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3대 세습’ 현실성 있는 말인가?

▲ 김정일의 가계도

북핵사태 이후 맞이한 2007년, 북핵 폐기에 대한 비관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무엇보다 북한체제 변화 가능성과 후계구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신년 공동사설(신년사)에서도 밝혔듯이 올해는 북한이 중시하는 이른바 ‘꺾어지는 해’다. 북한의 최대 명절로 여겨지는 김정일의 65회 생일(2월16일)과 김일성의 95회 생일(태양절·4월15일)이 있고, 또 선군정치의 기치 아래 중요시 여기는 ‘조선인민군 창건’도 75주년(4월25일)이 된다는 이유로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력이 거세지고 있기는 하지만, 반면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핵보유와 선군정치의 정당성을 선전하며 내부결속을 굳건히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후계자를 옹립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 후계구도 가시화? = 지난 달 국내의 한 연구소에서 북한의 핵심지도부 내에서 후계문제와 관련한 모종의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분석 논문이 나와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북한 선전매체에 자주 등장하기 시작한 “‘강성대국의 여명(黎明)’이라는 표현을 후계구도와 관련하여 좀더 적극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면서 “‘여명’이라는 것은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기서 새로운 시대란 단순히 강성대국의 달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태양’ 즉 후계자가 떠오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2006년 들어 ‘대를 이어’라는 혁명의 계승을 의미하는 표현을 사용할 때도 ‘혁명의 수뇌부’가 자주 등장하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다”며 “이런 점에서 혁명의 수뇌부는 후계구도와의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추측케 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표현은 지난 1일 조선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비롯한 3개 선전매체에 동시에 게재한 신년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신년사에는 “우리의 전반적 국력이 비상히 강화되고 강성대국의 ‘여명’이 밝아왔다”는 주장과 함께 ‘여명’이란 단어가 3번 반복됐고, “‘혁명의 수뇌부’의 두리(둘레)에 천만 군민이 굳게 뭉친 일심단결이 백방으로 강화되고”라는 주장과 함께 ‘혁명의 수뇌부’는 5번이나 반복됐다.

여기서 ‘여명’과 ‘혁명의 수뇌부’라는 표현이 김정일의 후계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다. 김정일은 1974년 후계자로 부상할 당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정치위원으로 선출되면서 ‘당중앙’으로 불린 바 있다.

이와 함께 김정일의 건강문제를 제기하며 후계자 지명 가능성을 점치는 경우도 있다. 미국 민간연구기관인 CNA연구소에서 ‘외국 지도부 연구계획’을 맡고 있는 켄 고스 국장은 “김정일 위원장의 나이가 65세인데, 그의 신장과 간이 안 좋고, 당뇨를 앓고 있으며 고혈압 등 지병이 있다”면서 “후계자 선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일이 후계구도를 가시화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도 많다.

일본의 ‘마이니치신문’은 김정일이 지난 해 핵실험 실시 후 북한 지도부를 향해 장기간 최고 지도자로서 실권을 계속 행사하겠다며 후계자 논의를 사실상 금지시켰다고 4일 보도했다.

신문은 북한에 정통한 베이징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김정일이 지난해 10월 노동당 간부들에게 ‘나는 앞으로도 장기간 최고지도자로서 일할 수 있다. 80~90세의 나이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주장은 김정일이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도 믿지 못하는 그의 성격과 통치 스타일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은 1974년 정치위원이 되면서부터 권력을 장악하기 시작해 1980년 정치국 상무위원 및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되면서부터 아버지(김일성)가 가지고 있던 거의 모든 권력과 정보를 자신이 독점했다. 그런 자신의 경험을 놓고 볼 때 권력의 누수를 야기할 수 있는 후계자 지명을 쉽게 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 3대 세습 가능한가?= 북한 후계구도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3대 부자세습이 가능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현재 김정일의 아들로는 김정일과 영화배우 출신 성혜림(2002년 사망) 사이에서 태어난 정남(36)과 평양 만수대예술단 무용수 출신의 고영희(2004년 6월께 사망)에게서 태어난 정철(26)과 정운(24)이 있다.

이 가운데 김정남은 성격 등에서 김정일과 가장 비슷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정일의 뒤를 이을 유력 주자로 알려졌었다. 성혜림의 언니 성혜랑(1996년 서방으로 망명)이 쓴 ‘등나무집’에는 김정일이 정남을 회의실로 데려가 중앙 자리를 가리키며 “네가 커서 큰 소리 칠 자리다”라고 말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남은 자신의 출생문제와 2005년 5월1일 위조여권을 갖고 일본 나리타 공항으로 밀입국 하려다 체포된 적이 있다. 그 이후 한동안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고 중국 러시아 홍콩 마카오 등을 여행하고 다녔던 것으로 알려져 후계자 대열에서 이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나머지 두 아들 중에 최근엔 둘째 김정철이 김정일의 뒤를 이을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다. 김정철과 정운은 북한에서 정규 교육을 받지 않았다. 그는 1994년 9월부터 스위스 국제학교와 제네바 종합대학 등에서 유학하면서 나름대로 엘리트 교육을 받았다. 정철은 비교적 온순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정철은 2004년 여름부터 정기적으로 ‘여성 호르몬 과다분비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김정일 위원장의 특별기편으로 러시아를 거쳐 프랑스의 여러 유명 병원을 찾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후계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1982년부터 2년간, 그리고 1988년부터 3년간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는 ‘김정일의 요리사’라는 책에서 “김정일이 정철 왕자에 대해 자주 나쁜 평가를 내렸다”며 “그 애는 안돼, 여자아이 같아”라는 발언을 자주했다고 밝혀 선군정치의 기치를 내세우는 북한체제 특성상 김정철이 후계자가 되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자세습 외에 김정일의 매제인 장성택을 비롯한 북한 군부 내에서 후계자가 나올 가능성과 군부에 의한 집단지도체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정일과 달리 그의 아들들은 북한 내부에서 특정한 권력기반을 형성하고 있지 않은 것도 이에 대한 추측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부자세습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북한 내부에서 후계 작업에 들어갔다는 징후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김정일이 직접 후계논의를 금지시킨 것으로 보여 북한 내부에서는 당장 후계자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의 아들 중 한 명이 대를 이어 독재권력을 계승한다면 3대에 이어 내려온 수령절대주의를 기반으로 한 체제유지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 물론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갈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낙관적 전망을 할 수도 있겠지만 개혁‧개방 순간 체제 유지를 위한 정보의 독점과 폐쇄가 어려워 그 가능성은 적다.

때문에 김일성-김정일 정권이 저지른 모든 과실을 승계할 수밖에 없는 3대 세습정권에 민주주의와 개혁‧개방을 기대하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런 이유로 북한 인민들에겐 3대 세습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김정일의 아들이든, 군부든, 아니면 김정일의 아들과 군부의 집단 지도체제든, 북한정권은 독재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몸부림치겠지만 어떤 형태의 권력체계도 김일성-김정일로 이어져 내려온 공고한 독재 권력을 유지하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무리 부자라도 3대(代) 못가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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