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내·외 기구를 통해 ‘4차 핵실험 위협’을 한데 이어 이번엔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 사격훈련 ‘무력시위’ 카드를 재차 꺼내들었다. 최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반발차원이라는 분석과 함께 ‘4차 핵실험’을 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북한 군은 29일 오후 2시부터 10분 가량 백령도과 연평도 인근 NLL 북쪽 해상에서 사격훈련을 진행했다. 전날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증폭핵분열탄 실험이나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가능”이라고 위협한 뒤 바로 나온 것이다.
북한 전문가 등에 따르면 북한은 지금 정기적인 군사 훈련 기간은 아니다. 때문에 이번 NLL 사격 훈련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군사적인 훈련 외에 다른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군 창건일(4·25)에도 열병식 등 별다른 무력 과시 행사를 진행하지 않았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NLL 해상 사격훈련과 관련, “북한이 우리 해상 방향으로 사격을 실시하는 것은 다분히 도발적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북한의 NLL 무력시위가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지 나흘 만에 나온 만큼 정상회담에서 나온 대북 메시지에 대한 실망감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원하는 ‘5·24조치 해제’ ‘대북 지원’ 등은 거론하지 않고 ‘추가 핵실험 시 강력 제재’를 재차 확인한 것에 대한 반발로 무력시위를 택했다는 것.
또한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앞두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한 의도된 행동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반발 시위로 한반도 경색 국면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고 내부 체제 결속을 도모하기 위한 전략이란 지적이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데일리NK에 “핵실험 시사와 NLL 군사 도발 위협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원칙적인 대북 정책에 대한 반발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제 제재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군사적 무력 시위로 긴장 분위기를 조성해 박근혜 정부를 압박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 원장은 “대내적으로도 갈등과 긴장을 고조시키는 전형적인 북한식(式) 수법으로 체제 체제 결속을 꾀하려는 목적도 내포되어 있는 것 같다”고 관측했다.
일각에선 핵실험을 하기 전(前)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도발에 대한 명분을 쌓기 위한 전략을 택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핵실험의 정치적 효과 극대화를 위해 외부의 시선을 잠시 다른 곳으로 돌리는 성동격서(聲東擊西)식의 전술적 차원이란 것.
북한은 그동안 국방위 성명 등을 통해 핵실험을 시사한 뒤 실제로 핵실험을 감행한 전례가 있다. 또한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핵실험 준비로 추정되는 추가적인 활동이 포착되고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정은이 ‘북한인권’ 문제 등 민감한 문제를 거론하는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을 전환시켜야 하는 목적에 따라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성동격서식으로 무력시위를 하면서 핵실험도 강행할 수 있다”고 했다.
유 원장도 “핵실험은 전격적으로 진행돼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데 북한은 우리 국방부의 ‘북 핵실험 준비 정황’ 발표로 당황했을 수도 있다”면서 “김정은은 향후 이번 NLL 무력 시위에 대한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고 판단되면 최악의 시나리오인 ‘핵실험 버튼’을 누르는 충동적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