간 무엇에 주력하겠는가.

▲ 우선순위로 본다면, 첫째가 한미동맹의 복구와 강화 도모이고 둘째는 북한 핵문제의 심각성에 비추어 그 평화적인 해결 추구하는 것이다. 셋째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 넷째는 동북아시아가 아닌 동아시아의 지역협력을 강화하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세계 문제(평화, 비확산, 인권, 교역, 환경, 과학) 등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다.

특히 강조돼야 할 것은 앞의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 한 교수께서는 지금까지 학자에서 장관으로, 장관에서 학자로, 그리고 다시 대사로 여러 자리를 거치셨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나 맡고 싶은 자리는.

▲ 맡고 싶은 자리는 없다. 일이라면 저술, 연구, 정책 자문 용의가 있고, 국제교류할 용의도 있다. 할 수 있는 동안은 하겠다.

— 외교를 공부하시게 된 계기는.

▲ 글쎄, 어떤 계기로 갑자기 결정됐다기보다는 조금씩 동기가 누적됐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때 외국의 국제회의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외국에 가기 어려운 시절에 외국에 가본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대학에서 처음에 정치학과로 갔다가 정치학과와 외교학과로 나뉠 때 외교문제에 관심도 있고 적성도 맞는 것 같아 외교학과 쪽으로 갔다.

그런데다가 우리나라는 국내정치도 중요하지만 외교를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또 내 살아온 배경을 보면 내가 의식이 있었을 때 한국전쟁이 있었다.

아홉 살 때 전쟁이 일어났고, 피난도 다니고, 그래서 아무래도 외교 안보 문제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 한승주 교수는 경기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1970년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학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 교수는 1978년부터 고려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1988년 세계정치학회(IPSA) 집행위원, 1993년 외무장관, 1995년 고려대부설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 1999년 동아시아비전그룹 공동의장, 2002년 고려대 총장서리, 2003년 주미대사를 역임했다.

현재 고려대 명예교수이며 국제정책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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