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ㆍ남북관계에 寒冷전선

올 하반기부터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돼온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둘러싸고 연말을 앞두고 점차 한랭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북한이 핵 문제와 관련, 북미 양자간 합의했던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논의를 놓고 불만을 강하게 표출하는 가 하면, 남북관계에서는 올해안에 열기로 합의했던 군 장성급회담을 갖기 위한 가시적인 신호 조차 보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역대 남측 장관 중 가장 말이 잘 통하는 장관’이라고 비공식 평가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던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에 대해서까지 북한이 비난하고 나서면서 남북관계에도 냉기류가 형성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북핵 문제의 최대 걸림돌은 대북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하기로 북한과 미국이 11월 5차 1단계 회담에서 합의하고도 그 형식을 놓고 대치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대북 금융제재 논의를 위한 북미 양자회동을 6자회담과의 연관속에서 다루겠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그 회동은 6자회담과는 관련이 없을 뿐더러 ‘협상’이 아니라 금융제재 조치를 북한에 ‘설명’해 주는 자리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이 이 문제를 논의하고자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미국에 파견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게 된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북한은 대북 금융제재 논의가 6자회담 틀내에서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 북미쌍방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참석해야 한다는 입장인 데 반해, 미국은 금융제재 관련브리핑 자리인 만큼 금융 관련 전문가들끼리 만나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위폐 문제를 갖고 ‘협상하자’고 제안한 적이 없으며 대북 접촉제안은 위폐 방지를 위해 미 애국법 301조에 따른 조치를 취한데 대해 북한에 ‘설명’(briefing)’해 주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해 이 문제가 6자회담과는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일 오후 “조.미 쌍방은 6자회담 단장급에서 회담을 열고 금융제재 문제를 토의.해결하기로 합의했다”면서 “그러나 미국측은 자기의 언약을 뒤집고 회담 자체를 회피하는 신의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나아가 북 대변인은 “금융제재 해제는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하는데서 근본 문제이고 6자회담의 진전을 위한 필수적인 요구”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산케이 신문은 4일 북한이 김계관 부상이 방미해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금융제재 관련 회담을 하기 전까지는 6자회담 재개에 응할 뜻이 없음을 미측에 전했다고 보도해 주목되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꼬여가자 힐 차관보는 2일 AP통신과의 회견에서 “북측이 6자회담의 중심과제인 비핵화 문제에 더 충실하고, 부차적이라 할 수 있는 문제들에는 관심을 덜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충고’하고 나섰다.

우리 6자회담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도 2일 “금융제재 문제는 6자회담과 관련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못박은 데 이어, 3일 “우리가 할 일은 북미간 갈등이 6자회담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2∼3일 중국을 다녀온 송 차관보는 이번 주부터 미국을 포함한 6자회담 관련국들과의 다각적인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남북관계 기류도 그다지 순탄하지만은 않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1일 북한이 베트남처럼 가야 한다는 정동영 장관의 발언은 사실상 ‘대결행위’라고 규정한 뒤 “우리의 신의와 선의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조평통은 비록 정 장관의 이름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5월 남북 당국간 관계가 정상화되고 정 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 ‘6.17’ 면담이 이뤄진 이후 처음으로 정 장관에게 불만을 표시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같은 조평통의 발언이 북한 체제를 무시한 듯한 발언에 대한 단순한 반발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지만, 군사회담 연내 개최 무산과 경협사업 부진의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기 위한 사전포석일 가능성도 있고 남북관계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어 몸 값을 더 올리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북측은 올해 갖기로 합의했던 장성급 회담과 군사당국자(장관급) 회담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고, 그에 따라 경의.동해선 철도.도로 개통식, 임진강 수해방지 사업, 수산업 협력 등 경제협력 사업 역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들어 큰 폭으로 확대 합의된 남북경협 사업을 둘러싼 북한 내부 의 갈등을 숨기기 위한 것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이견으로 6자회담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마당에 대남 관계에서 더 큰 진전을 보이기도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그 진의가 어디에 있든, 북한이 남북관계의 끈을 쉽게 놓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며, 북측의 진의는 올해 당국간 회담으로는 마지막이 될 제17차 남북장관급회담(12월 13∼16일.제주도)을 통해 그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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