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김정일 사망 7주기(17일) 애도 주간을 지정해 전국적인 추모행사를 진행하는 한편으로 올해 농업 생산을 마친 전국 농장을 대상으로 모범일군(일꾼)을 선정해 열성자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복수의 내부 소식통이 전했다.
양강도 소식통은 1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농업부문 일군 열성자 회의에 참석할 대상은 이달 13∼22일 사이 일정을 비워 놓고 대기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면서 “13일에 평양으로 출발해서 1박 2일 일정을 진행하고 평양 견학을 진행할 예정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이 농업부문 일군 열성자 회의를 개최한 것은 2009년 이후 9년 만이다. 북한은 2014년 전국 농업부문 분조장 대회, 2016년 조선농업근로자동맹 대회, 올해 3월 ‘전국농촌청년작업반, 청년분조 열성자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이번 대회는 주로 작업반장이나 분조장 등 관리일군 중심으로 농장에서 3, 4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지난달부터 초급당 별로 참석자 추천작업이 진행돼 이달 7일 최종명단이 확정돼 농장에 통보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함경북도 소식통도 청진시를 비롯해 온성군 등에서도 농업 열성자 회의에 참석할 대상들이 13일에 출발할 예정이라고 알려왔다.
북한은 각 부문 열성자 회의를 개최하면 참석자들이 평양에 도착해 회의 시작이 임박해서야 이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농업 부문 열성자 회의는 김정일 사망 7주기 기간에 열린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로 평가되며, 농업생산의 중요성을 감안한 김정은 위원장의 결정이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북한은 올해 무더위와 태풍 등 자연재해로 알곡 수확량이 감소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은 “대북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올해 식량 생산이 저조해 김정은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있는 포전담당제도 전반적으로 점검할 가능성도 높다. 또한 농업 생산에서 자력자강을 강조하고 내년에 농업생산을 늘려 인민경제를 안정시키려는 의지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2016년 12월 조선농업근로자동맹(농근맹) 제8차 대회를 34년 만에 평양에서 개최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대회 직후 평양 견학이 예정돼 있었으나 김정일 추모사업이 조기에 시작되면서 견학 일정이 취소됐다. 그러나 이번 열성자회의는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등 애도기간과 병행한 견학 일정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선 농장에서는 이번 열성자 회의 참석자 선정 과정에서 이견이 제기돼 탈락한 농장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함북) 온성군에서 작업반장으로 6년째 일하고 있는 한 관리일군은 실적이 높고 경험도 많은데 연줄에서 밀리는 신세가 되었다”면서 “함께 일한 농장원들도 곁에서 의견이 분분하고 본인도 실망이 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