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9월부터 평양 지역 방직·피복 관련 공장·기업소 노동자들의 임금을 100배 인상한 30만 원을 최근까지 지급해 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은 당시 평양 내 대중(對中) 수출 등 경쟁력 있는 공장·기업소의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노동자들의 임금을 시장물가를 반영해 대폭 인상했다.
북한 당국의 이 같은 조치에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만족감을 보이고 있지만, 강도 높은 노동에 일부 노동자들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평양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평양 보통강피복공장을 중심으로 연관된 기업소 노동자들에게 작년 9월에 인상된 월급 30만 원을 최근에도 지속 지급했고, 다른 기업소의 월급 인상은 없었다”면서 “해당 기업소로 복귀했던 상당수의 노동자들은 출근도 성실하게 잘하는 등 만족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위(당국)에서 방직 공장 월급 인상 이후 노동자들에게 새벽에 일찍 나와 일을 진행하라는 지시와 함께 할당량을 높게 설정하고 있다”면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노동자들에는 밤늦게까지 일을 진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공장 업무 강도가 세지고 근무 환경이 열악해 노동자들은 크고 작은 병에 시달리고 있다. 방직공장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노동자들 대부분이 서서 일을 해 관절병에 자주 걸리고, 천을 짜면서 나는 먼지로 폐병을 앓는 환자들도 늘고 있다는 것.
노동자들이 잦은 병에 걸려 출근을 하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당국에서는 출근을 강요하고 있어 노동자들의 불만은 물론 뇌물을 주고 다른 기업소로 이직하려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작년 월급 인상에 맞춰 해당 기업소로 복귀한 노동자들이 강도 높은 일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뒷돈(뇌물)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지만 쉽지 않다”면서도 “인상된 월급 30만 원이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일반 장사꾼들이 벌어들이는 수입보다 적어 월급 인상에도 다른 기업소로 이직을 시도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에 나가 장사를 하면 한 달에 50달러(북한 돈 약 40만 원)를 벌 수 있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면서 “월급이 늘었지만 장사보다 수입도 적은 방직 공장에 대해 장사꾼들은 ‘(장사) 기술 부족한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처럼 시장 단속이 느슨해진 상황에서 기업소에 적(籍)은 두고 ‘8·3돈’을 내고 장사를 하는 게 더 자유롭고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주민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아무리 방직 공장에서 돈을 많이 줘도 노동 강도가 세고, 새벽 출근에 학습에 기업소 눈치를 봐야 하는 것에 비하면 장사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시장물가 수준을 반영한 임금을 노동자들에게 지급하고 있음에도 이 같은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은 시장을 중심으로 자본주의가 확산돼 이른바 ‘기회비용(한 가지를 선택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선택안의 금전 가치)’에 대한 인식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방직 공장 노동자들이 받은 월급 30만 원을 단순 계산해도 쌀 60kg, 연 720kg을 살 수 있는 상당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출근을 꺼리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높은 월급을 포기하고 장사를 통해 얻는 가치가 더 큰 이익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