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할 것인가?

▲ 1986년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한 지역

북한은 지난 2월 10일 핵보유 성명을 발표한데 이어 5월 11일에는 “영변의 5메가와트 원자로에서 8,000개의 폐연료봉을 인출했다”고 발표함으로써 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이 핵연료봉들을 모두 재처리하면 핵무기 2-3개분의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다.

그런 가운데 외신 언론들은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보도하여 또 한번 논쟁을 유발했다.

낙관론자들은 “설마 미국은 물론 중국마저 대노하게 만들 핵실험을 강행하겠느냐”라고 반문하지만 경계론자들은 북한이 핵실험 동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북한이 정말 핵실험을 강행할 것인가는 두고 볼 수밖에 없는 문제지만 일단은 경계론자들의 견해에 일리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정권수호 강력한 의지 천명

핵보유 성명의 배경에는 주로 세 가지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는 ‘협상용 몸값 불리기’였다. 상대방을 벼랑끝까지 몰고 가면서 듬직한 반대급부를 얻어내곤 했던 북한의 전력(?)을 감안할 때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두 번째로는 공개 핵보유국의 지위를 차지하고 말겠다는 북한의 끈질긴 핵야망을, 그리고 세 번째로는 체제와 정권을 수호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를 들 수 있다. 여기서 특히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은 두 번째와 세 번째의 의도이다.

북한은 지난 수십 년간 정권의 명운을 걸고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려왔다. 도처에 건설된 방대한 핵시설들, 140회 이상 실시한 고폭실험 등은 ‘협상용’으로만 보기에는 너무나 방대하고 엄청난 것이다.

아울러 북한은 지난해 미국에서의 ‘북한인권법’ 통과, 부시 대통령의 재선 및 ‘폭정의 종식’ 발언, 미국 관리들의 ‘정권의 변형(regime transformation)’ 발언 등에 불길한 생각을 가졌을 것이며, 행여나 중국이 미국의 대북제재에 협력할까 노심초사하면서 미중 대화를 지켜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서둘러 “핵무기를 가졌으니 우리의 체제를 간섭하지 말라”고 외친 것이다. 북한이 만약 핵실험을 한다면 역시 비슷한 동기와 의도에서 하는 것이 될 것이다. 체제와 정권을 지키고 싶은 북한으로서는 대외적으로는 외부 간섭과 위협을 배제하면서 내부적으로도 “우리 체제는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라는 점을 과시함으로써 내부단결을 도모하고 싶을 것이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에 대한 열망과 체제수호에 대한 집념이 평범한 예상을 뛰어넘는 것임을 의식하는 사람이라면 “미국과 중국이 무서워 핵실험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합리적인 생각만 가지고 북한을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점에 공감할 것이다.

지하 핵실험, 동해쪽 지역이 유력

북한이 핵실험을 결행한다면 어떤 핵실험이 될 것인가. 강대국들이 1963년 부분핵실험금지조약(PTBT) 이후 지상 핵실험을 삼가했다는 점이나, 1996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이후 인도와 파키스탄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북한으로서도 지하 핵실험 이외는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하 핵실험도 유독물질을 대기에 배출하고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단 중국이나 남한에 인접한 지역은 피할 것으로 보여 동해에 치우친 지역이 지하 핵실험의 후보지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핵무기와 관련한 실험에는 완성된 핵탄두를 터뜨려 보는 핵무기 성능 실험(Nuclear Weapon Yield Test), 핵분열 물질의 연쇄반응을 알아보는 핵분열 실험(Hydro-nuclear Test), 핵무기에서 핵분열 물질을 뺀 나머지 부분, 즉 고폭과 격발장치의 기능을 알아보는 핵무기 구조역학 실험(Hydro-dynamic Test), 고폭의 성능을 알아보기 위한 고폭 실험(High Explosive Test) 등이 있으나, 핵분열 물질의 연쇄반응이 수반되지 않는 핵무기 구조역학 실험이나 고폭 실험은 ‘핵실험’이라 할 수 없다.

이외에도 얼마나 깊은 지하에서 실험을 할 것인가, 지진파를 줄이기 위한 굴곡갱도를 건설할 것인가 등 다양한 기술사항이 고려될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 보유 사실을 과시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 의심의 여지를 남기지 않을 정도의 핵무기 성능 실험이나 핵분열 실험을 강행할 수 있으나, 핵실험 여부를 놓고 주변국간 이견과 반목을 유도하고자 한다면 깊은 지하에서 굴곡갱도를 파고 넓은 공간(cavity)을 확보한 다음, 최소 규모의 핵분열 물질을 실험함으로써 미진인지 핵실험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모호한 실험을 실시할 수도 있다.

핵실험, 고립과 내폭 자초

아직 모든 것이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아직은 한국 또는 미국정부가 북한의 핵실험 징후를 인정한 적도 없다. 결국 해답은 북한 정책결정자들의 심중에 있다.

하지만 북한에게 있어 핵무기는 아편과 같은 존재이다. 당장은 외부의 간섭을 배제하는 도구로써, 또는 내부단결을 도모하는 상징으로서 훌륭한 체제수호의 수단이 될지 모르나 결국은 스스로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 올 것이다.

북한이 핵보유 수순을 강행한다면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 미국 주도의 강력한 해상차단(PSI), 국제사회의 경제ㆍ외교제재 등이 불가피해질 것이며, 그렇게 되면 북한의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어 내폭(內爆)의 위험성도 높아질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에 대해 관용적이었던 유럽이나 중국마저 적으로 만들어 북한은 더욱 깊은 고립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며, 한국의 대북지원도 불가능해질 것이다. 북핵은 궁극적으로 일본의 군사현대화를 부추기는 빌미가 되고 이것이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하여 동북아에 새로운 군비경쟁 바람을 몰고 올 것이다.

이렇듯 북핵 이후에 초래될 사태는 모두가 북한이 감당하기 힘든 것들이다. 북한 당국자들이 최소한의 이성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이런 결과를 자초하는 길로 들어서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태우 / 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

– 뉴욕주립大 정치학박사(핵정책/핵전략 전공)
–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군비통제연구실장
– 경기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한국핵은 왜 안되는가?>, <저승바다에 항공모함 띄웁시다>, <미국 핵전략 우리도 알아야 한다>(2003), <주한미군 보내야 하나 잡아야 하나>(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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