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라북도 지역에서 최초로 발병해 전국적으로 확산 움직임을 보였던 조류인플루엔자(AI)에 대해 방역 당국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AI 발생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북한에서 AI가 아직 발생하지 않았지만 발생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노동신문은 8일 북한이 최근 내각 보건성을 중심으로 돌림감기와 홍역, AI 등 전염병들의 전파를 막기 위한 예방대책을 세우고 완강하게 집행하고 있다면서 확산 방지에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신문은 국경통과지점과 비행장, 항만 주변에서 사업하는 북한 보건부문 간부들이 외국 출장을 다녀오는 사람들에 대한 검역 사업을 보다 엄격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한국과 중국 등 이웃 국가에서 AI가 발생해’안전지대’가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그동안 북한 측 세관에서 AI에 대한 특별한 검역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북중 국경지역에서 밀수가 이뤄지는 상황에 AI 병원균 유입에 대한 제대로 된 통제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탈북자들은 북한 당국이 그동안 질병 발생 상황과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AI에 대한 인식은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기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서 당국의 선전을 인지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고 탈북자들은 전했다.
특히 북한당국이 AI를 예방하기 위해 비상방역위원회를 조직해 각급 단위별로 위생교육과 검진 활동에 힘을 기울인다고 선전하지만 방역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 철저한 위생관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AI를 차단하고 퇴치할 만한 전문 인력이나 첨단장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AI가 발생할 경우 피해가 급속도로 확산된다는 것.
이와 관련 한 고위 탈북자는 10일 데일리NK에 “북한은 2005년 평양시 소재 하당 닭공장(양계장) 등 2, 3곳에서 AI가 발생했다면서 주민들에게 사실을 알렸지만 주민들은 무반응이었다”면서 “닭을 모두 파묻는다는 소식을 듣고 주민들은 ‘그 아까운 것을 왜 묻냐’고 안타깝게만 생각하는 등 심각성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 주민들은 없어서 못 먹지 ‘AI 때문에 닭을 먹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면서 “당국에서 신고를 하라고 이야기만 하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한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에 이를 믿고 실행에 옮기는 주민들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북한에서 보건 분야 업무를 담당했던 탈북자 김영미(여·가명) 씨는 “북한에서는 AI가 발생해도 남한처럼 요란을 떨거나 방역에 비상이 걸리지는 않는다”면서 “북한에도 위생방역소가 있지만 약도 없고 시설이 잘 되어있지 않다. 민간요법으로 대부분 해결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그동안 북한 당국은 AI에 대해 주민들에게 하루 창문을 여러 번 열고 환기를 시키고 집짐승 우리에 대한 청소를 잘해야 한다는 식으로만 지시했었다”면서 “북한은 실효성이 없는 대책에만 집착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국제사회와의 적극적인 교류에 나서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해 5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1형)가 발생했다고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보고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평양 인근 두단 오리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해 오리 16만 4000마리를 도살처분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