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과 일본 핵무장의 함수관계

▲ 북핵은 일본 핵무장 촉진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2005년 2월 10일 북한 외무성이 발표한 ‘핵 보유 성명’은 북한의 의도와 무관하게 향후 동북아의 핵지도를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다.

북핵 문제는 그 자체로 동북아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불안정 요인이며, 특히 일본에게 미묘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주변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이 미일동맹 체제 하에서 핵무장을 시도할 가능성은 희박하나, 일본 스스로가 북한의 핵 및 미사일의 위협을 적절한 수준으로 증폭시켜 스스로의 군사현대화를 위한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핵 문제의 악화 또는 장기화 조짐과 함께 일본 핵정책은 새로운 기로를 향해 접근하고 있으며, 북핵 문제는 일본 핵정책의 방향 전환을 초래할 수 있는 변수로 다가오고 있다.

일본의 원자력산업은 규모의 방대함에 더하여 세 가지의 중요한 특징을 가진다.

첫째, 일본은 원전 산업은 급속한 국산화와 함께 단기간 내 세계 최첨단으로 발전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원전 개발은 1960년대 기술도입 단계와 1970년대 모방단계를 거쳐 1970년대 후반부터 국산화 단계 돌입해 1980년대 이후 국산화 완성단계를 거쳐, 현재는 세계 선두주자로서의 기술혁신 단계를 구가하고 있다.

둘째, 일본의 원자력 정책은 막대한 량의 플루토늄 확보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일본은 1986년 ‘포괄적 사전 동의 방식’에 의해 30년간 플루토늄 사용계획을 토대로 플루토늄 확보를 용인 받은 바 있다.

일본, 핵연료 사이클의 자국화 완료

셋째, 일본 원자력산업의 이면에는 지도자들의 눈부신 정책입안 및 외교적 역할이 있었다. 일본의 원자력산업은 긴 안목을 가진 지도자들에 의해 입안․주도되었고, 정부나 수상의 교체와 관계없이 일관성 있게 지속되었다.

넷째, 일본 원자력산업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핵무장 능력이다. 일본은 재처리시설 및 플루토늄확보는 물론, 비밀가동이 가능한 레이저농축까지 확보함으로서 핵연료 사이클의 자국화를 완성했다.

일본이 봉인한 플루토늄의 질, 미일동맹에 의한 핵 보유 억제, 장거리 미사일 부재 등을 감안할 때 일본이 C31을 갖춘 신뢰할만한 핵 군사력을 갖추는 데는 다소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신속하게 핵탄두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일본이 핵무장을 결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으며, 일단을 핵무장을 억제하는 요인(retarding variables)과 촉진하는 요인(Facilitating variables)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억제요인으로는 정치적 장애물을 들 수 있다. 공산당, 사회당 등 일부 정치세력들이 여전히 평화헌법 개정이나 핵무장에 반대하는 것이 사실이다. 둘째, 국제정치적 장애물이 있다. 일본이 핵무장을 강행하는 경우 중국과 러시아를 크게 자극함은 물론, 대만과 동남아에까지 여파가 미칠 것이다.

최근 일본 핵무장 촉진 요인 강화

셋째, 법적인 장애물도 있다. 일본이 핵 보유를 한다면 핵무기확산방지조약(NPT)를 탈퇴해야 하며, 1967년 스스로 발표했던 ‘비핵 3원칙’도 철회해야 한다. 넷째, 기술적 장애물도 있다. 일본이 40톤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원자로급 플루토늄은 당장 핵무기 원료로 사용되기에는 제약점들을 가지고 있다. 사용가능한 투발수단을 개발하는데 있어서도 기술적 제약이 존재하는데 일본이 개발한 H-2로켓이 군사미사일이 되기에는 어려운 변신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다섯째, 일본 핵무장의 최대 억제요인으로 미일동맹을 들 수 있다. 일본은 확고한 미일동맹을 바탕으로 하는 안보외교 정책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현 상태에서 일본이 동맹의 틀을 깨고 핵무장을 강행할 가능성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억제요인들은 최근 강화되고 있는 촉진요인들에 의해 상쇄되고 있다. 일본 핵무장을 위한 첫 번째 촉진요인으로는 우경화를 들 수 있다. 최근 일본의 주요 언론들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관반수가 평화헌법의 개정에 찬성하고 있는 것이나 일본의 주요 지도자들이 핵 보유가 위헌이 아니라는 언급을 지속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둘째, 중국의 경제적․군사적 부상은 일본의 군사현대화를 정당화해주는 훌륭한 빌미가 되고 있다. 중국의 ‘중화패권’ 의식이 지속적으로 작용한다면 이는 결국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간의 대결적 국제질서의 부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일본의 군사력 강화를 정당화시키는 명분이 되고 있다.

셋째, 북한의 핵무기 및 대량살상무기 역시 일본의 핵무장을 촉진하고 미일동맹이 가지는 일본 핵무장의 억제요인을 약화시키고 있다.

중-일 패권 경쟁에서 ‘핵무장’이 양국간 중요한 화두로 등장

이상의 억제요인과 촉진요인을 종합해보면 적어도 단기적으로 볼 때 억제요인이 촉진요인을 압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일본이 당장 핵무장을 결행할 가능성은 없다. 북핵이나 중국 문제가 조속한 시기에 일본에게 기로를 제공할 수 있지만, 일본이 이를 핵무장으로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일본의 우경화․보수화의 정도에 따라 해답이 달라질 것이다.

국내외 핵문제의 급변을 감안할 때 핵문제와 관련한 환경단체들의 활동은 좀더 전문화․국제화되어야 하며, 실용주의적 원칙에 입각한 목표 및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첫째, 일본의 핵능력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경계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둘째, 원자력 에너지의 자국화를 위해 필요한 농축시설이나 폐연료봉의 친환경적 처리를 위해 필요한 재처리시설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처지를 개선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셋째, 북한의 핵 보유에 대해서도 경고음을 내어야 한다.

오늘날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아시아에서 진행 중인 중국과 일본, 두개의 잠재대국 간의 패권경쟁을 주목해야 한다. 아시아의 두 거인이 지역패권을 목표로 힘 키우기를 계속하고 있는 지금 한국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 하는 것은 모든 한국인들이 고민해야 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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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과 일본 핵무장의 함수관계

김태우/ 국방연구원 군비통제 연구실장

– 뉴욕주립大 정치학박사(핵정책/핵전략 전공)
–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군비통제연구실장
– 경기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한국핵은 왜 안되는가?>, <저승바다에 항공모함 띄웁시다>, <미국 핵전략 우리도 알아야 한다>(2003), <주한미군 보내야 하나 잡아야 하나>(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