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검증의정서-철강재’ 연계검토 배경

정부가 북핵 6자회담 틀에서 북에 주기로 한 철강재 3천t 제공을 핵검증 의정서가 채택될 때까지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북.미 협상으로 이뤄진 최근 북핵 진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철강재 3천t은 한.미.중.러 4개국이 북한의 핵 신고와 불능화 이행에 대한 상응조치 차원에서 북에 제공하고 있는 총 중유 95만t 상당의 경제.에너지 지원 중 한국이 맡기로 한 물량의 일부다.

정부는 9~10월 중 철강재를 보내기로 하고 생산절차를 진행했지만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지연에 반발한 북한이 불능화를 중단하고 핵시설 원상복구에 들어가자 일단 생산이 완료될 때(10월 하순)까지 기다렸다가 제공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런 만큼 최근 북한의 불능화 재개를 즈음해 이미 생산완료된 철강재 3천t을 배송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북한의 불능화 역주행을 이유로 철강재 제공을 사실상 보류했기에 불능화를 다시 진행중인 지금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검증의정서 채택을 위한 차기 6자회담 결과를 본 뒤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현재 북핵 상황의 가변성을 감안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북.미가 핵검증 방안에 합의하고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이 해제된데 이어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가 재개됐지만 북.미 합의가 6자회담에서 추인되는 것을 봐야 `의무 이행’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속내라는 얘기다.

여기에는 북.미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에 가시적 진전은 이뤄졌지만 6자회담 차원의 검증의정서 채택을 통해 `못’을 박기 전에는 `잠정적 진전’으로 봐야한다는 정부의 신중론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에서 북한 등의 반대로 검증 의정서 채택이 안될 경우 북한이 다시 불능화를 중단하는 등의 사태가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을 감안하자는 것이다.

철강재를 보낸 뒤 북핵 상황이 다시 `역주행 모드’로 돌아설 경우 받게될 타격을 예방하려는 의중이 읽힌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