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경제 병진노선外 내세울 정책無”

김정은 체제 들어 처음으로 선출된 대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1차회의는 체제 불안요소를 잠재우기 위해 선대(先代)의 업적을 부각하면서 기존의 인물들을 재등용해 변화보다는 내부 안정을 택했다는 평가다.

북한은 9일 1차회의에서 김정은을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재추대하고 ‘퇴진설’이 나돌았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내각 총리를 유임시켰다.

노동신문은 10일 1면에 김정은이 국방위 제1위원장으로 재추대된 소식과 함께 관련 ‘김정은 영정(?) 사진’을 게재했고 김영남, 박봉주는 주석단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건재함을 과시했다. 북한 체제에서 권력 서열을 뜻하는 ‘주석단 서열’에서 이 둘은 첫 번째와 두 번째로 호명됐다.

김영남의 연임은 지난 15년 동안 상임위원장을 지내면서 대외적 국가수반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점이 높게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집권 3년차를 맞고 있지만 정상회담을 단 한 차례도 가지지 못한 김정은이 아직 외교적 무대로 나서기에는 미흡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봉주 내각 총리 연임은 현재 쌀값 안정 등 인민경제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 만큼 경제를 이끌고 갈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만약 박봉주를 내각 총리에서 해임시키면 현재 북한 경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대내외에 시인(是認)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유임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최고인민회의 1차회의 결과와 관련, “전체적으로 보면 북한이 변화보단 안정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권력구도 개편 크지 않아=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회의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김정일 시대를 이끌어 갈 인사 개편 문제이다. 북한 당국은 회의에서 국방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를 선거하고 내각 성원들을 임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지난해 처형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자리를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이 채운 점이다. 최룡해가 군을 총괄하는 총정치국장은 물론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등 주요 핵심 권력기관의 요직을 두루 꿰차게 됐다는 점에서 김정은 체제의 실질적인 ‘권력 2인자’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국방위원으로 장정남 인민무력부장과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조춘룡 등이 새로 선출됐고, 박도춘 당 비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은 유임됐다. 반면 김격식, 주규창, 백세봉은 국방위 위원에서 빠졌다.

특히 외무상에 김정은 일족(一族)의 비자금을 관리해왔던 것으로 알려진 리수용(79) 전 스위스 대사가 새로 기용됨으로써 북한의 대EU 외교가 보다 적극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내각 경공업성이 폐지됐지만 다른 부처의 상(우리의 장관급)은 이전과 변화 없이 그대로 기용됐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서 탈락한 것으로 보이는 김경희 당 비서는 이날 회의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정계 은퇴를 기정사실화 했다는 관측이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인사 문제에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서도 김정은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승진이 눈에 띈다”면서 “장성택 처형 이후 세대교체를 진행했던 김정은이 이번 인사 이동을 신호탄으로 당과 군 쪽에서도 자신이 직접 뽑은 세력을 점진적으로 교체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별다른 정책 제시 없어=김정은은 이번 최고인민회의 1차회의에서 국가통치 시스템을 바꾸거나 국가 정책에 대한 비전도 제시하지 않았다. 인사 개편과 전년도 국가예산집행의 결산과 올해 예산을 발표하는 데 그쳤다.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헌법 등 법령 수정·보충 ▲국가의 대내외 정책 기본원칙 수립 ▲국가 인민경제발전계획과 그 실행정형 심의 및 승인 ▲내각 및 중앙기관 사업정형 대책 수립 ▲조약 비준 및 폐기 결정 등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국가비전 제시가 예상됐었다.

다만 노동신문은 회의에 참석한 대의원들이 토론 시간에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강조한 농업, 석탄, 과학기술, 수산 부분 등에서 “새로운 대비약과 대혁신을 일으키겠다”고 결의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 수석연구위원은 “핵-경제 병진 노선 외에는 별다른 정책을 내세울 것이 없는 상황에서 비전 제시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낀 것으로 보인다”며 “‘거수기’에 불과한 최고인민회의에서 그동안 정책 제시를 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 자신이 뽑은 사람들로 구성된 국방위원회나 당 정치국에서 국방안보 분야를 결정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새로운 정책 노선이 최고인민회의 안건에 안 들어가서 기존 노선의 연장선에서 정책이 추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새로운 정책 추진이나 변화는 일단 현재로서는 없지 않겠나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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