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4일 국방위원회 공개서한을 통해 지난 16일 내놓은 ‘중대제안’이 “위장평화공세도, 동족을 대상으로 벌이는 선전심리전도 아니다”며 우리 정부에 ‘중대제안’ 수용을 거듭 촉구했다.
국방위는 이날 공개서한에서 “우리는 이미 일방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자극이나 비방 중상을 전면중지하는 길에 들어섰다”면서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지하는 것과 함께 흩어진 가족 친척들의 상봉과 금강산 관광도 재개하자는 것이 우리의 결심”이라고 강변했다.
북한이 연일 ‘중대제안’의 진정성을 강조하고 나선 배경에는 한반도 내 긴장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선전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24일(현지시간) 오전 유엔본부에서 대화공세를 위한 기자회견을 할 것으로 예상돼 이 같은 관측이 힘이 실린다.
대북 전문가들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한 만큼 북한은 당분간 ‘평화공세’를 이어가면서 장성택 처형으로 중국의 외자 유치 등이 어려워진 국제적 환경을 타개하기 위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이 같은 대화공세가 남한 정부를 압박하는 동시에 ‘남남갈등’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에게 손해 볼 게 없다고 판단하고 있을 수 있다. 국방위가 공개서한을 통해 ‘흩어진 가족 친척들의 상봉과 금강산 관광도 재개’를 언급한 것도 이를 뒷받침 한다.
향후 북한의 행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미연합훈련인 ‘키 리졸브’ ‘독수리연습’ 등과는 상관없이 이미 계획된 시나리오대로 북한이 움직이고 있는 만큼 대남 유화책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북한은 2013년에도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했지만 ‘3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2010년에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을 감행한 바 있어 이번에도 기습 도발을 해올 가능성이 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데일리NK에 “현 시점에서 유화공세를 멈추고 비방·비난으로 돌아선다면 ‘위장평화공세’라는 우리 정부의 말이 맞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꼴”이라며 “예년처럼 평화공세를 두 달 이상은 끌고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위장평화공세가 아니다’고 계속 주장하는 것은 남남갈등을 유발하고 우리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차원의 레토릭(수사)”이라며 “또한 한중 공조가 어느 때보다 잘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약화시키고 현 국면을 모면하기 위해서도 다양한 선전매체를 통해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평화공세를 펴는 것은 현재 대외관계를 개선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면서 “하지만 과거 북한이 평화공세에서 도발을 한 패턴을 보여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평화공세가 잘 먹히지 않을 경우 기습적으로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김정은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장성택 처형으로 소원해진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대화공세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북 전문가는 “장성택 처형 이후 중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기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 회복이 시급한 시점”이라며 “중국과의 관계 회복의 가장 좋은 수단이 남북관계나 미북관계 개선이기 때문에 유화공세로 치고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