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파워엘리트의 베일을 벗기다

“북한의 국가전략 연구를 위해서는 엘리트를 어떻게 육성하고 관리하는가 하는 문제, 즉 간부정책을 연구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생산적이다.”(머리글에서)

베일에 가린 ‘은둔의 왕국’ 북한 사회 중에서도 체계적 접근이 가장 힘든 권력엘리트를 해부한 책 ‘북한의 국가전략과 파워엘리트’가 발간됐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현성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이 쓴 이 책은 북한의 간부정책을 분석한 박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한 것이지만, 북한의 핵실험과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 ‘2.13’합의 등과 같은 정세변화에 따라 북한의 대미 전략과 대중 전략, 대남 전략 등 현실적 문제를 더 깊이 다루면서 북한의 정책결정 구조와 정책 과정에서 권력 엘리트의 역할을 새롭게 보충해 폭넓게 분석했다.

현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의 권력 엘리트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은 배경에 대해 “부친(현철규)은 해방후 만경대혁명학원과 정부호위총국을 거쳐 노동당 조직지도부 1부부장과 간부부장, 검열위원장 등 권력핵심에 오랫동안 몸담았었다”며 “이러한 가정환경은 북한에서 전반적인 간부정책의 변천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권력 엘리트의 성격 변화를 북한 정권의 국가전략 변화에 맞춰 세 단계로 나눴다.

해방 후 1970년까지 김일성 정권 시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로 부상하는 1970년부터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는 1994년까지 김정일 후계체제 시기, 1994년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전면에서 통치하는 김정일 정권 시기가 그것이다.

일제로부터 해방 후 6.25전쟁의 피해를 복구해야만 했던 김일성 정권 시기 북한의 국가 전략은 초기엔 국가의 수립에 목표를 맞췄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건설 등 실제적인 분야로 이동했고, 그에 따라 권력 엘리트는 항일운동에 참여했던 혁명엘리트와 노동계급출신의 정치엘리트가 권력을, 포섭된 기술전문엘리트가 경제 등 전문분야를 담당하는 방향으로 정립됐다.

김정일 후계체제 시기에 들어서면서 북한의 국가전략은 초기에는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권력을 넘겨받게 될 김정일 유일 지배체제의 확립에 모아졌다.

이에 따라 엘리트 정책도 자연스럽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중심으로 변하기 시작했으며, 김 위원장은 김일성 체제에서 활동하던 권력엘리트를 측근으로 포섭하는 동시에 후계자 내정 이전부터 친분이 있던 인물을 대거 권력에 영입하거나 핵심요직에 등용함으로써 이른바 ‘측근정치’를 구사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측근에 발탁된 인물들은 후계자 내정 이전부터 친분이 있던 김일성 주석의 사람들로, 리제강 조직지도부 1부부장, 오극렬 작전부장, 연형묵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꼽힌다.

또 김정일 위원장의 권력 장악과 유일지도체제 확립과정에서 충성심과 업무능력 등이 검증된 인물도 새롭게 측근대열에 포함됐다.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김영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사망한 김용순 당 통일전선부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

1994년 김 주석의 사망 이후 김정일 체제가 본격 가동되면서 북한의 국가전략은 ‘고난의 행군’으로 대표되는 경제난을 극복하고 미국과 대결에서 체제를 지켜내는 것에 집중됐다.

엘리트 정책도 김정일 위원장의 측근 구성이 당 중심에서 군(軍) 중심으로 변화했다. 즉 김정일 정권이 출범하면서 김격식 총참모장, 김대식 정찰국장 등의 새로운 군부인물이 측근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이 현 책임연구위원의 분석이다.

또 경제 재건을 위해 ‘실리주의’를 표방하면서 김 위원장은 2000년께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측근그룹인 서기실에 정책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부서를 신설하고 김일성종합대학을 비롯한 교육.과학부문의 교수와 학자를 선발해 정책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현 책임연구위원은 지적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측근정치를 유지하면서도 당, 군, 보안, 외교기관을 수직적으로 서열화 하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배치하고 각 기관의 권력을 분산함으로써 어느 측근도 절대적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현 책임연구위원은 머리글에서 “필자는 어떤 것이 북한의 진짜 모습일까, 김정일 정권의 수명을 오랫동안 연장시켜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라는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려는 의도에서 본 책자를 펴내기로 했다”며 “간부정책을 통해 북한의 국가전력을 진단하는 접근 방식은 북한의 국가전략을 보다 근본적이고 제도적 차원에서 분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소셜공유