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사태’로 실종된 재.보선

10.25 재.보궐선거 분위기가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 국정감사와 함께 재.보선이 최대 정치현안이 될 것이란 당초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고 있다.

국회의원 보궐선거 2군데를 포함해 모두 9개 선거구에서 치러지는 재보선에는 34명의 후보가 나섰고, 전남 신안군수 재선거에는 무소속 후보가 4명이나 출마했지만 유권자들의 관심은 미미한 실정이다.

이처럼 냉랭한 분위기는 무엇보다 추석연휴 직후 한반도를 강타한 북한 핵실험 파동에 전국민의 관심이 쏠려있는 탓이 크다. `북핵 사태’의 국면 변화와 군사적 충돌 가능성 등 민감한 사안들이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에 여념이 없는 기간에 선거가 치러진다는 점도 무관심을 더하는 요인이다. 특히 농촌지역은 가을걷이를 해야 하는 농번기여서 `정치 이벤트’에 별다른 관심을 쏟기 어려운 점도 선거 무관심을 부채질하고 있다.

해남.진도 지역 유세를 지원하는 열린우리당의 허동준(許同準) 부대변인은 “선거는 여유가 있어야 보는 건데 주민들이 벼베기를 하느라 여유가 없는 것 같다”며 “선거 유세를 나가도 유권자들의 반응이 별로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지역에서 강세인 민주당 역시 `썰렁한 선거분위기’에는 이견이 없다. 민주당 김정현(金廷炫) 부대변인은 “북핵 위기 때문에 안 그래도 낮은 재.보궐선거 투표율이 더 낮아질 것 같다”며 “고정표와 조직이 있는 후보가 유리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정당 지지율이 가장 높은 한나라당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강재섭(姜在涉) 대표가 17일 호남지역을 방문한 데 이어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도 18일 같은 지역을 방문했지만 반향은 미미하다는게 중론이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그렇지 않아도 국민이 정치에 관심이 없는데 북핵 문제가 재.보선에 대한 무관심을 더욱 심화시켰다”며 “투표율이 낮은 상태에서 당선되면 대의성이 약화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이번 재.보선에서 역대 최저 투표율을 경신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역대 국회의원 재.보선 중에는 지난 7.26 재.보선이 24.8%의 투표율을 기록,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이번처럼 국회의원과 지방선거를 포함한 재.보선은 2000년 6.8 재.보선이 21%의 투표율로 가장 낮았다.

인천 남동을에서 지원유세중인 우리당 당직자는 “식당에 가서 물어보면 후보 인지도는 둘째 문제고 선거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다”며 “자체적으로는 투표율이 18∼20%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우리당 김근태(金槿泰) 의장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 등 여야 3당 대표들은 18일 오후 나란히 인천 남동을 국회의원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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