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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의 공식적인 ‘6자회담 불참’과 ‘핵무기 보유’선언이 향후 핵문제 해결에 어떤 파장을 미칠까.
이번 북한 외무성 성명은 6자회담 재개라는 주변국의 기대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에 터져 나와 관련국가들을 매우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우리 정부도 “북한 핵보유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이러한 행동이 북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원론수준의 논평을 발표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진의파악과 대책마련에 다급한 모습이다.
일단 방미(訪美) 중인 반기문 장관이 미국과 협의를 끝내고 이달 말 열릴 한-미-일 정책 협의에서 공조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발언 당시의 당혹감을 가라앉히고 부시 대통령이 11일 6자회담을 통한 문제 해결 원칙을 다시 제시했지만 과거보다 한 단계 강화된 압박수단을 내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그만큼 미국이 한계상황에 가까워졌고, 강경책을 주문하는 네오콘이 부시 2기 행정부에도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의도적 무시(benign neglect) 전략으로 일관해왔기 때문에 북한이 특별히 무엇을 얻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단 한-미 양국 정부는 이번 북한 외무성 발표를 북한 특유의 ‘벼랑 끝 몸값 부풀리기’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공식적인 핵보유국 선언이라기보다는 협상용으로 해석하고 있다. 북한 핵 위험신호가 한 단계 올라간 것은 사실이지만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이다. 즉, 핵 보유 문제는 보다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하며 ‘핵보유 선언’에 주변국가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면 오히려 북한의 전술에 넘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일단 대화를 통한 해결 원칙 입장에서는 북한의 이러한 강경정책에 일일이 대응해서는 이로울 게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 핵문제를 대화보다는 제재를 통한 해결로 기울 경우 상황은 급속히 악화될 수 있다. 안보리나 주변국을 통한 매우 강력한 봉쇄정책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봉쇄는 그 다음 수단을 부르는 수순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큰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관련 국내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 핵보유 선언이 미국으로부터 새로운 제안을 끌어낼 수 있기보다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 ‘6자회담을 앞둔 협상용’이라는 해석에 대해서는 발언수위가 그 수준을 훨씬 넘어가고 있기때문에 현재의 협상테이블에서 이탈했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고려대 류호열 교수는 “북한의 협상 전략이 이미 드러난 상태에서 핵보유를 천명한 것은 상황판단 미숙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은 이미 북한에게 처음부터 지금까지 일관된 자세만을 보여왔기 때문에 협상을 위한 새로운 제안보다는 오히려 더욱 강력한 대북 압박수단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류교수는 이어 “이번 발표는 최근까지 미국의 지지 아래 6자회담의 키(key)를 쥐고 있던 중국의 입장까지 어렵게 만든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하고 “대화를 통한 해결이 묘연해질 경우 미국이 안보리나 경제봉쇄와 같은 강력한 수단을 준비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통일연구원 서재진 연구위원은 “북한은 부시 2기 행정부가 북한문제에 무관심 할뿐만 아니라 기본 자세가 협상이 아니라 대결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미국은 핵문제를 풀 수 있는 여러가지 카드가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협상을 통한 해결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류길재 교수는 이번 핵보유 발언으로 북-미 양국에서 극단적인 추가 조치가 취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제한 뒤, “라이스의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에서 드러났듯이 미국은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악(惡)한 존재라는 것을 드러냄으로서 미국식 해결방식에 국제사회를 동참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며 “오히려 북한의 이러한 행동은 미국에 도움을 주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진표 <자유주의연대> 집행위원장은 북한 외무성 성명에서 ▲6자회담 복귀 전제가 없고 ▲미국책임론을 일방적으로 부각시켜 양자회담 여지도 남겨주지 않고 ▲핵보유 및 증산계획 선언에 주목하고 북한이 사실상 핵협상 결렬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했다.
홍위원장은 이에 대해 “북한이 현재 상태로는 핵보유를 공식 선언하고 6자회담 복귀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천명했기 때문에 대화를 통한 해결은 어려워졌다”면서 “유엔 안보리를 통한 대북제제가 준비되기 시작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