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폭염이 한반도 전역을 덮친 올 여름 북한 평성 지역에서는 7월 하순에만 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39명에 달한다고 내부소식통이 밝혔다.
평성 지역 병원관계자에 따르면, 평성 지역의 최고기온이 35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계속된 7월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평안남도 평성 의학대학 병원, 평성시 병원, 소아병원 등 시내 병원 응급기관에 열탈진 등으로 실려온 온열 환자 300여 명 가운데 39명이 사망했다.
이달 2일 북한 적십자회는 평안남도와 함경남도 등 2개 지역에서 폭염으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국제적십자연맹에 공식 통보한 바 있다.
온열질환자 중에는 가정 내에서나 길가에서 쓰러진 노인이나 신체허약자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폭염 속에서도 가물막이(가뭄 극복) 전투에 동원돼 극한 노동을 하다가 쓰러진 청장년층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동원한 작업 현장에서 열사병으로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평성시 인민위원회에서는 사망자의 간단한 신원만 파악하고 보상이나 재발방지, 가물막이 전투 중단과 같은 대책에 대해선 일언반구 언급이 없었다.
북한 보건 당국도 폭염과 동원전투로 재해 수준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이들의 구체적인 사망원인과 직접적인 사인, 소득수준에 따른 온열 질병 발생 방지 대책에 세우지 않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국내에서는 한낮 온도가 33도를 넘어가는 날씨가 이틀 연속 발생하면 폭염주의보를 발령해 대외활동을 자제하도록 권고한다. 그러나 북한은 농작물이 타들어간다며 주민들을 하루 종일 가물막이 전투에 동원하고 있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7월 하순에는 날이 너무 더워서 밖에 다니기도 어려운데 가물막이 전투를 한다며 주민들을 논밭으로 떠밀었다”면서 “농작물 급수 작업에 나선 주민들 대부분은 인근 수원지에서 직접 물을 퍼 나르는 일에 동원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전 일과만 마쳐도 체력이 고갈되면서 갈증과 피로, 무기력을 호소했다”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잔 상태에서 땡볕에서 노동을 한 사람들이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 것”이라며 당국의 무리한 동원을 비판했다.
북한에서는 가뭄 때 지하수나 저수지 물을 퍼올릴 양수기가 턱 없이 부족해 주민들이 직접 강이나 저수지에서 물을 퍼올려 논밭에 날라야 한다.
평성 이외에도 땡볕에 야외 노동으로 쓰러지거나 사망한 사고가 전국적으로 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당국은 8월 초중반까지 가물막이 전투를 강행해 사상자는 훨씬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는 8월 3일 낮 최고기온이 창도 40.2도, 무산 40도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35도 이상의 심한 고온현상이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우리 기상청은 폭염 기세가 한풀 꺾인 지난 주말을 지나 이번주에도 북한 지역에서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는 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