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화폐개혁을 전후해 사(私)경제(인민경제)를 차단하고 국가 관리·통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경제 관련법을 제·개정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정부는 북한이 지난해 11월 11일, 11월 25일, 12월 10일 등 3차례에 걸쳐 제정한 ▲노동정량법 ▲농장법 ▲부동산관리법 ▲물자소비기준법 ▲종합설비수입법 ▲수출품원산지법 ▲상수도법 ▲하수도법 ▲선원법 ▲자연보호구법 등의 법령 전문을 공개했다. 또 최근 개정한 ▲양정법 ▲농업법 ▲토지임대법 ▲국가예산수입법 등도 함께 공개했다.
북한이 11·30 화폐개혁을 전후해 경제 관련법을 제·개정한 것은 주민들에게 만연한 사(私)경제를 차단하고 기관·기업소·농장에 대한 국가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노동정량법은 단위시간당 제품을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노동량을 제정·적용하는 원칙을 규제한 법으로 기관·기업소에 대한 노동평가 기준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노동정량법은 또 제17조 ‘노동정량의 통계기관, 은행기관 등록’에서 “해당 기관, 기업소, 단체는 승인받은 노동정량을 해당 지역의 통계기관과 은행기관에 등록하여야 한다”고 규정했고, 노동정량에 의거하지 않은 노동평가나 보수지급 등이 적발되면 해당 기관·기업소의 책임자 등을 행정 또는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농장법에서는 분조관리제, 작업반우대제, 독립채산제 등 경영활동의 효율성을 높여 식량 생산량 증대를 독려하면서도 국가 통제 강화 조치도 함께 담았다.
농장법 22조는 “농업지도기관과 농장은 경영활동을 고도로 현대화, 조직화, 과학화, 합리화”를 강조하면서도 48조에서는 “농장은 농업생산물을 종자·식량·집짐승 먹이 등으로 정해진 수량만큼 남겨두고 국가에 수매해야 한다. 비법적으로 농업생산물을 조성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개정된 양정법에서는 생산된 식량 단속 조치 내용의 담고 있다. ‘식량을 정해진 식량공급기준량, 곡종과 다르게 공급하거나 2중으로 공급할 수 없다'(43조), ‘양곡을 가지고 암거래, 밀주행위를 할 수 없다'(48조), ‘밀주행위시 몰수한다'(55조) 등의 내용을 새롭게 추가 개정했다.
이는 양곡 공급 및 유통과 관련된 불법행위를 차단하기 조치다. 북한 당국은 전국적으로 개인밀주와 건식품 제조로 연간 100만t 가량의 알곡이 허비되고 있다고 파악, 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단속 대상은 공장, 기업소에서 가축을 목적으로 알곡을 사들여 술을 생산하는 식료가공업체들과 개인주택에서 밀주 제조자와 과자, 엿, 사탕을 만드는 주민들이다.
상·하수도법은 시설물 건설시 ‘선(先)하부구조, 후(後) 상부구조 건설원칙’에 따라 상·하수도 시설의 우선 건설을 강조한 것으로 북한이 올해 목표로 제시한 ‘인민생활 향상’과 평양 100만호 건설사업 등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정부 당국자는 분석했다.
또 북한이 2008년 11월 ‘쿠웨이트 아랍경제개발기금’으로부터 차관 2170만 달러을 받아 추진하고 있는 평양 상하수도 시설 정비사업을 법제적 차원에서 보장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북한에서 부동산 거래가 불가능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서 거래는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북한 당국은 부동산관리법을 제정, 토지·건물·시설물에 대한 무분별한 이용을 차단하는 등 국가통제를 강화했다.
“부동산을 팔고 사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28조) “부동산을 이용하는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은 부동산 관리기관의 승인없이 부동산의 구조와 용도를 변경시킬 수 없다”(29조) “부동산은 해당기관의 승인 없이 다른 기관·기업소·단체와 공민에게 넘겨주거나 빌려줄 수 없다”(30조) 등의 내용이다.
물자소비기준법은 특정 제품 생산에 소요되는 물자의 소비한도를 규정함으로써 낭비를 방지하는 내용과 수입물자를 쓰지 않거나 적게 쓰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