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군 3군단(남포특별시), 8군단(평안남도 염주군)에서 보위, 정치 군관들을 대상으로 중앙당 검열이 진행(15일 완료 예정)되고 있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알려왔다.
이는 8차 당(黨) 대회를 통해 부정부패 근절을 천명한 당국이 실제 행동에 나선 것으로, 규율 강화로 이른바 ‘당의 군대, 수령의 전위부대’로 변모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남포시 군 소식통은 3일 데일리NK에 “지난 1일 ‘3군단 내 보위부, 정치부를 대상으로 한 검열을 진행할 데 대한 중앙당 긴급 지시문’이 하달됐다”면서 “지시문에는 군인들을 상대로 동기훈련 기간(12~3월) 가해지고 있는 보위, 정치일꾼들의 폭언과 폭행, 뇌물 행위를 낱낱이 조사할 데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고 전했다.
평안북도의 군 소식통도 “최근 8군단 지휘부에도 ‘중앙당 검열조’가 내려왔다”면서 “이번 검열은 중앙당 조직지도부 군사부가 직접 진행하고 있으며, 보위, 정치 군관들의 횡포와 비리 행위를 낱낱이 조사해 처벌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3군단과 8군단을 꼭 짚어 검열을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 소식통은 “최근 군관들의 횡포와 안하무인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군인들의 불만이 고조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즉 이 같은 횡포로 당과 국가적 통제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북한 당국이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뇌물 노골적 종용에 군관 살해 시도, 병사 자살 등 사건 잇따라 발생 |
구체적으로 3, 8군단에서는 보위, 정치 군관들이 뇌물을 노골적으로 종용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땐 폭력과 폭언을 서슴지 않는 일이 잦아졌다고 한다.
특히 최근 8차 당 대회 결정서 관철로 전군이 들끓는 와중에도 2월에 진행되는 1차 정기 학교추천과 제대 배치 사업들에 개입해 돈과 뇌물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적은 금액을 내는 군인들에게는 욕설을 퍼붓거나 거지 취급하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비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3군단과 8군단 지휘부 안에서는 정치, 보위, 정치부 간부들까지 나서서 서로 뇌물을 나눠 가지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이 때문에 ‘군관 살해 시도’라는 충격적인 사건도 터졌다고 한다. 1월 중순경 20대 중반 3군단 직속 경비중대 군인이 돈주(錢主) 자녀 뒤를 봐주던 보위부 4부장 온몸에 디젤유를 뿌리고 분신을 시도했었다는 것이다.
또한 분함을 못 이기도 자살을 택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처럼 보위, 정치일꾼들은 자기 직무를 돈벌이 수단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돈주’나 ‘간부’ 자녀 군인들의 입당(入黨), 표창, 학교추천, 제대, 배치 문제 등에 개입해 뇌물을 받아 챙기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평백성 출신 군인들 속에서는 “전쟁만 일어나 봐라, 실탄만 주면악질 군관들을 모조리 쏴 죽이겠다”는 불만이 종종 제기되고 있다.
“비리 정황 실토하기 어려워…힘 없는 군관들만 보여주기 처벌 가능성” |
문제는 근절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당국은 ‘엄히 처벌’을 강조하고 있지만, 벌써 ‘꼬리 자르기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소식통은 “중앙당 조직지도부 검열이라도 간부들이 모두 결탁된 만큼 안면(인간) 관계가 적지 않게 적용돼 돈과 힘 있는 자는 모두 빠져나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군 소식통도 “군인들은 보위, 정치군관들에 대해 이번에 잘못 고발했다가 오히려 그들(당 검열조)이 떠난 후 보복 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면서 “이렇게 구체적인 비리 정황을 실토하기 어려운 조직문화가 이미 자리잡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