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일부터 발행을 시작한 5000원 짜리 신권에서 김일성 초상화를 삭제해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5000원 짜리 신화폐 앞면은 김일성 초상화 대신 김일성 생가인 ‘만경대고향집’이, 뒷면에는 ‘국제친선전람관’이 새롭게 추가됐다.
북한은 그동안 새로운 화폐를 발행할 때마다 고액권에 김일성 초상화를 넣었다. 하지만 북한이 최고액권인 5000원을 새롭게 발행하면서 김일성 초상화를 삭제해 여러 가지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은 집권 초부터 아버지인 김정일보다 할아버지 김일성 따라하기에 집중했다. 김일성의 걸음걸이, 옷·헤어스타일, 심지어 박수치는 모습까지 흉내냈다. 북한 주민들에게 김일성의 향수를 불러일으켜 일천한 경험과 지도자로서의 부족한 리더십을 극복하고자 한 것이다.
때문에 김정은이 5000원권에서 김일성 초상화를 없앤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집권 3년차를 맞아 김정은이 당·정·군을 모두 장악하면서 김일성, 김정일의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서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말 정치적 후견인이자 권력 2인자였던 고모부 장성택을 숙청하고 당·정·군의 주요 간부들을 대거 물갈이 하면서 측근들을 대거 포진시켰다. 내부 반발이나 동요 없이 체제가 안정화되면서 김정은이 지도자로서의 자신감이 상승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있는 김정은이 김일성 초상화 대신 개방적 이미지가 강한 ‘국제친선전람관’을 새롭게 넣으면서 정상적인 국가의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선전하기 위한 의도도 있어 보인다.
한 대북전문가는 데일리NK에 “김정은은 김일성, 김정일 시기 중공업 중심에서 벗어나 창전거리 아파트, 문수물놀이장, 마식령 스키장 등의 건설에 집중하면서 경제성과를 내고 싶어했다”면서 “김일성을 공식적으로 부정할 수 없지만 최고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새 화폐를 발행할 때마다 최고액권에 김일성의 초상화를 도안으로 추가했다는 점을 볼 때 새로 발행된 5000원권보다 높은 1만 원권에 김일성 초상화를 넣어 발행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북한의 시장화가 진행될수록 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이에 따라 고액권 화폐 발행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북한의 화폐 가치가 하락한 가운데 경제분야의 성과를 내야 하는 김정은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
북한 주민들은 5000원권에 김일성 초상화가 없어지고 ‘만경대고향집’과 ‘국제친선전람관’이 새롭게 추가되자 의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은 전했다. 이에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김일성 초상화가 있는 1만 원권 지폐에 나오지 않겠느냐”는 반응도 나온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한편 5000원권 신화폐의 앞면에 있는 ‘만경대고향집’은 평양시 만경대 구역 만경동에 있는 김일성 생가로 북한이 김일성 가계의 ‘혁명업적’을 선전하는 곳 중의 하나이며 북한 주민은 물론 북한을 방문하는 해외인사들에게도 필수적으로 들르게 하는 곳이다.
또 신화폐 뒷면에 있는 ‘국제친선전람관’은 평안북도 향산군 향암리에 위치, 북한을 방문한 해외인사들이 김일성에게 전달한 선물 등을 전시하는 곳이다. 또한 북한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필수 관광코스 중에 하나이며, 일부 모범적인 생활을 보인 북한 주민들이 관람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