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 북인권 대응이 정공법

22일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일간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신문에 “북핵문제 해결의 최후수단으로 미국의 전술핵을 들여오거나 남한 독자적 방식으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주장이 실렸다. 내용인즉 ‘한반도 비핵화’가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남한정부는 북한에 호의적이고 국민들은 안보에 무감각하니, 이제 철저한 ‘상호주의’로서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정부가 ‘상호주의’ 원칙을 가지고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적극 동감한다. 국가의 안보를 팔아 정권을 유지하는 사람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타당하다고 본다.

그러나 DJ정부 이래 노무현 정부까지의 대북정책에 대해 정당한 비판을 가하는 것과 ‘남한 핵보유’를 카드로 북한과 중국을 압박하자는 문제인식은 완전히 분리해야 할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첫째, ‘남한의 핵보유’는 김정일에게 더 유리한 빌미를 주게 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일은 핵무기를 통해 북한 내부의 ‘선군정치’ 논리를 강화하고 체제유지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또한 미국, 일본, 한국에 ‘전쟁 공포’를 강요하며 큼지막한 물질적 보상과 체제보장이라는 선물보따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남한의 핵보유’ 주장은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유지하려는 김정일의 선전논리에 맞장구를 쳐주는 결과가 될 것이다. ‘북핵’은 북한의 국방무기가 아니라, 김정일 개인의 독재정권 유지를 위한 무기다. 사태의 본질이 이렇다면 오히려 북한의 인권문제를 통해서 김정일 정권을 역공하는 것에 우리는 힘을 집중해야 한다. 김정일에게 ‘핵이 없는 북한을 만들라’고 요구하는 것보다 ‘김정일이 없는 북한’에서 핵을 처리하는 것이 훨씬 빠른 지름길인 셈이다.

둘째, ‘남한의 핵보유’라는 카드를 꺼내는 순간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믿기 어려운 국가로 추락하게 될 것이다. 특히나 ‘핵확산금지조약(NPT)’은 2차대전 이후에 가장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는 국제기구다. 따라서 이런 카드를 쓰는 것은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예측가능하고 신뢰할 만한 국가라는 이미지를 상실하는 악수가 될 뿐이다.

셋째,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기본적으로 상당한 위험성을 갖게 된다. 현재 중국에서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한국의 위상이 높다. 중국은 ‘문화의 나라’ ‘경제의 나라’로서 한국에 호감을 갖고 있는데, 한국의 ‘정치군사적’ 측면이 더 부각된다면 한-중간의 관계는 극히 복잡한 성격을 띠게 될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 한국의 입장에서 중장기적으로 큰 손해이다. 언론에서 크게 보도하지 않아 중국의 일반 인민이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중국 정부와의 신뢰관계가 파손되는 것은 우리에게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

넷째, 일본이나 대만의 핵무장에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해 줄 가능성이 높다. 핵무장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동아시아의 군비경쟁을 본격적으로 촉발할 것이다. 우리가 그냥 한번 해본 이야기일 뿐이라고 번복하더라도, 일단 발동이 걸리면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것이 ‘군비경쟁’의 특성이다. 특히 핵무장이 절실히 필요한 대만의 입장에서는 남한의 핵무장 주장이 자신들에게 결정적인 근거를 제공해주는 것으로서,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이 분명하다.

만약 실제로 한국을 이유로 대만이 독자적인 핵개발을 추진하거나 혹은 북한이나 파키스탄으로부터 핵무기를 구입한다면 동아시아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작은 국력으로, 북한이라는 망가진 반쪽까지 짊어져야 할 한국의 입장에서는 지역의 안정과 평화야말로 그 무엇보다 절박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실제로 ‘남한의 핵보유’에 대해 심정적으로 지지하는 국민들의 숫자가 적지 않다. 하지만 국가차원이나 정부단위에서 공식적으로 핵보유를 선언하는 식은 커다란 문제를 야기할 뿐이며,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은 이런 문제에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 이번처럼 매우 유력한 언론매체의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이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김정일 정권의 아킬레스 건은 ‘인권문제’이며 우리는 여기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나아가 이제는 김정일 이후의 한반도까지 우리는 염두에 둬야 한다. 김정일 체제의 몰락은 이제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미래까지 염두에 둔다면, 김정일 만을 놓고 반사적인 수단을 강구해서는 안된다. 여기에 ‘한국의 핵무장’이라는 카드가 가진 치명적 결함이 있다.

박인호 기획실장 park@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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