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3~4월 위생사업 기간은 ‘시장문화의 봄'”

북한은 해마다 봄철이 되면 사회주의 문명사업 일환으로 공장, 기업소와 농촌은 물론 학교와 병원, 인민반 등의 모든 주민이 위생문화사업에 나선다. 당이 주변환경을 깨끗이 하고 거리와 일터의 위생사업을 자기 일처럼 해나가는 사람이 곧 ‘애국주의’라고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의 지시로 주민들은 좋든 싫든 무조건 위생문화사업에 나가야 하며, 4월에는 김일성 생일(4.15)까지 있어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반역자로 취급받을 수 있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참여해야 하는 실정이다.

주민들이 위생문화사업에서 가장 골머리를 앓는 것은 철도주변과 도로 주변의 정리다. 4월 축제 기간에 외국인들이 많이 방문해 미관에 신경을 써야 하는 북한 당국에서는 집안과 울타리는 물론 지붕 용마루까지 색깔에 맞는 외장제(포스터컬러)와 횟가루를 도색하도록 주민들을 다그치기 때문이다.

위생사업의 주원료인 횟가루는 국영상점은 물론 장마당에도 잘 나오지 않아 횟가루를 구하지 못한 주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는 게 탈북자들의 설명이다. 생석회를 생산하던 국영기업소는 가동이 중단된 지 오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진짜 애국자(?)’들이 위생사업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다. 바로 광산에서 석회석을 배낭으로 운반, 집에 로(爐)를 쌓은 다음 생석회를 가열해 장마당에서 유통시키는 시장업자들이다.

봄철 생석회로 막대한 수입을 올렸던 한 탈북자는 데일리NK에 “시멘트 공장에서 오랫동안 일한 기술이 그래도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면서 “봄철에 횟가루를 사겠다는 수요자가 많은 것을 보면서 생석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처음에는 등짐으로 석회석을 날라다 굽기 시작한 것이 판이 커져 차판을 하게 됐는데, 돌이 쌀이 되고 돈이 되는 것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선 집 마당에 내화벽돌로 쌍로를 만들고 광산에서 석회석을 차판으로 사들인 다음 하루 평균 200kg의 석회석을 구워냈다”면서 “석회석을 900도로 가열하면 생석회가 되는데 로 온도조절을 잘못하면 석회석이 폭발하면서 얼굴에 화상도 입지만, 3. 4월 위생월간에는 생석회 판매가 성수기여서 힘든 줄도 몰랐다”고 회고했다.

그에 따르면 로에서 한번에 구워내는 석회석량은 30kg으로 kg당 40원, 석회석 30kg을 구워내는 연료는 석탄 20kg으로 kg당 80원, 횟가루 1kg 도매값은 180원이고 소매값은 250원이다. 약 3300원 투자해도 이윤은 배가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탈북자는 “북한이 말하는 사회주의 문명이 결국 장마당에서 이루어지는 셈”이라며 “도색용 페인트도 군수품 공장에서 탱크 도장 원료로 쓰이는 에나멜과 락카, 신나가 장마당으로 나와 해결된다. 3, 4월 봄철 위생월간이야말로 설득력 있는 시장문화의 봄”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