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油價)가 올해 초부터 꾸준하게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북한에서는 관련 품목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강력한 대북제재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본지 유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휘발유 가격(1kg)은 평양 8,600원, 신의주(평안북도) 8,560원, 혜산(양강도) 9,400원으로, 올해 초(15,200원)보다 평균 약 42% 하락했다. 또한 2주 전(9,600원)에 비해서도 평균 약 8.1% 내려갔다.
경유 역시 비슷한 추세다. 같은 날 1kg당 평양 6,500원, 신의주 5,440원, 혜산 6,500원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올해 초(8,600원)보다 평균 약 29% 하락한 수치다. 마찬가지로 2주 전 조사(6,700원)에 비해 가격이 약 8% 떨어졌다.
보다 면밀하게 살펴보면 휘발유의 경우 2월(평양)엔 11,800원, 3월 12,200원, 4월 초엔 9,200원이었다가 4월 말 들어 8,600원까지 하락했다. 3월 반짝 오르긴 했지만, 완만한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국내에서 휘발유 가격이 상승하는 모습과 대비된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 2397호로 인해 원유 및 정제유 수입이 제한됐다는 점에서 일종의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내부 소식통은 9일 데일리NK에 “가격 하락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잘 모르겠다”면서도 “주민들 사이에서는 ‘외부에서 들여오는 게 늘어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고 있긴 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내부 석유 공급량 증가를 주목하고 있다. ‘불법 환적’ 등을 통해 유류를 들여오기 위한 시도를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경술 에너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이 불법 환적을 지속하고 있어 유엔 제재 이전만큼의 석유 공급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북한의 유가 안정화도 이 같은 움직임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9 아산국제정세전망’에서 2018년 선박 환적을 통한 북한의 석유 수급은 약 23만 6818t~35만 5228t 사이로 대북제재 허용치인 7만t을 초과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2018년 북한 정제유 수입량 47,872t의 약 5~7배 규모다. 그러면서 고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불법 환적으로 수급한 석유로 북한은 석유 수요량의 45%~67%를 해소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내부 유류 수요 감소도 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유엔이 제공하는 국제무역 통계인 ‘유엔 컴트레이드’(United Nations Comtrade)에 따르면, 2018년 중국의 대북한 교역액은 약 24.3억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5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평안남도 소식통은 “시장에 물건이 제대로 못 들어오고 있다”면서 “차는 살아있지만 물류량이 확실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