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3대 세습, ‘현실’로 가능한가?

북한 후계자 문제가 세간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독일의 주간지 <슈피겔>은 ‘지난 10월 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당시 김정일의 후계자 자격으로 차남 김정철(24)이 공식 만찬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국내외 북한 전문가들에게 큰 관심을 끌었다.

이에 대해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외교채널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사실무근’이라고 보도를 공식 부인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개연성을 놓고 볼 때, 북한의 권력 향배를 포착한 중국 지도부가 북한 후계자를 만나고 싶어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북한의 차세대 후계자로 김정철이 유력하다는 점은 이미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2004년 고영희가 사망하면서 성혜림의 소생인 장남 김정남(34)이 중국의 개방파를 등에 업고 후계경쟁에 뛰어들었다는 풍설(風說)이 나돌았다. 그러나 이후 김정철로 굳어져 가는 후계구도에 변화가 찾아왔다는 어떤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다.

김정남이 서른이 넘도록 해외에서 떠돌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후계구도를 흔들 수 있는 파괴력을 가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물론 김정일의 결단에 따라 상황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김정일의 후계자로 둘째 아들 정철이 유력하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현재 북한의 후계구도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누가 후계자로 결정되느냐라기 보다는, 김일성-김정일-김정철로 이어지는 북한의 3대 왕조세습이 현실적으로 과연 가능한 것인지, 또 가능하다면 본격적인 권력 이양 시기는 언제가 될 것인지, 3대 세습이 북한주민에게 미치는 파장은 무엇인지로 모아진다.

김일성, 나중에 권력 허수아비로 전락

김정철이 후계자로 언제부터 공식화 될지는 쉽게 말하기 힘들다. 이미 후계자가 결정된 상황에서 외부에 공식화 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김정일이 마음 먹기에 따라 그 시점은 당겨질 수도 미뤄질 수도 있다. 그러나 후계자에게 자신의 권력을 이양하는 시점은 더 이상 자신이 권력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될 것임은 예측할 수 있다.

김정일은 김일성을 권력의 허수아비로 만들었던 전력이 있다. 김일성은 90년대 초반 김정일 50회 생일을 맞아 그를 미화하는 ‘송시(頌詩)’를 직접 써 보낼 정도로 아들의 눈치를 봤다고 한다. 따라서 권력문제에 관한 한 어느 누구도 믿지 않는 데다, 정치적 보복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김정일이 생전에 권력을 전부 내놓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정철을 권력의 전면에 부상시킨다고 해도 김정일은 군부에 대한 장악력을 유지하면서 ‘섭정’(攝政)을 할 수도 있다. 김정일의 주변에서 생활해 본 사람들은 그가 이기적이고 겁이 많다고 한다. 김정일은 후계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왔을 때도 당, 군 전반에서 자신의 권위를 유지할 것이며, 죽음이 임박할 때까지도 이러한 상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철의 나이 또한 주요 고려 대상이다. 김정일은 대학졸업 후 1964년 노동당 중앙위원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8년 동안 당 선전선동부 과장과 부부장을 거쳐 1972년 빨치산 원로모임에서 후계자로 낙점 받았다. 그 때 나이 서른이었다.

후계자 낙점 이후에도 김정일은 아버지 김일성의 후광 아래서 또 다시 10년 동안 권력 인수(引受)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정철은 나이와 경험 면에서 아직 이런 조건이 완비됐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향후 수 년 내에 권력 이양이 시작되기는 어려운 조건이다. 또한, 북한은 현재 경제적으로 파산 상태에 직면해있다. 대외적으로도 핵문제를 비롯해 매우 복잡한 정세가 조성돼있다.

北 주민들, 김정일이라면 손사래

따라서 김정일-김정철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이 안정적으로 마침표를 찍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북한 사회가 조성된 내외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김정일을 대체할 수 있는 신생 권력의 출현이나, 조직적인 민중봉기의 가능성은 일단 낮아 보인다.

그러나 현재 북한의 내외적 조건에서 매우 우연적인 요소에 의해 정권의 운명이 갈릴 가능성은 없지 않다. 작은 분쟁이나 사회적 동요가 소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미 10년 전부터 북한 주민들은 외부 세계와 자신의 체제를 비교하기 시작했고, 김정일이라면 손사래를 친다고 한다. 설사 김정일이 본격적인 개혁개방을 추진해도 체제 위험성은 상존하고, 현재의 체제를 유지해도 위기는 감소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일 정권의 몰락을 쉽게 예측하기 힘들지만, 북한체제가 개혁개방 연착륙에 쉽게 성공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권력이양이 향후 10년 정도 걸린다고 볼 때, 10년 내 북한 내부에 큰 변화가 찾아올 확률은 매우 높은 편이다.

또 권력세습 자체가 체제의 위기를 극도로 가중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김정일은 권력 문제에 있어서 잔인하고 철두철미했다. 따라서 권력 이양을 최대한 늦추면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권력이양이 늦춰지는 만큼 후계자의 권위는 쉽게 서지 않는다. 김정일은 수령독재 정치를 거의 공학(工學) 수준으로까지 올려놓았다. 따라서 후계자가 김정일의 권위를 단시일 내에 이어받기도 불가능하다.

결국 세습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 내부에서는 급격한 권위의 실종과 권력공백 상태가 초래될 것이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김정일은 독재유지에는 천부적인 소질을 지녔다’고 분석한 바 있다. 후계자가 누가 돼도 김정일처럼 철두철미하고 잔인하게 국가를 통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3대 세습은 악몽 그 자체다. 김정일의 3대 세습 기도는 북한에서 당분간 개혁개방과 민주주의적 발전을 고려하지 않고 현 체제를 다음 세대까지 유지시키겠다는 의도이다. 주민들에게 민주주의적 각성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개혁개방을 세습체계를 통해 추진한다는 것은 전혀 현실성이 없다.

3대 세습은 자신의 절대 권력을 아들에게 넘겨주면서 수령 절대주의의 해체를 막으려는 김정일의 마지막 카드다. 따라서 3대 세습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체제 종말을 시험하는 마지막 몸부림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