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학생들, 겨울에 스키 즐겨 탈 수밖에 없는 이유

“엄마! 장갑 여분 챙겨 넣었어요? 모자는요?” 겨울 방학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스키장 여행을 잡은 탈북자 강미영(가명·46) 씨의 집안은 즐거움으로 떠들썩하다. 강 씨와 딸 김소연(19) 양은 준비물을 가방에 싸면서도 마음은 벌써 스키장에 가 있다. 장갑, 양말 등을 두 개씩 준비하는 엄마에게 딸 소연 양이 “엄마도 스키 타려고? 설마”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강 씨는 “밀리는 실력은 아닐 것”이라면서 북한에서의 20대 시절 아무런 보호 장비도 없이 25~30도 경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스키를 탔다고 딸 소연 양에게 당당히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북한의 대표적인 스키장으로는 양강도 삼지연군에 위치한 ‘포태 스키장’과 올해 1월 준공식을 한 강원도 ‘마식령 스키장’이 있다. 이런 마식령과 포태 스키장은 일반 주민들이 평상시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니지만 스키는 민간무력인 적위대, 교도대는 물론 어린 학생들에게도 익숙한 것이라고 탈북자들은 입을 모았다. 


북한이 청소년들에게 일종의 체육과목으로 스키 타기를 장려하기 때문에 겨울에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양강도에서는 매 가정에 학생 수에 따라 스키가 있으며 또 지역 가구공장들에서는 스키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고 탈북자들은 증언했다. 일부 생활이 어려운 가정들에서는 양강도에서 흔한 봇나무(자작나무)를 이용해 자체로 스키를 만들기도 할 만큼 스키가 일반화되어 있었다는 것.


북한은 학생들이 14세 이상이 되면 ‘붉은청년근위대’에 의무적으로 가입시킨다. 고등중학교 4학년(한국의 고등학교 1학년) 이상의 학생들은 겨울이면 체육수업의 일환으로 스키 타기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스키장이 아닌 일반 산이나 둔덕진 곳에서 탄다.


학생들은 여름 군사체육에서는 수류탄던지기, 장애물극복 등 종목으로 성적을 검증받고 겨울 군사체육에서는 스키와 스케이트 타기를 주로 진행한다. 북한 교육당국은 “우리나라(북한)는 전체 면적의 75% 이상이 산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만큼 스키를 타는 데 있어서는 장소에 구애됨이 없다. 특히 스키는 유사시 통신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누구나 능숙하게 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북한 당국은 지난 90년대부터 해마다 학생들에게 ‘백두산으로의 스키 행군’이라는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겨울 스키를 강요하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전했다.


북한이 마식령스키장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 등을 통해 김정은 ‘후대사랑, 인민사랑’에 대한 프로파간다(선전)를 벌이지만 무모한 스키훈련 강요로 인해 어린 학생들만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탈북자들은 지적한다. ‘충성’을 강요하는 북한 당국의 선전·선동으로 학생들과 주민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북한 양강도 출신 한 여성 탈북자는 26일 데일리NK에 “중학교 때부터 당국의 지시로 스키를 즐겨 탔고 따로 장비가 구비되지 않아 스키를 타는 데 크고 작은 사고가 곳곳에서 발생했다”면서 “스키장이 아닌 경사가 급한 산길에서 스키를 타다 속도조절을 하지 못해 나무에 부딪혀 사망한 학생들도 있었다”고 소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