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질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아”

제71차 유엔총회를 계기로 21일(현지시간) 열린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우호국 외교장관회의에서 북한 핵실험을 강력 규탄하는 등의 대북 메시지를 담은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이번 성명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라시나 제르보(Lassina Zerbo) CTBTO 사무총장, CTBT 우호국(호주·일본·캐나다·핀란드·네덜란드·독일) 외교장관 등 40여 명의 장관급 인사를 포함해 약 120개국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채택됐다.

성명은 “북한은 21세기 중 핵실험을 한 유일한 국가로 2006년, 2009년, 2013년, 2016년 1월과 9월에 있었던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히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면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또 “북한이 모든 관련 안보리 결의와 6자회담 9·19공동성명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라”면서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 폐기 및 관련 활동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성명은 “우리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법의 필요성도 계속 강조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성명은 “CTBT 채택 20주년을 맞아 조약의 조속한 발표 의지를 재확인한다”면서 “발효요건국 8개국을 포함한 CTBT 미서명국과 미비준국들이 조속한 발효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라”고 주문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이번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과 노골적인 의도는 북한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로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21세기에 들어 핵실험을 강행한 건 북한이 유일하다”면서 “북한의 브레이크 없는 ‘핵질주(nuclear juggernaut)야말로 이 시대의 가장 심각하고 급박한 안보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은 금년에만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포함한 다양한 탄도미사일을 14회에 걸쳐 22발이나 발사했는데, 이는 거의 열흘에 한 번 꼴의 일”이라면서 “북한 지도부는 다른 유엔 회원국에 대한 공공연한 핵 선제 공격 위협을 서슴지 않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은 불과 4, 5분 만에 우리에게 도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20년 전 이맘때, 우리는 CTBT의 채택을 자축했지만, 당시 어느 서명국도 이 조약이 ‘잠자는 숲속의 미녀’로 남아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면서 “이제 CTBT 서명국들은 국제사회의 결의를 규합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조약 발효요건국(Annex II) 중 미서명 및 미비준국들은 다른 국가들이 먼저 움직이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먼저 움직인다는 ‘First mover’가 되기를 촉구한다”면서 “먼저 내딛는 그 한 발짝이 어렵게 이루어낸 CTBT의 발효를 한 발 앞당길 것”이라 피력했다.

그는 또 “한국은 앞으로도 핵비확산 체제 강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에 있어서 신뢰할만한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성명 채택 등에 대해 “(발언국들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CTBT가 조속히 발효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면서 “금년 북한의 연이은 핵 도발의 결과 형성된 국제사회 對 북한의 구도가 더욱 선명히 부각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CTBT는 지난 1996년 모든 종류의 핵실험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채택됐다. 현재 발효를 위해 비준이 필요한 원자력 능력 보유국 44개국 중 북한과 인도, 미국, 중국, 이스라엘, 이란, 파키스탄, 이집트가 비준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