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사태 어디까지 치닫나

지난 6월 26일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서 제출 및 조지 부시 행정부의 북한 테러지원국 지정해제 방침 의회 통보 등을 계기로 순항하던 북핵문제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며 파국 우려까지 제기되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북한이 핵신고내역 검증체제에 대한 합의를 거부하자 미국은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해제를 미루고 있고, 북한은 이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이미 상당 정도 불능화한 영변핵시설 원상복구를 선언하고 나섰다.

급기야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추출했던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할 준비를 완료했다고 선언한 데 이어 22일엔 북핵 불능화 작업을 감독해온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핵시설 봉인 및 감시카메라 제거를 요청했다.

이미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봉인을 일부 제거하고 일부 감시 카메라도 제거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며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기 위한 추가조치가 있을 때까지 대미(對美) 압박수위를 높여갈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향후 예상되는 북한의 카드는 지난 2007년 11월부터 북한에 상주하며 영변 핵시설 불능화 작업을 추진해온 미국 정부의 불능화팀과 불능화작업을 감독해온 IAEA 사찰팀의 추방조치.

북한이 이런 조치를 취할 경우 이는 북핵 6자회담을 작년 10월 이전단계로 돌려놓는 의미를 갖게 된다.

미국과 북한은 작년 10.3공동선언을 통해 북한이 핵프로그램 신고서를 제출하고 영변핵시설을 불능화하면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지정에서 해제하고 적성국 교역금지법 적용을 폐지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하기로 합의했었다.

미국 정부는 일단 북한이 영변핵시설 원상복구를 선언한 데 이어 점차 공세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데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지금까지 북핵 6자회담을 통해 이뤄놓은 성과를 한꺼번에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일시에 원상복구를 단행하지 않고 특유의 `살라미전술’을 동원, 단계적으로 미국을 압박하는 카드를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도 판을 완전히 깨기보다는 미국에 협상을 원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의 이런 의도를 간파한 듯 미국도 감정적 대응보다는 대화와 외교적 활동을 통해 북한을 설득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2일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뒤 북한이 6자회담 합의사항을 이행하도록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22일 뉴욕에서 유명환 외교장관과 회담을 가진 것을 비롯, 유엔 총회를 계기로 북핵 6자회담 참가국 외무장관들과 잇따라 회담을 가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적 해결 원칙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입장은 분명하다. 북한이 핵신고서 검증체제에 대해 합의하면 테러지원국 해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 1월 퇴임을 앞둔 부시 대통령으로선 그동안 대북강경파들로부터 북핵 협상과정에 많은 것을 양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 북한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따라서 북한과 미국 어느 한 쪽이 먼저 유연한 자세를 보이지 않을 경우 당분간 북미 양측은 `테러지원국 해제가 먼저냐, 핵신고 검증체제 수용이 먼저냐’를 놓고 기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은 다만 사태가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신중하게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일각에서 북한의 핵시설 재가동 움직임에 맞서 대북중유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놓이고 있는 데 대해 국무부가 “현재로선 아직 그 단계가 아니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대신 미국 정부는 최근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뇌졸중 와병설이 나도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북핵문제와 관련 계속해서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체제내 권력지도의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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